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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02.20 23:05

이 시대의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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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바벨탑



인간의 성공 신화는 거대한 건축물인 탑을 건설함으로 세상에 알려져 왔다. 개인의 성공신화뿐 아니라 권력자들은 탑을 건설하는 것으로 자신의 왕권을 증빙하려 했다. 탑은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로 표현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금자탑의 모델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다. 자자손손 전해질만한 불멸의 업적을 새겨 놓으려 했다. 건축물로써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 했던 깊은 의미는 거대한 건축물을 남김으로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인류최초의 거대한 건축 양식은 바벨탑이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건물의 개념의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의 영원한 숙제는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이다. 힘 있는 자의 상징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증거를 백성들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그래서 모든 왕조의 시작을 신화적 요소와 결부시키는 연유이다. 백성을 통치하는 왕이 자연을 움직일 수 있다는 조짐을 보여줄 수 있다면 백성들은 하늘이 인정한 최고의 통치자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인류 일반 역사에서 왕의 역할은 신의 대행자의 모습이다. 왕이 하는 일은 하늘의 대리 통치자였다. 하늘의 뜻을 백성에게 전달하고 백성들은 왕을 섬기는 것이 곧 하늘을 섬기는 것으로 동일시 여겼다.


왕은 하늘 자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하늘은 왕이 다스려야 하는 백성들이었다. 그래서 하늘의 뜻은 민초들에게 있다는 말이 성립 된다. 백성 없는 왕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나라는 왕이 백성을 섬기는 형태의 나라여야 한다. 백성위에 군림했던 왕의 통치는 잠간의 질서를 잡을 수 있을지라도 부강할 수 없고, 백성들은 안정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왕사에 기록된 준엄한 법칙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묘한 마력이 있다. 작은 권력을 가진 자는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한다. 권력은 정치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힘은 적을지라도 사람이 사는 집합공동체에는 권력이 있게 마련이다. 


내 어렸을 때는 방첩대라는 군민간 합동 국가안보단체가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동네에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청년이 있었다. 한동안 보이질 않더니만 방첩대원이 되어 동네에 금의 환영을 했다. 그런데 마음씨 착한 청년은 변질되었다. 예전 같지 않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으며 인사를 받았던 동네 사람들은 그 청년을 오히려 피하기에 이르렀다.


그에게 권력이 주어진 것은 산림에 관한 통제력이다. 당시 땔감의 주원료는 산에서 배어난 나무였다. 산을 오르기 위해선 한 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청년은 완장을 차고 언제나 그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누구도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나무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벌금을 물어야 했으며 그의 권력에 반항하게 되면 방첩대까지 끌려가기도 했다. 무분별한 산림 벌목을 방지하기 위해 그에게 주어진 권력이 주민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산림에 관련한 일이 아닐지라도 그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에게 잘 보인 사람들은 나무를 해올지라도 봐주는 것으로 알려져서 알게 모르게 권력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뇌물을 줘야 하는 불상사까지 발생 했다. 지금도 이해가지 않는다. 정말 그 청년에게 주어진 권력의 힘은 어디까지였는지 말이다. 동네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청년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질 않았다. 아마도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그의 영혼을 팔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권력은 군림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봉사 직이어야 한다. 그러할 때 권력의 본질인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며 그 권력에 명예의 옷이 덧입혀지는 것이다. 인류가 씨족단위를 벗어나 집단화 되면서 권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권력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사람이 후세에 내놓을 만한 건축물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권력의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니므롯(Nimrod)에 의해 세워진 바벨탑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사건이다. 사람들은 신화적 존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바벨탑 사건이나 그것을 건축했던 니므롯 왕가는 실존하였음을 역사적 흔적으로 증명되어지고 있다. 당시 인류의 문화는 단순한 구조였다. 한 언어를 사용했으며 인간을 다스리는 왕이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할 왕의 대행자만 존재했을 뿐이다. 초기 인류역사에 큰 사건을 맞닥뜨린다. 그것은 인간의 범죄로 인하여 물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인류의 최대 관심사는 자연 재해에 대한 해석이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볼 것인가? 그러면 자연재해를 통하여 삶은 달라져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니므롯 같은 주장인 인간은 자연을 다스릴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을 했다. 그래서 사람을 모으고 자연을 이겨낼 수 있는 최첨단 구조물을 세운 것이 바벨탑인 것이다.


모든 민족이 추구하는 것은 천하태평일이며 아무런 사건 사고가 발행하지 않은 무사안일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권력자가 되던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자를 향해 돌을 던지고 촛불을 발전시켜 횃불을 들게 하는 것은 백성들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백성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야 한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던, 누가 대통령이 되던 국가는 국가의 본연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권력을 잡든 국가의 주인인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되면 상관없게 된다. 


정치인은 마치 입안에 있는 혀와 같다. 건강할 때는 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 가장 부드러움을 가졌으면서 가장 단단한 것을 씹을 지라도 치아에 씹히지 않고 신비 할 정도로 민첩하게 치아 사이를 움직이게 된다. 혀가 헐거나 작은 부스럼이 생기게 되면 가장 무겁게 느껴진다. 민첩하게 움직이질 않으니 치아 사이에 혀가 씹이기도 한다. 바로 정치가 그러한 것 같다. 건강한 정치라면 백성들은 정치인을 느낄 수 없어야 한다. 그러면서 간혹 텔레비전에서 그의 모습이 비춰질 때 존경을 받게 된다.



37.jpg

Mall Galleries 에 전시되어 있는 바벨탑 그림



최근에 등장한 ‘법꾸라지’ 라는 말이 있다. 미꾸라지가 주는 의미는 부정적인 개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게 한다. 실내에 있는 수족관에는 미꾸라지를 키우질 않는다. 대부분의 애완 물고기들은 천천히 움직인다. 특별한 위험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꾸라지는 위험 요소가 없음에도 순식간에 물을 헤집고 다닌다. 바닥이 진흙이라면 한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깨끗한 수족관은 온통 흙탕물로 뒤바뀌게 될 것이다. 다수의 선량한 사람이 한 마리 미꾸라지 같은 사람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정치 후진국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낸다. 정치만 잘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는 말이다. 법꾸라지가 생겨나는 것은 정치적 야욕의 결과다. 자신만의 금자탑을 쌓기 위해 법을 요리조리 피해가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탑을 건설하여 자기 위세를 내 세우기보다는 내면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내면의 다스림 없이는 외형적으로 세워진 어떠한 성공의 금자탑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무너지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준엄한 역사의 법칙이다.


1911년 에드워드 7세가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하여 건설한 애드미럴티 아치 (Admiralty Arch)를 지나면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더몰(The Mall)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일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왕을 상징하는 붉은색 도로이다. 그 입구에 몰 갤러리(Mall Galleries, St. James's, London SW1)에 현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 작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벨탑 그림이다. 그림의 특징은 기초가 되는 아랫부분은 수리중이거나 연약한 건축물로 건설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비좁아 지지만 최근에 완공된 런던을 대표할 만한 대형 건축물들이 세워져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95층짜리의 사드(The Shard) 건물도 바벨탑 꼭대기 한 부분을 자치하고 있다. 런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명 건물들이 바벨탑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건물은 인간이 가진 성공과 직결되어 있다. 그 성공은 인간의 욕망의 창고에서 익혀져 나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바벨탑은 보이는 건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에서 먼저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바벨탑의 모형도는 인간 내면에 있는 셈이다. 니므롯의 내면에 흩어지는 인간을 다스리기 위해 힘의 왕국을 건설하고 싶었기에 신을 대항하는 탑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적개는 방첩대에서 채워준 완장 하나가 니므롯의 권력보다 더 높은 탑을 건설하기도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개인이든 단체든, 국가든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그 왕국은 인간의 욕망에서 익혀진 산물이다. 그러나 결코 인간은 그 욕망의 탑을 완성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작금의 정치인들 중에 청문회라든가 뉴스를 장식하는 이들도 철통왕국을 꿈 꿨을 것이다. 그 바벨탑은 국민들의 노여움을 샀다. 결과는 무너져야 하는 것이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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