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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슐츠의 '아겐다 2010' 수정 계획, 거센 비판 받아



"오류를 범한 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이는 지난 20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틴 슐츠 사민당 총리후보가 '아겐다 2010(Agenda 2010)'을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했던 말이다. 

'아겐다 2010'은 사민당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2003년도에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한 복지, 세제개혁 프로젝트다. 당시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의 11,6%, 약 400만 명에 육박했고 이에 따라 지급되는 실업급여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슈뢰더 정부는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연령별로 24~32개월에서 12~24개월로 대폭 축소하고 노동자 해고요건을 완화했다. 

즉 슐츠 총리후보는 슈뢰더 전 총리의 복지축소 정책을 복지증대 정책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실업수당 수급기간을 더 늘리고, 노동자 해고보호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슐츠 총리후보의 '아겐다 2010' 수정 계획안에 경제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21일 <디 차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경영자총협회(BDA)는 "슐츠의 수정 계획의 많은 부분이 숫자와 독일의 법률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작성된 것"이고 "실업수당 수급기간의 연장은 노동자의 신속한 재취업을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하엘 휘터 독일경제연구소(IW) 소장은 "우리는 수급기간의 연장이 높은 재취업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연구와 설문조사로 알고 있다. 그것은 그저 부조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며 슐츠의 계획안을 평가절하 했다. 노동시장연구원들은 중장년층의 구직을 돕기 위해서라면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 기회와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겐다 2010' 수정 계획 논란에 침묵을 지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슐츠의 개혁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아겐다 2010'으로 독일에 공헌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저임금 일자리나 비정규직에서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 자신의 정부는 정책을 변경했고, '아겐다 2010'의 주요 사항을 언제나 정치적 결정을 통해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덕분에 "2005년 이래 실업률은 반으로 줄어들 수 있었고, 약 12년간의 임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시장개혁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슐츠를 총리후보로 지명한 사민당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24일 <디 벨트>의 보도에 따르면, 사민당이 2006년 이래 처음으로 기민/기사 연합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엠니트, 인자에 이어 인프라테스트 디맙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사민당의 지지율은 32%, 기민/기사 연합은 31%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슐츠 총리후보의 '아겐다 2010' 수정 계획은 여론에 어느 정도 강점으로 다가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각 언론이 비판하기 시작했을 때 지지율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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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엠니트는 슐츠가 총리후보로 지명되고 난 후 처음으로 사민당의 지지율이 1% 떨어져 3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민당의 지지율이 단 이틀 만에 기민/기사 연합과 같아진 것이다. 나아가 슐츠가 총리가 될 거라고 확신하는 비율은 응답자 중 36%에 불과했고, 반대는 50%에 달했다. 사민당 지지자 중에서도 슐츠가 총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그리고 슐츠의 선언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7%,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36%로 반대가 월등히 높았다. 

총선을 7개월 앞둔 시점에서 슐츠 총리후보와 사민당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겐다 2010' 수정 계획을 밀어붙일지, 반대로 여론을 수렴할지에 대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겐다 2010' 수정 계획 발표로 슐츠가 총리후보 지명 이후 처음 정치적 이슈를 선점한 건 사실이나,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정책이 독일을 지금처럼 유럽을 대표하는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이벌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고, 약 12년의 공직기간이라는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다. 거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 하락의 불가피성, 독일 내 물가상승 및 소비분위기 저하 그리고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계속 쌓이고 있다. 
이처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일고 있고, 자신의 첫 개혁 선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슐츠 총리후보는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사진출처: Die Zeit online

독일 유로저널 김신종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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