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안보, 국가 주권과 국민 안전을 우선 해야

       대한민국의 안보, 국가 주권과 국민 안전을 우선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한 것을 구실로 보수 야당이 색깔론을 제기하며 거센 공격을 하고 있다.

문 특보는 학자로서의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 훈련 규모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비핵화만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문 특보는 " 사드 배치 여부를 안보·민주·민생의 관점에서 종합 검토한 뒤 국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면서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비난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문 특보의 발언은 미국과는 다른 입장으로 한국의 정치권이나 관료세계에서 좀처럼 나오기 어려워 보이는 소신 발언이다.

청와대는 현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이거나 사전 조율된 것이 아니라면서 문 특보에 대한 ‘한미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경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보수 야권은 색깔론 공세를 퍼부으며 특보 사퇴를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특보가 한미동맹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있다"며 한미동맹과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한 문 특보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도 "김정은 특보 역할 그만하고 사퇴하라"라고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덩달아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말을 보탰고 나경원 의원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그 궤를 같이한다"라며 "북한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형국"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냈다고 색깔론 공세와 비난을 받아야 하고,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고 일체 입을 다물어야만 하는 것인가 ?

물론 한미 정상간의 협상을 앞에 두고 우리 정부의 ‘카드’를 미리 오픈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오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협상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협상에서 불쑥 꺼내는 것은 오히려 국가간 신뢰만 잃을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 국익을 위해서 한국 입장과 다른, 그러니까 수 년 동안 양국이 만나서 겨우 협상을 완료한 지 수 년에 채 못된  FTA도 뒤집자 하고, 부지와 시설만 제공하면 1 조짜리 사드를 미국 부담으로 배치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한국이 내라고 '생떼'도 써보았던 것이다. 흔히 말하면 ‘아니면 말고식’이다. 

이런 트럼프에 주장에 대해 한국 내 보수층이나 언론들은 트럼프가 한미관계를 망친다거나,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혼란을 조성한다는 비판 대신 ‘노련한 협상가 트럼프의 협상 전술’이라고 설명하기만 바빴다.

한국 보수층들은 미국은 한국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고, 황당한 이야기를 해서 상대를 흔들어도 되고, 그 동안의 협상과정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는 반면, 우리는 미국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고, 다양한 견해를 흘리면서 상대를 떠봐서도 안되며, 그 동안의 ‘정론’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고, 한 술 더 떠서 미국의 입장과 다르다면서 색깔론을 내세워 공격만 일삼는 사대주의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문 특보는 대한민국의 학자이고 국민이니 만큼 설령 미국의 입장과 다르고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아닌 내용이라 할 지라도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 지 발표하고 주장을 해야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특보 발언이 타이밍상 부적절 했다 하더라도 내용이 옳으면 청와대는 침묵하면 된다” 면서 “무슨 엄중한 경고? 만지면 커진다. 역시 서투른 문재인 정부다”라고 밝히면서 오히려 청와대의 사실상 경고 조치를 비판했다.

미국의 한 국무부 관리도 미국의 정권교체와 한국의 정권교체를 맞이해 “미국의 정권교체, 한국의 정치적 변화는 그 동안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모두 실패해 최악으로 치달은 정책인 데 이를 그대로 고수하자는 것은 남북 및 북미 관계를 계속 악화시키자는 것이며,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위협을 완화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 정책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이미  인정하고 있는 일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양국의 입장을 서로 존중하며 더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최후의 압박 수단인 대북 군사제재에는 사드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존중하면서 양국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폭넓게 논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수야당이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몰아가면서 색깔론을 내세운 것은 주권국가 정치인들의 자격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사대주의 사고이다. 

중요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자주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더 위에 놓고 미국과 긴밀한 관계 유지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