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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데리고 온 새아씨


두어달 전쯤에 새집으로이사를 하고 집앞이 너무 삭막하고 허전한 것 같아서 꽃들을 심고 현관 바로 앞에는 어린 코스모스 모종을 두포기 심었었다. 어느결에 이 둘은(한 아이는 목이 하이얗고 또 한놈은 갖 시집 온 새아씨의 볼처럼 분홍빛을 띈)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듯 아침마다 그 맵시를 자랑하며 수많은 꽃망울을 터트려 낸다.


코스모스라(Cosmos)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Kosmos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며 그 의미는 질서(order) 또는 조화(harmony)라는 뜻이라고 한다. 8개의 코스모스 꽃잎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그럴싸 하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 가노라면 신이 이 세상을 만들고 아름답게 꾸미고자하여 다른 꽃들을 만들기 전에 제일 먼저 연습 삼아 만들면서 이런색 저런색으로 시험을 하여서 코스모스의 색갈이 다양하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본다면 결국 코스모스는 모든 꽃의 시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에 일본의 작가 <나쓰메.소세키>(Natsume So'seki)의 소설 "마음"에서 어느 하숙집 딸이 하숙생 중의  한사람을 사랑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꽃에 담아 매일매일 선생님의 방에 꽂아 두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때 그 꽃이 코스모스였던 것 같다.  요즈음의 풍경과는 다른 낭만적인 사랑의 고백이다. 한없이 가냘프고 여성스럽지만 해바라기를 닮았는지 늘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꽃 코스모스,  길가를 스치는 산들바람에도 크게 흔들리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코스모스 그녀의 조심스러운 첫사랑과 많이도 닮아 있지 않은가!

cosmos-1684037_1920.jpg


요즘은 전세계가 기후 온난화 현상으로 계절도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이 코스모스는 가을 꽃이다.  초가을의 대표적인 꽃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순정, 애정, 조화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흰색은 소녀의 순정, 빨강색은 소녀의 순애(진심)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 화려하지도 않으며 소박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색갈이 딱 소녀스러운 발랄함과 순정을 담고 있는 듯 서로 잘 어울린다.  하늘하늘 가냘픈 소녀의  모습을 닮은 꽃 코스모스는 그 꽃말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이 예쁜 코스모스는 1910년 경에 어느 서양 선교사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생물학적으로는 초롱이네 식구(초롱꽃 과)란다.  소녀처럼 가냘프고 새아씨처럼 곱디고운 이 코스모스는 보기와는 달리 그 생명력이 매우 강인하여 사람의 손이 별로 닿지 않아도 저절로 그 씨앗이 흩어져서 잘 태어나고 또 잘 자란다.  거기다가 초록 잎과 줄기, 그리고 꽃잎은 한약의 재료로 사용되어 부스럼이나 충혈 된 눈에 아주 좋은 약효를 나타낸다고 한다. 


역시 예쁜 놈은 예쁜 짓거리만 한다.  이토록 가냘프고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인간의 몸에 이로움을 준다니 하는 말이다.   여하튼 코스모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현관 바로 앞에서 그 가냘픈 몸짓으로 가을을 알리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계절의 문지기 역할도 하고 있다. 아마도 오는 길에 가는 여름이라는 친구와 잠시 인사를나누며 "얘 여름아! 너 이제 가고 있니 나는 지금 가을을 데리고 인간세상으로 가는 길이야"라고 말했으리라. 


필자도 이제 아는체 그만하고 이 기순 선생님의 시와 이 흥렬 님의 곡을 합친 "코스모스를 노래함"을 독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현관 앞에 서있는 친구들(코스모스)에게 아침 인사나 하러 가야겠다.

   

달밝은 하늘 밑, 어여쁜 네 얼굴  달나라 처녀가 너의 입 맞추고,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  외로운 이밤에 나의 친구로다.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고요타,  내 마음 더욱 더 적막 하여지니

네 모양도 더욱 더 처량하구나, 오로운 이 밤을 너 같이 새려니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 아씨  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

이슬에 목욕 해 깨끗한 너의 몸,부드런 바람이 너를 껴안도다.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 아씨


유로저널 탈럼니스트 김혜성

목사

전 한국 청소년 교육연합회 대표

London College of Technical, Lecturer(Social Work)

Society of Social Worker's East London(Chai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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