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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대도 내가 원하면 하룻밤을 자고야 말았다”

페기가 그녀의 컬렉션을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할 때 그녀는 이탈리아 대통령을 오프닝 파티에 초빙했다. 하지만 당시 마땅히 입을 옷과 모자, 악세사리들이 없었던 그녀는 친구에게 스타킹조차 빌려야만 했다. 
그러나, 피카소, 어른스트, 달리, 그리고 미국의 잭슨 폴락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켈렉션에는 그 어떤 것도 첨가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어떠한 설명도 필요치 않았다. 입체파, 초현실주의, 미래파, 추상표현주의 등 20세기 전반 미국과 유럽 미술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컬렉션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아방가르드에서 추방되어지다시피 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깨진 유리나 도자기로 만들어진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은 던져버려야 할 쓰레기로만 보였다. 그렇게 페기는 베니스에 각성의 산들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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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gy Guggenheim's Art of This Century

그녀의 선구적인 갤러리, ‘Art of This Century’의 성공과 신진 아티스트들에 대한 그녀의 과감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행보에 대해서 사람들은 단지 한 도시 여자의 허영이나 뻔뻔한 섹시스트의 요란한 행동으로 치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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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this Century gallery

물론 그녀의 중년은 문란한 생활 그 자체였다. 그녀의 연인으로는 사뮤엘 버켓, 마르셸 뒤샹, 그리고 존 케이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저명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인원수는 무려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녀가 23살이었을 때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폼페이의 애로 벽화들을 보고 그녀는 그 모든 체위를 한 가지씩 꼭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자서전에서 말했다. 
그녀의 방탕한 생활은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질 수 없었지만, 예술가들은 그녀의 아낌없는 사랑에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Guggenheim with artists in exile at her New York City apartment, circa 1942.jpg
Guggenheim with artists in exile at her New York City apartment, circa 1942

아트 컬렉션이 부자들의 재테크나 재벌가의 돈세탁 수단 정도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페기의 이런 면모는 충격을 안겨 주었다. 특히 구겐하임 집안의 부를 상속받은 페기가 억압적인 집안 분위기를 벗어나 자유분방한 현대미술 작가들과 교류하고, 진정으로 예술과 예술가들을 사랑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Peggy Guggenheim.jpg
Peggy Guggenheim

잭슨 폴록,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등 많은 재능있고 천재적인 작가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페기다. 
특히, 잭슨 폴록을 알아본 것은 페기의 안목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잭슨 폴록은 구겐하임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던 알코올중독자였다. 그는 페기의 파티에서 술에 만취한 채 벽난로에 소변을 본 적도 있고, 그에게 그림을 그릴 것을 제안한 페기와의 레스토랑 점심 식사에서도 술에 만취해 행패를 부리고 구토를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페기는 그의 재능에 대해서 확신했고, 그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전적으로 후원했다. 또한 그녀가 베니스로 오자마자 무세오 코레르 시립미술관에서 폴락의 개인전시회까지 열어주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정말 유능한 컬렉터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정한 미술 애호가이자 팬이었다.
엄청난 돈을 상속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분방하고 보헤미안적 기질을 가진 그녀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열세 살에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절친했던 언니와 5년간 동거한 연인 존 홈스에 이어 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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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gy Guggenheim and daughter, Pegeen Vail,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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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een Vail Guggenheim(Peggy's daughter)

이런 페기에게 마음을 둘 곳은 오직 예술뿐이었다. 그녀가 평생에 걸쳐 수많은 예술가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한편 그들과 염문을 뿌린 사실은 사랑과 예술을 갈구했던 그녀의 고독감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크게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이탈라의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그녀의 생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드라마틱하다. 
런던에서 자신의 첫 화랑 '구겐하임 준'(Guggenheim Jeune)를 열어 칸딘스키의 첫 영국 개인전도 열어 주었고, 이브 탕기를 비롯해 당시 낯설었던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줄줄이 선 보였다.
갤러리 오픈 첫 해는 약 600파운드의 적자를 보았지만, 조각가 헨리 무어, 모빌 아티스트 알렉산터 칼더, 초현실주의 막스 에른스트, 입체파 피카소, 브라크 등을 모은 단체 그룹전은 런던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터진 뒤 유럽 작가들의 미국 망명을 도운 점에서는 뭇 남성들을 능가하는 그녀의 추진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1942년 10월 20일 뉴욕에 '금세기 미술' 갤러리를 열어 미국과 유럽 미술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어 베네치아에 정착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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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ggenheim Venice

평생 그녀가 모은 작가 100여 명의 작품 326점은 그 자체로 그녀의 열정이자 삶이다. 이것은 그녀 자체를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들에게 아트 컬렉션이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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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ggenheim poses with Jackson Pollock paintings at the palazzo, 1979

1979년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12월 23일 그녀는 뇌졸중으로 베니스에서 81세의 나이로 그녀의 삶을 마감했다. 그녀의 육체는 화장되었고, 그 재는 그녀가 사랑했던 14마리의 애견들과 함께 팔라조 구겐하임 미술관 입구 대리석 의자 주변에 뿌려졌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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