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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11.20 23:49

다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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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우리 민족만큼 통일성을 강조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어서기 때문이지만 통일은 민족적 염원이었다. 세상물정을 몰랐던 초등학생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를 간절하게 불렀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통일은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휴전선이 제거 되는 것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2007년에 개봉된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싸움>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설경구는 곤충학과 교수이다. 곤충의 변태과정을 설명하는 그의 강의 시간에 약 백여 명 되는 학생들을 가운데 쪽 좌석에만 빼곡하게 앉게 했다. 한 남학생은 그것이 답답해서 인지 한쪽에 뚝 떨어져 앉았다. 교수는 강의 하는 내내 홀로 앉은 남학생이 거슬렀다. 참다못한 교수는 강의를 멈추고 남학생에게 가운데 좌석으로 옮겨 앉으라 권한다. 영화는 교수의 결벽증 성격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민족이 가지는 통일성이라는 문화가 배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음식점에 가도 개인적인 취향으로 주문하기 보다는 은근하게 메뉴의 통일성을 강요받는다. 학교는 개인의 독창성을 존중받기 보다는 통일성을 교육받는다. 지금에야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의 국제 대회에서 유독 줄을 맞춰 입장하는 나라는 한국 선수들뿐이었다. 학창시절에 받은 제식훈련은 영혼을 혼미하게 했다. 매를 맞고 기압을 받으면서 까지 학생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구령에 맞게 움직인다는 것은 서양 교육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재교육의 산물일 것이다. 영국에 정착할 초창기에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성탄절 발표를 한다고 초청장을 건네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이고 딸아이한테 물어 보았다. 질문의 내용은 ‘연습을 언제 했는가.’ 였다. 딸아이는 구태의연하게 대답했다. 연습을 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학부형들과 외부 손님을 모셔놓고 학예발표회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물론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졸업식 준비도 몇 주일간 했는지 지겨울 정도였다. 모이고 앉고 일어서고 퇴장하고 입장하고 명사들의 연설이 끝나면 열렬하게 박수하는 일, 순서 자들은 오른쪽으로 등장해서 단상에 있는 외부 손님들에게 허리 굽혀 정중하게 인사 하고 왼쪽으로 퇴장 하는 반복되는 연습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입장료를 받으면서까지 하는 학예발표회를 연습도 없이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기대감도 없이 몇몇 지인들을 동원하여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솔로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진작 알았다면 카메라도 준비하고 더 많은 지인들을 불러 올 것을 후회한 적이 있었다. 입장할 때나 퇴장할 때 아이들은 연습을 하지 않아서인지 오합지졸과 같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웃음이 되었고 자랑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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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연대적 책임을 지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 명이 잘못하면 그 분단이 벌을 받거나 반 전체가 공동책임으로 기합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훈련 받은 것이 사회생활에 그래도 적용이 되었다. 개인의 독창성 보다는 입을 다물고 중간에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영국인들의 집에 방문하게 되면 그 가족들, 특히 자녀들은 손님이 왔음에도 일어나서 환영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는 대문까지 마중 나가야 하며 어른이나 손님이 들어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맞이하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처음 그들의 문화를 접하면서 불쾌감이 없지는 않았다. 세월이 지나보니 모든 영국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정교육에 따라 낯선 이의 방문을 온 몸으로 환영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기 방에 들어가 인사도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문화가 어떠하든 개인의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음식점엘 가도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게 되면 직원이 은근히 압박을 해 온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주문을 하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한 사람들이 음식을 통일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오래 걸린다는 말에 한두 가지로 통일하여 음식을 시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사람은 눈총을 받게 된다. 우리 문화에서 다름은 두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다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다 값비싼 메이커 옷을 입는다. 아이들 겉옷이 수십에서 백만 원에 가까운 옷을 입고 다닌다. 왜 이렇게 비싼 옷을 입히는지를 물었더니 이렇게 입지 않으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한다는 씁쓸한 고백을 들었다.


영국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은 개성을 존중 받는다. 학교에 등교할 때도 메이커 가방을 드는 것이 아니라 대형슈퍼에서 준 플라스틱 봉지를 사용한다. 메이커 옷을 굳이 입지 않는다. 혐오스럽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세탁해 입으면 된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신고 다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서울의 강남에 한 지인이 아이를 위해 승용차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물론 자동차가 오래되면 바꿔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위 등하교 길에 쪽팔려서 중형 세단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뭔지 모를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끼게 된다.


비싼 것이라 하여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개성에 맞게 입어야 하는 것이 좋은 옷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입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위해 주어진 시간을 투자 하는가이다. 한국에서 대중 버스를 타고 하교 길에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중고등 여학생들이 화장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사연을 들어 봤더니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자신이 마치 퇴보 당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유행을 따르다 보면 자기만이 해야 하는 고민,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곳에서 공부하고, 같은 취미를 가져야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강조해 온 통일성의 역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는 것과도 같다.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만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요, 건반악기만 있어도 안 되는 것이며, 관악기만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악기 하나하나는 다 소중한 것이다. 그 소중한 악기들은 각자 독창성 있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소리들이 모이고 다듬어 질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해 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마치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세상에서 무엇이 인기가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것을 교육하려 하는 쏠림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엇이 인가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리키려 한다. 그러다가 또 어떤 부분이 부각을 나타나게 되면 그것을 가리키는 학원이 인기를 얻는다. 그렇게 끌려 다니며 공부를 시키다 보니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독창성은 무뎌지고, 나중에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나중에 뭐가 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게 되면 아이들은 한사코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더 깊게 이야기 하다 보면 엄마한테 물어 보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어느 순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뭘 싫어하는지를 안다는 것은 자기 인생 앞에 서 봐야 아는 것이다. 오순의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싫어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기가 완성되는 과정은 전 인생이 걸린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다름을 통하여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다양한 메뉴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과 기대 이상의 문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지 말고, 그의 삶을 존중해 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역군이 되는 일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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