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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4.23 23:25

영화로 세상 읽기 (7) :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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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읽기 (7) : 회초리


감독 : 박광우
주연 : 안내상 (두열). 진지희(송이)
개봉 : 2011년

영화는 내 인생이 절망의 늪에 있을 때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주었다. 

청년 시절 하늘 문이 닫혔다 생각되었을 때 내가 취할 수 있었던 행동은 스스로 숨을 거두는 거였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절대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 내 간절한 희망의 돌파구였다. 

그러한 몸부림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침묵 속에서의 생활이란 단순하지만 복잡한 삶을 살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산다. 

그러나 실패한 인생은 단순한 삶을 복잡하게 살아간다. 내 인생이 그렇게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청년시절 읍내의 작은 영화관으로 내 발걸음은 이끌림 받았다.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무엇을 봤는지 영화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울었는지, 예배당에서 침묵하셨던 하나님께서 작고 냄새나는 영화관에서 나를 만나 주셨던 것이다. 

이 사건은 내 인생이 경험한 사역적인 것이어서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 후로 내 인생의 그림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어야 하고 땀과 피, 골수를 찍어 써낸 글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쓰임 받는 문화 사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내 인생의 선생이 되어 주었을 뿐 아니라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었다. 

사역자가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즐기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서 인생의 내적 자양분을 얻는 방편이기도 했다. 

영화는 가치중립적인 문화적 산물이다. 좋은 영화, 나쁜 영화는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마치 물질세계와 같다. 그 물질은 하나님은 선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반면에 악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선한 물질과 악의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선의 도구로, 악의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이다. 성경에는 물질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될 수 있다 말씀하셨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딤전6:10) 물질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는 것은 물질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한 것이다. 반면에 선한 목적으로 물질을 사용한다면 물질은 일만 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영상 문화도 그와 같다 할 수 있다. 선하게 적용될 수도, 반면 악하게 적용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세상을 관통하는 문화체계이다. 다시 말해서 사실이 아니면서 사실인 것이고, 가능하지 않으면서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진실이 아닌 허구이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 세상의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역자들은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인격과 영성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다. 

내 인생은 그렇게 영화를 보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내 인생의 선생이 되며, 또한 세상을 향한 분노와 기도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리학, 사람의 근본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철학, 세상의 병폐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사회학의 전반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세상을 공부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7 Father's Love, 2011.jpg 

영화 <회초리>는 박광우 감독의 작품으로 2011년에 개봉된 영화다. 

십년이면 강산이 서너 번은 변화는 세상에 영화는 과거의 것이 오히려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며 강동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내 자신이었으며 내 사랑하는 자녀였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떠 오른 딸 선생에 대한 글을 메모하였다. 

<딸 선생>
“딸을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딸을 통해 참 신앙을 배웁니다.
 딸을 통해 기도의 깊이를 배웁니다.
 딸을 통해 말씀의 깊이를 배웁니다.
 딸을 통해 아비의 심정을 배웁니다.   
 딸을 통해 내 모남의 실체를 배웁니다.
 딸을 통해 사역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딸을 통해 내 인생이 얼마나 더러웠는지를
 딸을 통해 내 인생이 얼마나 냄새났었는지를
 딸을 통해 내 인생이 어두웠음을 배웁니다.” 

산 맑고 물 맑은 강원도 철원,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예절학당이 있다. 

그곳에 세상의 기준이 되는 훈장님과 세상에서 가장 어린 소녀 훈장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소녀 훈장은 태어나면서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삼류인생이었다. 

친척의 도움으로 소녀 훈장 송이는 훈장님의 외동딸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 딛고 있었다. 어느 날 송이에게 기쁨과 슬픔의 소식이 전해진다. 그것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특별 휴가를 받아 예절학당으로 온다는 것이다. 송이는 그의 담임 훈장으로 임명된다. 그녀의 훈장의 첫걸음은 바로 자신을 낳아준 아비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이는 소녀 훈장 송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믿음의 사람 다윗도 그의 아들을 통하여 인생을 배웠다. 

다윗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인생채찍이었다. “나는 그 아비가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니 저가 만일 죄를 범하면 내가 사람 막대기와 인생 채찍으로 징계하려니와.” (삼하7:14) 그의 셋째 아들 압살롬이 반역했을 때 그는 아들을 징벌하지 않고 맨발로 궁을 빠져나와 눈물을 흘리며 감람산으로 피신하였다. 

“다윗이 감람산 길로 올라갈 때에 머리를 가리우고 맨발로 울며 행하고 저와 함께 가는 백성들도 각각 그 머리를 가리우고 울며 올라가니라.” (삼하15:30) 신하들은 압살롬의 반역을 무력으로 저지하려 하나 아들의 반역에 다윗은 아버지로 그 책임을 지려한다. 

다시 영화이야기로 돌아가서 소녀 훈장의 숨겨진 아버지 두열은 예절학당에서도 온갖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다. 송이는 훈장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요, 아버지를 교육할 수 없다 선언하기도 한다. 

두열은 우연히 소녀 훈장이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딸이면서 선생인 훈장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든 것에 대해 오열한다. 두열은 결국 과거 권투를 하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로 치료를 받지 못해 그것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버지와 딸의 다정한 모습으로 예절학당 어귀에서 얼굴을 맞대고 행복한 웃음으로 끝을 낸다. 그들의 희망이었지만 시간은 그들의 희망처럼 열매 맺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영화는 내 인생의 선생이다. 그 선생은 자녀로 연결된다. 두열에게 선생은 송이 였던 것처럼, 다윗에게 선생은 압살롬이었던 것처럼, 내 인생에 선생은 자녀다. 자녀는 부모에게 준 하나님의 기업이요, 상급이다. 

나는 그 기회를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많이 주어질 것이라 여겼다. 영화의 주인공 두열이 후회하는 것은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이다. 딸의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는 시간은 기다려 주질 않았다. 

두열은 딸아이가 벗어놓은 하얀 고무신을 정성스레 닦는다. 그리고 그 신발의 소중함을 보며 눈물 짓는다. 아, 내 인생의 선생 자녀의 흔적을 내 마음에 품는다. 

그리고 두열이 오열하는 것 그 이상으로, 다윗이 맨발로 감람산에 오르는 그 심정으로 나는 오늘 주 앞에 무릎 꿇는다. 그리고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계획과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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