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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2018.05.07 01:41

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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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1990년도  현대중공업 런던지점에서 해양플랜트 영업활동을 할 때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Fiction을 섞어가며 연재로 쓴 글이다. 재미있게 읽어가시면서, 우리나라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여기 영국 땅에서 플랜트수출시장을 개척하던 당시의 영업전사들이 흘린 땀과 열정과 좌절을 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  待天命) > 
런던 Euston역에서 떠난 기차는 Edinburgh역에  정시 오후 1시30분에 도착하였다. 
우선 나의 동선도 알리고 지난밤에 들어온 메세지를 확인할겸 사무실 미세스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세스킴 이야기가, 아침부터 우리 해머스미쓰 사무실에 큰 난리가 났다한다. HM Revenue Office 즉 영국국세청에서 오늘 아침에 불시에 감사가 나와서,  지금 국세청 직원들 2명이 우리 사무실에서 모든 세금관계서류를 뒤져보고 있다고 한다. 미세스킴이 지금 당장 지점장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하여 전화를 했다.
“ 지점장님, 조부장입니다. 방금 에디버러 역에 도착했습니다.”
“ 어, 그래, 잘 도착했어?  오늘 거기서 M사하고는 만나는건 아니지?” 
“ 예, 그냥 여기 근처에 있는 우리한테 자재공급하는 회사하고 오후에 간단히 미팅하고 오늘 밤에 런던에 올라갈려고 합니다.”
“ 미세스킴한테 이야기들었지? 갑자기 불시 감사가 나와서 감사받는다고 난리인데, 혹씨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말이야, 혹씨 M사가 우리 엿먹으라고 국세청에다가 찔러서 음해공작한거는 아니겠지?”
난 뒷통수를 맞은 듯 띵하다. 설마 그럴리가??
“ 예, 지점장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컨데는, 아무래도 여기 영국 땅에서 설마하니 그런 몽키 비지네스를 하는 회사는 없을 듯 합니다, 아닐겁니다.”
‘글쎄 말이야, 얼핏 생각이 들어 당신한테만 이야기 한거니까, 당신도 혹씨 모르니 이것저것 몸가짐 잘 하도록 해. 또, 그쪽에서 무슨 냄새나 있나 한번 살펴보도록 해, 무리하지는 말고… 뭐 여기 하고 있는 감사야 우리 특별히 걸릴것도 없으니 문제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할 거 없고…..”
“예, 알겠습니다.”
여기가 어디 모스코바나 나이제리아도 아니고 선진개방된 영국 땅에서 그런일이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나는  공항에서 스코틀랜드의 Local신문들을  사기 위해 공항을 서성 대었다. 지사장으로 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머리뒤가 근질근질하고 무슨 미행하는 놈이나 없나하고 뒤를 휠끗 휠끗 쳐다보게 된다.
에딘버러 외곽지역에 있는 SMIT사에 들르니, 이미 Bachmann사장이 내가 온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Bachmann사장은 본래 폴랜드 출신인데 스코틀랜드에 어릴때 이민으로 와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인사를 나누고, Bachmann사장이  우리 본사에서 최근에 수행하고 있는  인도 및 말레이지아 지역의 해양공사에서 자기들 밸브제품을  대량 구매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하면서, 우리 본사 구매부장에게 전해 달라고 스코틀랜드산 스커프와 모자를 잘 포장한채 주길래 잘 전달해주겠다고 하고 받았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고마움에 대한 정성이 오고 갈때는 사람사는 맛이 난다. 
본격적으로 이번 입찰에 대해 어떻게 돌아가나 물어보았더니, 자기들도 M사와 거래를 하는데, M사에서는 가격이나 특히 공기에서도 열세인것을 알고 이번 공사가 수주가 안 될 경우, 일감이 없어서 자기들 500명 노동자들 일거리 문제가 있다는 핑게를 대고 정치력으로 자기들에게 발주하도록 BT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하며, 사실은BT사나 다른 업계 사람들은, 이미 M사가 이번 공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후속공사가 있기 때문에 모두  M사의 엄살이라는 것을 알고있으나, 문제는 여기 현지 정치인들이 지역구 표땜에 일하는 척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우리 한국이나 여기 스코틀랜드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한계라는 것이, 즉 다방면에서 많이는 알고있으나 실제적인 면에서는 깊이있게 알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이런식으로 주위 에서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게되면 부화뇌동하여 그릇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문제인듯 하다. 
Bachmann사장의 이야기로는, 어쨋든 BT사로써는 이런 정치적 공세가 오래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끄러우니까,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할려고 하는 듯하며, 아마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발주결정을 할 것이라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준다. 
이 정도이면 들을 만큼 들었다. 세무감사 이야기는 확인된 이야기가 아닌데 괜히 꺼냇다가는 큰일 날 듯하여 입밖에 아무말도 안하고, 다음에 또 연락하자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왓다.
사무실 미세스킴에게 사무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다시 했더니, 감사는 두어시간만에 다 끝났고, 우리 회사 사무실 직원들이 쓴  접대비 경비에서 좀 세금문제가 있었다하며 대충 무사하게 잘 넘어갔다한다. 아울러, 미세스킴이 나한테 보고해주기를, BT사의 Fax가 와서 다음주 월요일에 BT입찰평가단  4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BT사가 바쁜 상황에서도 여기 영국으로 우리 팀을 불러서 입찰미팅을 하기보다는,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회사측에 큰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입찰 평가 상황은 좋은 그림을 그리고있는 듯 하나,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 

 dsasdfgsd.jpg
이 이야기에 서 나오는 해양플랜트가 실제 북해바다에 설치되어 조업중인 모습

이제 BT입찰평가단 5명들은 월요일 본사 울산에서의 미팅 참석을 위해 3사람은 지난주 금요일에, 2사람은 토요일에 모두 떠났다 . 나는 입찰평가단의 수장격인 BT사 Mr. Christie씨가 토요일에 떠날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내가 히드로공항이라고 나가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할까도 생각도 해보았으나, Privacy를 중요시 생각하는 이사람들의 문화로 판단하건대 오히려 역효과라고 판단하여 나가지 않았다. 옛날에 프랑스에서 플랜트공사를 담당하는 동료 한 사람이 BUYER측에서 나오지말라는 것을 과잉친절로 공항에 마중 나갔다가 부인이 아닌듯한 젊은여자와 같이 나오는 바람에 상당히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어쨋든, 5사람중 몇사람은 한국방문이 초행인 사람도 있고해서, 그분이 묶을 호텔예약도 몇번이나 다짐하며 챙기고, 김포공항을 거쳐서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이후 본사에서  차질없이 공항 Pick-up하여 잘 수발하도록 챙기는 일은 소홀해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이런 종류의 BUYER들, 즉, 선박을 주문하기 위한 선주들, 플랜트공사 입찰 평가를 위한 평가단들, 향후 공사를 발주할려는 취지로 공사을 답사하어오는 외국손님들, 계약차 우리 회사를 방문하는 선주들, 또 건조된 선박이나 플랜트제품이 출하 할 때하는 명명식등 행사를 참석하러오는 손님들 등  하루에도 몇십명 사람이 오는 경우도 있듯이 항상 외국손님들이 붐빈다. 지금도 그렇듯이, 우리 현도중공업 공장이 한 지붕아래에서로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이다. 20,000만여 종업원이 아침에 같은 시간에 출근을 우르르하는 장면은 장관중에 장관이다. 당시에 이런 우리 공장을 오는 외국손님들이 올때마다 3번 크게 놀랜다는 농담이 있었다. 즉, 처음에는 공장의 엄청난 규모에 처음 놀래고, 두번째는, 이런 큰 조직체가 각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같은데 도무지 organize도 제대로 안 되어있고 뒤죽박죽 돌아가는 듯해서  한심해서 놀래고, 3번째는 그런대도 불구하고 딱 날짜만 되면 그 사람들 요구한대로 틀림없이 만들어 갖다 놓아준다는 것이다. 아마 당시의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수준이 요즘에 비하면 아직 주먹구구식이 많은 것에 대한 우리끼리의  농담에서 나온 이야기인듯 하다. 

 ethet.jpg
템즈강 다리에서  건너다 보이는 국회의사당 모습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주회사 입찰평가단들도 이제 영국을 떠난 후라 홀가분하다. 내가 스코틀랜드 출장갔을 때 터졌던 세무감사도 다른 정보토을 통해 알아본 결과 전혀 외압이 있있던 것이 아니고 내부 계획된 불시감사였다 한다. 나의 홀가분한 마음이 마치 4월 런던의 동네 동네마다 피었던 벚꽃이 이제는 모두 꽃잎이 떨어지고 누가 쓸어주기만 기다리는 심정이다. 
나는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침에 사무실을 잠깐 들린후 점심시간전에 런던시내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런던 시티에서 선박브로커회사에서 근무하는 후배를 만나서 점심을 먹은 후, 런던 테임즈강을 걸을 예정이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을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흘러가는 강물을 다리위에서나 강변에서 쭉 쳐다보고 있다보면, 밤에 구름속에 뜬 달을 보듯이, 내가 흘러가는지 강물이 흘러가는 지 헷갈린다. 아니 세상이 흘러가는지, 세월이 흘러가는지  뭔가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든다. 강물중에 우리나라 한강은 너무 넓어서 강 기분이 안나고, 또 파리 세느강은 너무 좁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주위 경관이 오히려 산만하게한다. 그래서 나는 강폭이 적당하고 다리주위가 산만하지 않은 런던 테임즈강을 참 좋아한다.  테임즈 강 다리위에서 편안하게 고개들어 파란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한번보고, 저 넘어 런던시내 시카이라인을 한번보고 또 발아래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한번 내려다 보다보면, 마음도 맑아지고 마음도 개운해진다.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생긴다. 
나는 Charing Cross역에서 남쪽 강변을 이어주는 Hungerford다리위에서 런던 5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른쪽 건너편  Waterloo 다리위를 지나가는 빨간 이층버스도 보고, 또 왼편 건너편 마치 강을 따라 장난감 로고를 박은 듯한 국회의사당 건물을 본다. 그러다가 런던시내에서 우뚝 눈에 띄는 Paul성당 돔을 보고는, 저기 성당에 가서 1파운드 초를 사다가 꽂아놓으며, 이번 입찰 잘 되어라고 기도나 하러가야 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전번 골프연습장에서 알게된 목소리가 예쁜 일본 식당 마담 다미노상이 새로 개업했다는 토텐함코트 역 근처 일식선술집에 들러서, 덴뿌라를 놓고 정종이나 한 잔 해야겟구나 마음먹는다. 
이제 한 달후면 입찰발주가 결정될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 待天命), 즉 사람은 진이 빠질때까지 노력을 다 한 후, 이제 하늘의 명 령을 기다린다는 말이다. 

< 다음 10편으로 계속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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