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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와인, 비오(Bio) 와인, 네츄럴(Natural) 와인, 비오디나믹(Biodynamic) 와인...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런 용어들은 요즘 와인 업계의 세계적인 추세다. 관련 인증 마크는 와인 판매에도 큰 영향을 준다.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이런 마크가 있는 와인에 지갑을 연다. 

하나하나 뭐가 다른 건지 들여다보자.



와인칼럼03.jpg


< 사진 1. 다양한 와인 인증 마크 >


‘비오 와인’은 비오 인증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비오 와인 마크를 받을 수 있는데, 주로 포도 농사에만 국한된다. 양조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살충제, 제초제, 비료의 사용 등 밭농사에 제한이 있다. 유기농 와인은 비오 와인의 우리식 표기이다. ‘비오디나믹 와인’도 비오 와인과 같이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데 밭농사 뿐만 아니라 양조 방식에도 그들만의 규정이 있다. 비오와 다른 점은 천체력을 사용하고 소뿔에 담은 천연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의 에너지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예를 들면 한 달에 두 번 달이 뜰 때 두 번째 달이 뜨는 시기에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을 택해 와인의 여과 작업을 하면 불순물이 적고 더 맑은 와인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미신적인데, 비오디나미 생산자들은 이 방식이 굉장히 논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네츄럴 와인’은 이들보다 더 자연에 가깝게 만들어진 와인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협회도 없고 지정된 가이드라인도 없다. 내가 네츄럴 와인이라 우기면 그만인 지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보졸레 Beaujolais에서 전설의 네츄럴 와인이라 불리는 도멘 마흐셀 라피에르 Domaine Marcel Lapierre를 방문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네츄럴 와인에 대해 들어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네츄럴 와인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들은 당장에 네츄럴 와인이라는 말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츄럴 와인’이란 용어는 80년대 마흐셀 라피에르 씨가 처음 사용했던 말이라고 한다. 당시 보졸레 지역에서 5명의 와인메이커들이 모여 새로운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었는데, 그들만의 농사법과 양조법을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다가 네츄럴 와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도멘을 창시한 마흐셀 라피에르씨의 사망 후 현재는 그의 아들 마티으 라피에르, 딸 까미 라피에르 씨가 도멘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까미 라피에르 Camille Lapierre 씨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와인칼럼02.jpg 

< 사진 2. 까미 라피에르 > 


까미 씨는 ‘네츄럴’이라는 단어 때문에 다양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 포도가 저절로 ‘네츄럴’한 와인이 되니 네츄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을 안 하는 ‘게으른’ 와인메이커라고 여겨진단다. 실상은 첨가물 없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네츄럴 와인은 ‘무 첨가물’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별히 아황산염(SO2)의 사용 여부로 네츄럴 와인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황산염은 와인뿐만 아니라 각종 견과류, 건과일 등에 널리 사용되는 식품 보존제인데 일반적인(컨벤셔널) 와인에는 사용되고 네츄럴 와인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몇몇 네츄럴 와인 신봉자들은 일반 와인을 마시면 그 안에 함유된 아황산염으로 인해 즉시 두통을 느끼고 다음 날 숙취를 겪는 데 비해 네츄럴 와인은 한 병을 다 마셔도 다음날 괜찮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저가 컨벤셔널 와인은 아황산염을 비롯한 각종 화학 첨가물이 사용되었을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공장식으로 대량 생산 하는 와인도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와인을 마신 후엔 두통이 올 수도 있다. 


까미 씨에 의하면 네츄럴 와인이라 불리는 그들의 와인은 가능한 한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고 있다고 한다. 꼭 필요할 경우 미량의 아황산염을 사용할 수도 있단다. 까미 씨는 아황산염의 사용 여부로 네츄럴 와인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소금도 적당히 쓰면 보존제, 많이 쓰면 독이듯 아황산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비오 와인, 비오디나믹 와인이라는 용어들은 90년대 후반 인증 협회가 생기면서 대중화되었다. 덕분에 무분별한 화학 첨가물의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늘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간 자연에 충실한 와인을 만들어 온 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인증 마크가 없으면 유기농이 아니라는 인식 덕분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몇몇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협회에 큰 비용을 내고 인증마크를 획득하기도 한다.


까미 씨는 이런 와인의 구분법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보였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와인은 맛있어야 하고, 내 혀를 믿고 그 맛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와인을 두고 건강에 좋은지 아닌지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술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임주희 칼럼 리스트 

jhee12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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