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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4 06:40
문화가 기우는 나라는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
조회 수 1818 추천 수 0 댓글 0
최근 미국의 주간 타임지가 프랑스 문화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특집 기사를 쓴 것에 대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영국의 가디언지에 그 내용을 반박하는 글을 실었다. 레비는 타임지의 글은 프랑스보다는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비꼬았다. 레비의 글을 간추려 싣는다. 문제는 프랑스 문화의 상황에 혹독한 판결을 내린 타임 기사가 맞느냐 틀렸느냐가 아니다. 나는 그 기사가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프랑스 예술가가 변방에 있고 정체되었고 자기도취에 빠졌고 자기 안에 갇혀 있다. 이런 비판을 듣는 것은 기분 나쁘지 않다. 설령 이런 비판이 과장되었고 프랑스가 만들어내느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것을 부당하게 무시한다손 치더라도 훼손당한 자부심에 발끈하여 독설을 퍼붓는 프랑스인의 허세보다는 나는 그런 비판이 마음에 든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초상화를 볼 때 우리는 그 그림이 모델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 못지않게 그 그림이 화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타임지에 실린 글을 쓴 사람이 품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서 따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고정관념 1: 한 문화(여기는 프랑스 문화)의 건강을 재는 잣대는 그것이 주류 문화(여기서는 미국 문화) 주류의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키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문화는 시시한 문화다. 미국에서 갈채를 받지 못하는 문화는 별볼일없는 문화다. 따라서 좋은 영화는 미국처럼 자꾸 속편이 나오는 영화다. 타임지 필자가 미국 헐리우드풍의 영화를 만드는 뤽 베송 말고는 괜찮은 프랑스 영화감독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고정관념 2: 미국인은 늘 옳다. 미국인은 인재는 귀신같이 알아본다. 정말로 그런가? 그래서 천재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볼티모어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절규했는가?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체럴드는 냉소와 무시를 당하면서 책도 제대로 못 내고 미치광이 취급을 받다가 죽었는가? 다른 나라도 사정은 같지만 재능 있는 미국 현대 작가들이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기 나라에서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고정관념 3: 예술은 사실은 예술산업이다. 문화는 사실은 문화시장이다. 또다시 영화를 예로 든다. 뛰어난 영화는 관객을 많이 끌어모으는 영화다. 창작지원금이라는 가당치 않은 소리다. 시장이 없는 예술은 존립 가치가 없다. 팔리지도 않는 작가가 뛰어난 작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에드거 앨런 포의 예를 들 수밖에 없다. 포의 작품은 생전에 몇 권이나 팔렸던가? 천재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시집은 몇 권이나 팔렸던가? 고정관념 4: 예술은 과학과 비슷하다. 예술작품은 일종의 과학이론이다. 과학이론은 단순명쾌하고 쉽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모든 언어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미국인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거부하는 책은? 셀린이나 프루스트 같은 프랑스 작가, 카프카 같은 체코 작가, 조이스 같은 아일랜드 작가가 제대로 번역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들이 뛰어나지 못한 작가라는 증거다. 예술은 과학처럼 보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5: 위대한 작품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언어를 쓰는 독서시장에서 바로 인정을 받는다. 라신과 몰리에르가 17세기에 벌써 당시에 문호로 인정을 받았다는 소린가? 어처구니가 없다. 타임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글이 프랑스 문화에 대해서보다는 미국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불안감과 초조감이 묻어난다.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느껴진다. 결국 타임지의 글은 프랑스 문화의 몰락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주류 문화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하는 문화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글은 사실은 미국에 대해서, 그리고 스페인어, 또는 중국어, 또는 아시아의 다른 언어가 부상하면서 미국영어가 더이상 모든 규준을 정하는 보편어로 통용되지 않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말해준다. 프랑스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은 미국의 이야기인 것이다. 타임지 기사 내용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200여편의 영화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영화는 국내시장을 겨냥한 애교스러운 소규모 저예산 영화다. 프랑스 영화 시장의 절반은 미국 영화가 차지한다.” “프랑스의 현대 미술품 경매시장은 세계시장의 8%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50%와 30%를 차지한다.” “프랑스 음악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털어 연간 17억달러 규모에 이르지만 국제적으로 알려진 프랑스 가수는 조니 할리데이 정도를 빼놓으면 거의 없다.” “프랑스 요리를 아는 미국인은 많지만 프랑스가 뛰어난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0%밖에 안 된다.” 유로저널 단독 프랑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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