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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8.27 01:39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0): 레옹(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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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읽기 (20):  레옹Leon



감독 : 뤽 베송

주연 : 장 르노(레옹), 나탈리 포트만(마틸다), 게리 올드만(스탠스 필드)

개봉 : 1995년 2월, 재개봉 : 1998년 1월, 3차 개봉 : 2013년 4월


현대사회는 선과 악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 종교적 차원에서의 선과 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국가의 사회구조 속에서 선과 악에 대한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다. 


선에 대한 고전적 해석은 국가였으며, 국가로부터 임명받은 자들이 선의 기준이었다. 반면 악은 국가에 반역하는 행위나 국가로부터 임명받은 자들을 역행하는 것이었다. 


우리민족은 천년이상을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백성이 가야할 선의 길임을 가르쳐 왔으며 그것을 역행하는 자는 악한자의 집단에 속하거나 현대적 표현은 좌파에 속하게 된다. 


좌파는 무엇이고, 우파는 또한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 기준 된다는 것인지,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법 없이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혼란이 가중 될 뿐이다.


21 Leon 1994.jpg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한다. 


권력자에게도 그 권력을 안겨준 풀뿌리 민주주의 주인인 국민에게 공평해야 한다.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으며 법아래 짓밟히는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법치국가가 가진 보편적 진리이다. 


그러나 법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생겼을까, 돈이 있으면 죄 될 것이 감형되거나 무죄가 되고, 돈이 없는 자는 작은 죄도 큰 죄가 된다. 


‘빅토르 위고’는 1862년에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을 발표한다. 


21-2.jpg


그 소설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엔 장발장(Jean Valjean)으로 소개되었다.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다. 


그 결과 19년간 감옥살이와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그를 변호해줄 변호사가 약간의 권력자만 있었다면 소송이 될 만한 사건이 아니었음에도 장발장을 변호해줄 권력자가 없었기에 그는 살인이나 중범죄자들만이 격어야 했던 노역을 살았다. 


이 소설은 당시의 법이 그만큼 혼탁해 있음을 소설로써 간접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법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점은 공평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 깨끗하다 하지만 법복이 검은색으로 어두운 것처럼 뭔가 숨겨진 검은 뒷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법의 기준이어야 하고 국민들을 향해 공평해야 할 대법관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의 양심을 팔았던 역사 현장에 국민들은 법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시대에 봉착해 있다. 법은 권력의 시녀가 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자유와 평등, 정의는 법의 기본정신이다.


21-3.jpg


그런데 한 번도 모든 국민들에게 자유하게 하지 않았으며 평등하지도 정의롭지 않았다는 증거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권력의 치마폭에 쌓여 시녀노릇을 해 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제가 확신하건대 법원이라는 조직은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YTN뉴스)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하늘과 같이 신뢰하고 따를 것이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난 이후에 권력자들과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장발장의 내용도 법의 불공평함에 관함이라면 세 차례나 개봉될 만큼 인기 있는 영화 <레옹>도 오락성 영화이지만 법의 불공평함을 고발하고 있다. 


준엄해야 하는 법의 초기 집행관인 경찰은 오히려 청부 살인 업자인 주인공 레옹보다 더 악한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다.


법은 가치중립이어야 한다. 


가진 자에게도, 혹은 그렇지 못한 자에게도, 그러나 레옹의 앙숙이 된 경찰은 오히려 악의 집단보다 더 악한 존재가 되어 죄 없는 어린아이까지 포함하여 일가족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죽인다. 


레옹을 사랑했던 12살 소녀는 그 틈새에서 살아남는다. 레옹의 옆집에 살았던 이유만으로 소녀 ‘마틸다’는 레옹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그리고 가녀린 소녀의 손에 총이 들려지고 레옹의 뒤를 이은 청부살인업자 훈련을 받게 된다.


12살 소녀 마틸다가 처음 레옹을 만났을 때 이렇게 물었다.

“사는게 항상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

레옹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언제나 힘들지…….”


레옹 역시 불운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언제나 흰 우유만을 마신다. 그것은 아직도 그가 청소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레옹은 청부살인의 교육을 받고 19살에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의 정신 연령은 순수했던 청소년 그 시대에 스스로 머물게 하고 있다.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킬러가 되기로 결심한 소녀 주인공은 복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마틸다가 그토록 죽이고 싶은 사람은 법의 기준이어야 할 현직 경찰관이다. 마약에 중독된 경찰 ‘스탠드 필드’는 광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등장하여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관객의 눈을 완벽하게 사로잡으며 악역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영화는 시대를 품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도 아니면서 역사를 담고 있고, 현실과 무관하면서도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를 통하여 세상을 본다는 것은 다소 위험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영화를 통해 이해되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는 오락성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왜곡된 현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픽션화시켜 고발해 내고 있다. 


법을 옹호하고 국가편에서 영화가 제작된다면 관객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에게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은 수십억 원의 국가 예산을 지원하여 대통령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제작하라는 문건이 발견되어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법이 자기 위치를 잃어 버렸을 때 순수한 소녀에게 권총이 들려지게 된다. 


레옹 역시 소년시절에 사람을 죽여야 하는 훈련을 받았던 것도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자기 지위를 망각했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레옹은 언제나 누워 잠을 자지 않고 언제라도 집을 수 있는 위치에 총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잘 만큼 불안하게 살았다. 


소녀를 만난 이후 그는 처음으로 침대에서 잠을 잔다. 그러면서 이런 고백을 한다. <나도 행복해 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 꺼야> 이 고백은 어쩌면 법의 위치를 망각한 시대에 겪어야 하는 평범한 국민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이다. 레옹은 소녀를 지켜내기 위해 비리경찰과 맛서 싸우다 죽는다. 


그리고 그 경찰도 함께 죽는다. 소녀는 레옹이 아꼈던 뿌리 없는 작은 화초를 학교 정원에 심는다.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그 작은 소망은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국가 기관이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았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실적 소망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http://jvcc.org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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