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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8.09.10 02:55
AOC Bellet -Domaine de Toasc 방문기(Nice winery 세번째 이야기)
조회 수 961 추천 수 0 댓글 0
스삐쪼(Spizzo)씨와의 의미있었던 만남을 뒤로한채, 막 떨어져가는 해를 억지로 붙잡기라도 할 듯, 다음 목적지인 domaine de Toasc으로 급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마 두 winery가 무척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꺼예요.겨우 좁은 길 몇개,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같은 AOC Bellet이지만. 방문을 끝내고 시내로 들어갈 때,어떻게 둘이 달랐는지 개인적인 느낌을 말해줄래요?”나를 안내해 준 Bernard씨의 제안이었다. 갑자기 20년만에 Nice에 이례적으로 내린 폭설로 좁고 경사진 굽은 산길을 조심해서 내려간끝에 도착한 domaine de Toasc은, 그리스 신전의 네 기둥을 현대적으로 응용하여 지은, 아늑한 느낌을 주는 붉은 건물이었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은은한 불빛이 말없이 쌓이는 하얀 거울눈을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역시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 도멘(winery)이었지만, 그래도 스삐쪼씨네 와이너리보다는 낮은 해발고도에 위치하고 있었다.잘 정돈된 시음장소, 가지런히 준비된 시음와인들. 그리고 주인장 베르나르 니꼴레띠( Bernard Nicoletti)씨의 함박꽃 미소를 머금은 환영인사. 약간은 장난스러운듯 호탕하게웃는 그 모습. 만약 개구장이 피노키오의 절친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막 시음을 하려는 순간, 한 떼의 중국인들이 왁자지껄 큰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다. 시음을 위해 입가심으로 준비해두었던 스넥들이 그토록 빠른 시간에 기적처럼 동나는 광경을 보고 우리는 그들이 간 후에 조용히 시음하기로하고 먼저 winery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주위를 둘러싸고있던 크고 작은 철골로 된 조각작품들ㆍ 단순함과 날렵함이 인상적이었다. 왜이렇게 미술작품들이 많은거람? 아니나 다를까 주인장 베르나르씨는 에꼴 드 니스(L’ECOLE DE NICE)라고 불리우는 니스지역을 중심으로 1960년대와 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던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미술분파의 지속적인 열렬한 후원자이며 그들의 작품을 개인소장하여 일반인들에게 전시회를 여는 형태로 작품에 대한 느낌을 함께 공유하는 세미나도 이 와이너리에서 자주 주관한다고 나와 동행해준 또다른 베르나르씨가 설명을 해줬다. 이 예술가 그룹에 대표적인 토박이 니스인은 IKB (INTERNATIONAL KLEIN BLUE) 즉, 자기 자신의 이름을 따서 특허낼 정도로 과감하게 파란색을 화폭에 아낌 없이 표현하고 심장마비로 요절한 이브끌랭을 들 수 있다.’에꼴 드 니스’에 속한 예술가들 작업의 공통적 특징은 일반인의 시선으론 좀 난해한것들이 많다. 예를들어 플럭서스(fluxus) 즉’흐름’,’움직임’,’끊임없는 변화’를 의미하는 참신하다못해 진보적인 예술가들이 한 축을 이룬다. 그들은 수많은 대중 앞에서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부수는 행위를 통해 우연에 의한 조작이나 비고정성, 목적이나 방법을 규정치않고 예술가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여서 그들의 작품을 발산하고 공연하는 방법을 통해서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적인 예술혼을 불살랐다. 자랑스런 한국인 백남준씨 또한 플럭서스(fluxus)의 한 맴버였다. 덧붙여, 이 실험적 미술분파는 때로는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하여 화폭을 과감히 떠나 천이나 틀을 중요한 재료로하여 이론과 실재의 불일치를 표현하는 SUPPORT SURFACE 의 형태로 그들의 난해한 현대 예술(PROBLEMATIQUE CON-TEMPORAINE)의 개념을 표출하였다. 때로 이들 예술가들은 꽃무늬 천을 불로 태워 뚫기도한다. 예술 행위로써 말이다. 이 곳에 오기 하루 전에, 추운 날씨탓에 전혀 의도치않게 니스 현대 미술관(MAMAC)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고 온 보람이 있었다. 그의 설명이 생생히 와 닿았다.니스파의 작품들은 왠만한건 거기 다 있었으니까. 중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의순간. 화이트와인 두 종류와 로제와인. 그리고 레드와인을 시음하고 두명의 베르나르와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였다. 와이너리가 해발고도 높게 위치한 탓인지 기분좋은 산도(ACIDITY) 덕택에 와인은 가볍고 산뜻했지만 그와동시에 골격(structure)또한 살아있어 선이 뚜렷한 매력이 있었다. 산에 위치한 이유로 저절로 입은 혜택이라고 해야할까? 일반적으로 해발고도가 높을수록 알콜돗수는 낮아지고 산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날렵한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자연스레 산도가 보존되고 더불어 산의 경사면은 와인의 미네랄(minerality)항을 더한다. 물론 와인 양조법과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앞서 살펴본 스삐쪼(Spizzo)씨네 와이너리보다 고도가 낮은 관계로, 베르나르씨네 와인들이 조금더 풍만했고 그래서 좀더 둥글 둥글 여유있는 느낌을 주었다. 고도에 따른 와인 미각의 차이점을 온몸으로 느낄수있었다. 모과를 얇게 저며 말려놓은듯한 향, 잔잔한 감귤류의 느낌속에 신선함을 전해주는 민트와 레몬향,그림자같이 조용히 음영을 더하는 견과류의 내음과 노랗고 하얀 들꽃으로 꽃다발엮은 듯한 화이트 와인, 니스 토착 품종 브라께(braquet)의 비중을 높힌채 약 30프로는 그르나슈 품종을 혼합한 로제와인은 반짝이는 연어빛깔을 뽑내며 바다내음이 살짝 담긴 볼륨감과 편안함을 주는 감초향으로 나로하여금 곤드레나물을 가득 넣은 비빔밥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이 와인, 진짜 힌국음식 생각나게 만드네요. 매력적인 감초향 때문인거 같아요.”동쪽으로 좀 더 가면 나오는 동네 론(RHONE)에서 쌍소(CINSAULT)나 무베드르(MOUR-VEDRE)와 결합한 후 나타나는 맛보다는 조금더 볼륨감이 느껴졌던 인상적인 와인이었다.”오 그래요? 안그래도 파리 한국 식당의 주인께서 우리 로제 와인을 서비스하신다며 주문하셨었죠. 매운 한국음식과도 잘 어울릴겁니다. 당신이 한국인으로는 우리 와이너리에 두번째 방문이세요..”흥분한듯 주인장 베르나르씨가 대화를 이어나갔다.”이 와인도 좀 맛보실라우?”그가 친근하게 웃으며 건넨 화이트 와인의 라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칠판에 하얀백묵으로 꾹꾹 눌러 쓴 듯,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투박함이 맘에들었다. “루 뱅다끼”(Lou vin d’aqui)라고 씌여졌는데 그 뜻은 르 뱅디씨(Le Vin d’ici), 즉”현재 혹은 지금 이곳의 와인”이란 뜻의 니스지방 토속어이다. 쉽게 말해서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는 이 지역의 IGP급 와인이라는 뜻이다. 보관 기간이 길어야 한 오년쯤 되는, 아주 대중적인, 부담없이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라벨은 앞에서 소개했던 에꼴 드 니스(L’ECOLE DE NICE) 예술가중 한사람이었던, 벤(BEN VAUTIER)의 작품으로 지역의 예술가와 토속품종의 포도가 지역 와이너리에서 유쾌하게 만나 이룬 지방색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나로하여금 하얀 앞치마를 두른,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과 투박한 손을 가진 넉넉한 체구의 시골 아낙네를 연상시킨 와인이었다. 이 와이너리는 다합쳐봐야 12헥타. 그 중에 단지 7ㅡ8헥타만이 와인 만드는 포도를 키우는데 쓰여진다. 그래서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 2헥타에서는 올리브 오일을 만드는 올리브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의 주된 토양성분역시 역암층( POUDINGUE: 모래ㆍ자갈ㆍ진흙이 섞여 단단해진 지층)이고, 주인장 베르나르씨는 옴브리아에서 이주한 이탈리아계 이민3세로 그의 아버지때부터 대를 이어 공항 터미널 건설같은 대형 건설 국책사업(travaux publics) 참여업체를 운영했던 기업가였다. “베르나르씨! 당신에게 와인은 무엇인가요?” 호탕하게 웃으며 씩씩한 목소리로 그는 대답했다. “제 인생의 3막을 이끌어가는 좌우명이죠. 어려서는 공부요,(ETUDE) 장성해서는 기업가(ENTREPRENEUR)로 살았죠. 그리고 지금은 포도재배자(VITI-CULTEUR)의 삶을 살고있어요. 와인은 제게 있어 벗(LES AMIS)이고, 나눔(LE PARTAGE)이며 또한 주고 받음( L’EC-HANGE)입니다. 와인을 매개체로 우리들은 친구들과 어떤 음식을 힘께 먹고,적어도 삼십분 이상은 서로의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죠. 또 밀이나 옥수수같은 곡물은 매 해 똑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해마다 달라요. 아주 변화 무쌍하죠. 매력적이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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