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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10.29 20:46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8): 아저씨
조회 수 1749 추천 수 0 댓글 0
감독: 이정범 주연: 원빈(차태식), 김새론(소미) 개봉: 2010년 8월 인생은 각자 주어진 틀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 틀이 때론 부조리이며 불합리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을 공평하다 말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보다, 정직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오히려 성공의 정상에 먼저 올라 깃발을 자랑스럽게 흔들 기도 한다. 세상이 왜 공평하지 않을까? 인류의 시작부터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분명한 사실은 주어진 인생의 모습이 어떠하든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한다. 존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다. 간혹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들려오는 소식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잔인한 살인마가 되는 것은 그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요인에서 온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편이다. 그런데 그 사실은 인간은 끊임없이 망각한다. 자기보다 연약한 사람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짓밟으려는 것이 인간의 악한 심리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다. 강서구 PC방 살인은 톱뉴스를 차지했다. 21세의 PC방 종업원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그래서 그가 저지른 형벌에 대해 '심신미약' 으로 감형을 해 주었다는 보도에 국민들이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쇄도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에 전 국민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떠안아야 했다. 심신미약은 중범죄자들의 단골메뉴였다. 알코올, 마약,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더 분노케 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 역시 불편하다. 피의자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경찰들이 에워싸서 강력범죄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질 때 국민들은 때로 절망하기도 한다. 그 절망은 보호받을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않아도 될 사람이 지나치게 보호받는 인권에 부조리 때문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는데 왜 이런 극단적인 강력범죄사건이 발생하는가? 풀리지 않는 숙제를 온 국민이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범죄는 더 잔인해진다. 그런 이유는 대중매체의 영향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제도에도 문제는 있다. 정치인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사회지도자들 역시 존경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그들만의 아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 아성에 흘러나오는 것은 사회문제가 되는 갑질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골 메뉴는 갑질로 인한 존중받지 못함에 대한 앙갚음이다. 물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이라면 생각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대중매체, 특히 영상에서 담아내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끔찍한 사건을 다룬 것은 인간의 마음을 둔화시킨다. 거친 욕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에는 거북했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재미에 빠져든다.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야 하는 영화 역시 생명의 존귀함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충분하게 하고 있다. 영화의 부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 <아저씨>는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외로운 창살에 스스로 갇혀 사는 주인공 차태식(원빈)은 전당포를 운영하며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간다.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과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 그의 전직은 특수요원이다. 그에게 유일한 벗은 초등학생 소미(김새론)다. 몇 천원에 신곡을 다운 받게 하는 것으로 그들의 끈은 연결되어 있다. 영화의 시작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만큼 단조로운 틀에 갇혀 있다. 소미의 엄마는 직업여성으로 마약을 훔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훔친 마약을 카메라 가방에 감춰 전당포에 맡긴다.
잃은 마약을 찾기 위한 범죄 집단의 움직임, 그 집단을 잡기 위한 경찰들의 발 빠른 행동의 소용돌이에 전당포 아저씨는 휘말리게 된다. 두 집단이 차태식의 등장에 의아해 한다. 경찰은 경찰대로, 범죄 집단은 그들 나름대로 갑자기 끼어든 전당포 주인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태식은 단호했다. 옆집 아저씨이기에 납치된 소미를 찾아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인다. 거칠고 잔인한 인간미를 찾을 수 없는 범죄 집단들을 소탕해 내는 순수 청년 태식을 그려낸다. 그의 소원은 소미를 안아보는 것이다. 그의 부인이 죽기 전에 고백했던 것처럼 순수함의 결정체를 이룬다. 세상은 악할지라도 그 순수함은 잃지 않는다. 어린 소녀를 구해내는 것으로 어른들이 저지른 만행을 갚으려 한다. 처음부터 무겁게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 반면 <아저씨>는 가볍게 시작한다. 전당포, 그 주변을 맴도는 소녀, 강력 범죄의 흉악한 범죄 현장 조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당포를 둘러싸고 잔인한 살인이 벌어진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약, 아동인신매매, 장기매매의 중범죄자들이 소탕된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옆집 아저씨 혼자 해결한다. 통쾌하다. 그 통쾌함이란 완벽한 승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는 사람의 의식구조를 지배한다. 현실 세계에서 넘어설 수 없는 일들은 영화 안에서 만들어지고 완성된다.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범죄자들이 완전 소탕되지 않는 것에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통하여 범죄자들의 씨를 말려버리는 통쾌한 액션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요인이 된다. 세상이 영화와 같을 순 없다. 또 같아서도 안 된다. 그러하지만 영화를 통하여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얻어야 만이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다. 단지 옆집 아저씨이기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사회라면 살기 좋은 세상임이 분명하다.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라면 더 이상 심신미약이라는 핑계를 되지 않고 죗값을 치룰 수 있는 사회풍토가 되지 않을까. 다음세대들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회를 어른들이 만들어 선물해 주어야 한다. 기존 세대는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받지 못했다. 아직도 당파싸움, 계파싸움과 같은 이름만 다를 뿐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이웃이기 때문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는 무지개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존재한다. 그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아저씨>는 그것을 내게 말하고 있다. 옆집에 살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 거대한 가족 공동체인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떠올랐다. 그것은 그가 느꼈던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이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세상을 이렇게 노래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옆집 아저씨 '차태식'은 소녀 '소미'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 주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영화가 내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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