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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성의 시사 칼럼
2019.03.11 19:45
여성 참정권과 유리천장(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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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성의 시사 칼럼 (9회) 여성 참정권과 유리천장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1909년 2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사회당’이 여성의 날을 제창한 후, 1910년 8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는 여성의 날을 매년 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다음 해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100만명 이상이 여성의 날을 기념했다고 한다. 나라마다 날자를 달리했던 여성의 날은 1914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에서 3월 8일로 통일이 되었다. 그리고 1917년 구 소련에서 볼쉐비키 혁명 후 세계 최초로 3월 8일이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1967년경 페미니스트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3월 8일은 주로 사회주의 운동권과 공산주의 국가에서 기념되었으나 1975년 유엔이 이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공식 기념일이 되었다. 20세기 초 여성의 날 제정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성평등의식의 발전의 산물이다. 여성의 날 제정 시기 전후에 본격화된 여성운동은 남녀평등을 기치로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당면 목표로 삼았다. 런던에서도 1914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참정권을 주장하는 가두행진이 Bow 지역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있었는데, 좌파 공산주의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Estelle Sylvia Pankhurst’가 여성 참정권 획득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기 위하여 트라팔가로 가던 중 차링 크로스 기차역 앞에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와 편견 속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와 참정권 획득은 매우 더디게 진전되었다. 19세기 후반까지 극소수의 국가, 즉 핀란드, 아이스란드, 스웨덴, 호주 자치구, 미국 서부 등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되었을 뿐이다. 영국의 경우 1881년에 섬지방인 아일오브만 (Isle of Man)에서 재산을 가진 여성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한 적이 있다. 영국의 식민지 뉴질랜드에서는 1893년에, 남호주 식민지에서는 1894년에, 서호주 식민지에서는 1899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1901년 호주 연방 탄생 이후, 호주는 1902년 전국적으로 모든 성인에게 평등한 투표권을 부여하였다. 영국 본토는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이 되어서야 남성과 마찬가지로 21세 이상의 여성에게 동등한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1952년 4월 25일 지방선거 모습. 출처: 중앙일보)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제헌헌법에서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을 보장하였고, 그 후 수 차례 헌법이 개정되었으나 참정권이 변동된 적은 없다.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 독립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에서도 여성의 참정권이 쉽게 이루어진 나라가 없었다. 여성들의 강력한 행동과 희생 끝에 여성의 참정권이 성취되었다. 그러나 신생독립국의 특성상 국가 수립 초기에 수입되거나 이식된 민주주의의 형태를 갖추다 보니 치열한 노력과 희생 없이 남녀 모두 참정권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참정권의 소중함을 절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표를 고무신이나 막걸리와 바꿔 먹던 시절이 있었다. 2017년 6월 18일 강경화 후보자가 외교부장관에 임명됨으로써 헌정 사상 최초로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탄생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란 말끝에 최초의 비외교관 출신, 최초의 비고시 출신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강장관의 입각과정은 다 알다시피 순탄치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부 인사들은 그 자격을 폄하했고, ‘여객선 선장은 몰라도 항공모함 함장은 안 된다’는 발언도 나왔다. 청문회 당시 ‘왜 강경화가 타깃인가’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 ‘여성’에 ‘비고시’라는 건드리기 쉬운 약점이 있어서” 라고 분석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약점이나 결점이 아닌 것을 문제시 삼고 남성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나왔다. 시대가 흐르면서 여성의 지위가 다방면에서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유리천장 (glass ceiling)’이란 말이 우리 사회와 직장에 뚜렷이 존재한다. ‘유리천장’이란 말은 작가이자 경영자문가인 미국의 마릴린 로덴(Marilyn Loden)이 1978년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위를 보면 끝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투명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도록 막혀 있다는 의미이다. 2019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꼴찌인 한국은 남녀간 임금 격차가 터무니없이 크고, 경제활동 참여자의 비율도 남성이 79%인데 반해 여성은 5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하임 이스마일은 "남녀 차별이 해소되는 데 202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 여성은 나의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딸이다. 그러나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여성은 어쩌면 가장 저평가된 우량주인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절반이 좌절하고 희망을 잃는다면 이는 국가적 재앙일 뿐만 아니라 나머지 절반도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재성 jaesungha@yahoo.com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킹스톤 시의원 (Councillor of Kingston upon Th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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