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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07.08 19:22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8)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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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8) 타 워
감독 : 김지훈 주연 : 설경구(강영기), 손예진(서윤희), 김상경(이대호), 안성기(센터장) 개봉 : 2012년 12월 25일
사고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것을 막지 못하면 그것이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고로 발전한다. 15세기 영국에서 불렸던 구전 민요가 있습니다. 제목은 ‘못 하나가 없어서.’이다.
『못 하나가 없어서 말편자가 망가졌다네 말편자가 없어서 말이 다쳤다네 말이 다쳐서 기사가 부상당했다네 기사가 부상당해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나라가 망했다네. 단지 못 하나가 없어서 나라가 망했단 말일세.』
나라가 망한 원인은 못 하나라는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는 산업용 기계들을 전량 수입해 왔다. 독일제 기계가 최고로 가치가 있을 때 일화가 있다. 기계를 분해하여 다시 조립하면 신기하게 나사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온 엔지니어는 오히려 나사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무엇의 차이일까. 작은 먼지가 원인이 되어 인공위성이 고장을 일으킨다. 아무리 거대한 기계이고 최첨단 문명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머리카락 하나로 인하여 폭발하게 된다. 15세기 영국에서 불린 노래는 그 나라의 민족성을 잘 나타낸다. 그래서 건성으로 대충 대강 살아가는 것이 몸에 익은 사람이 살기에는 숨쉬기조차 힘든 나라가 된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더 높은 빌딩을 져야 하고, 더 깊이 땅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심해와 우주공간까지 지경을 넓혀간다. 초가집을 짓고 살 때는 불이 나면 집 한 칸 태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며 집 주인은 자신의 재산 전부를 잃기도 한다. 그러나 최첨단 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라면 건물 주인의 재산을 잃는 것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백 명,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문명의 발전은 마음을 둔하게 만든다. 안전사고에 둔감하게 된다. 기계만을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기계일 뿐이다. 기계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수 없다. 물론 공상과학영화에서는 기계 스스로 판단하여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이야기 일 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기계에 아무리 많은 예치 상황들을 저장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할지라도 기계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인들은 내비게이션의 의존하여 여행을 하고 길을 찾는다. 낯선 길을 갈 때 전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의지하게 된다. 실시간으로 교통량을 계산해서 빠른 길을 안내해 준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만약 어떤 구간이 공사를 할 경우다. 분명 차가 없으니 빠른 길이라며 그곳으로 안내했는데 길이 막힌 것을 기계는 분간해 내지 못한다. 그곳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내비는 지속적으로 그곳을 지나가도록 유도한다. 대충이라도 그 지역을 알게 되면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낯선 곳이라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계는 융통성이 없다. 통계, 저장된 기록만 따르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는 완벽하다 할지라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계맹신 시대의 사람들은 창의력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기본적으로 암기했다.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계로 이젠 자기 번호조차 가물가물한 것이 현실이다. 재난이 그러하다. 기계만을 의존하다 보니 사람들은 일을 등한히 여기게 된다. 그래서 나사 하나로 해결할 될 일을 등한히 여긴 결과 하늘에 닿을 만큼 높게 세워진 현대판 바벨탑은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그것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재난 영화는 현실의 삶에서 받아들이기 난해한 부분들이 있다. 지극히 제한적인 세트장에서 촬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우들은 그 엄청만 장면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상력만으로 실제의 상황처럼 연기해 내야 한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 세계에서 실존처럼 연기해 내는 것은 배우의 머릿속에 상상할 수 있는 재난의 크기만큼 연기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
2012년에 개봉된 한국형 재난영화 <타워>.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초호화, 최첨단 빌딩이 화재로 무너져 내린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준비한다.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인 ‘타워스카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건축공학으로 세워졌다. 주인공 대호(김상경)는 시설관리 팀장을 맞고 있다. 건물을 오픈 하는 기념으로 대대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눈이 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소방 헬기를 동원하여 하늘에서 눈을 뿌리는 이벤트 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최고로 화려한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 주인공은 작은 결함을 발견한다. 실내 경관을 헤치지 않기 위해 소화전 파이프를 옥외로 노출시킨 것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수십 층의 건물 밖에 노출된 파이프는 얼어붙었다. 만약 작은 화재가 날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물을 분사할 수 없게 됨을 팀장은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오픈 시간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았기에 모든 관계자들을 VVVIP를 모시는 일과 최고의 음식과 음악, 조명, 이벤트를 준비하는 일로 인하여 팀장의 지적한 것을 작은 일이라 여겨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인공의 예견대로 문제가 발생했다. 지극히 작은 문제였다. 주방기기가 가열되어 화재가 난 것이다. 그 정도의 화재라면 자동 시스템으로 화재는 진압될 것을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그런데 천정에 달려 있는 소화전 물이 쏟아지는가 하더니 금세 멈추게 된다. 파이프가 얼어붙었기에 실내 안쪽에 있는 물만 분사되고 더 이상은 분사할 수 없게 된다. 작은 화재가 큰 화재가 된다. 순식간의 일이다. 건물 구조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공기도 들어올 수 없는 진공상태였기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줄 만큼의 위협적인 화재가 발생한다. 사람 사는 곳에는 생각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 수습에 있다. 경찰청, 소방당국은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던 특별층만을 집중 공약하여 구조하기에 다다른다.
사람의 목숨엔 차별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론일 뿐이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이 입고 있는 사회적 옷으로 목숨의 귀중함을 구분한다. 이는 세상이 악해서만은 아니다. 사회 구조가 그렇게 발전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이는 어느 시대뿐 아니라 오고 오는 모든 세대는 그것을 답습할 것이다. 재난 영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고, 그 목숨에는 차별이 없어야 함을 배운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게 되는 것이고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이름 없는 그 한 사람을 살려 내기 위한다면 그 사람은 설혹 화마에 희생제물이 되었을지라도 사람들 마음에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 있게 된다. 건물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마와의 싸움을 벌일 때 한 여성이 소방관에게 외친다. 집에 우리 아이가 갇혀 있다는 것이다. 문을 무수고 불을 뚫고 들어갔더니 그 안에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소방관은 강아지를 구해 여성에게 안겨 주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묻고 있는 듯하다. 생명 위에 생명 없고, 생명 아래 생명이 없다. 사람의 생명은 다 소중하다. 그 생명을 보호하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다. 지극히 작은 것을 소홀히 여길 때 그것이 싹을 틔우고 큰 재해로 발전하게 된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생명을 앗아가는 악마가 된다. 지극히 작은 일을 충실하게 할 때 큰 인재를 막을 수 있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리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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