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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9.12.02 01:32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26) 니스(Nice)에서 만난, 부르고뉴(Bourgogne) 와인 만드는 의사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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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니스(Nice)에서 만난, 부르고뉴(Bourgogne) 와인 만드는 의사선생님 무질서의 형태로 널브러져 있는 것들이 어느 기준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고, 그것들에게 질서를 부여하는 척도와 시작이 된다는건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는 돌고, 이 지구상의 모든 시간의 변화는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를 따르는 까닭에, 우리들은 태양과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억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기준과 중심이 되기때문이다. 프랑스와인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세 가지 지역을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다.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그리고 상파뉴(Champagne). 이 지역들은 각각 프랑스 와인의 큰 중심축을 세워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와인은 결국 크게 이 세가지로 수렴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것이다. 보르도 와인을 관통하는 중심축은, 샤또(Châteaux)로 대표되는 영역(domaine)과 소유자(propriétaire)에 기반을 둔, 여러가지 포도 품종의 배합(assemblage)이라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도 페싹 레오냥에 위치한, 필자가 살던 곳에서 멀지 않았던, 샤또 오브리옹은 뽕탁(Pontac)가문의 소유였던 1663년, 최초로 포도원에 샤또(Château)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보르도 와인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이것을 롤모델로 , 미국 서부, 스페인 리오하, 칠레, 뉴질랜드 와이헤케섬 등에서는 오늘날 이 기준에 따라 고급 와인들을 생산한다. 이보다 조금 늦은 1668년, 상표(Marque)에 기반을 둔, 메종(Maison: 집)중심으로, 분할된 토지 구획으로 부터(Parcellaire) 각각 수확한 포도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배합(assemblage)하는 방식이(Cuvée) 상파뉴(Champagne)식 기준이 된다. 일설에 의하면, 샴페인(상파뉴의 미국식 표현 )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동 페리뇽(Dom Pérignon)'이라는 수도사는 (동 페리뇽은 수도사의 이름인 동시에, 유명한 샴페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수도원의 음식 저장고를 담당하던 직책을 갖고있던 그는, 시각이 좋지 못했지만, 대신 미각이 엄청 뛰어나서, 여러가지 배합 샘플을 맛보고 그 중 가장 맛좋은 샴페인의 조합을 골라내는데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부르고뉴방식은 1676년 이후, 현지 장소(lieu)를 기준으로 삼은 클리마(Climats)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부르고뉴 클리마'란 무엇인가? 그것은 특별히 포도주를 만드는 경작지와 관련해서 수세기에 걸쳐 사용되었던 명칭으로 각각의 소형 구획 (작은 밭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별로, 각기 다른 클리마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각 클리마마다 툭툭한 개성을 지닌 와인이 생산된다는 개념이다. 그 이유는 각각의 구획마다 토양의 구성이 틀리고, 지리적 위치라든가 기상학적인 조건, 역사적 배경, 생산방식의 노하우가 모두 다양하기 때문에 결과물인 와인은 이 모든 것들을 다 반영하여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띄게된다. 즉 보르도가 생산자 중심의 사또에 등급을 부여한다면, 부르고뉴는 밭별로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라 하겠다. 참고로, 부르고뉴 클리마는 등록된것만 1247개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모자이크같다고 표현해도 좋을듯 하다. 보르도에 살면서 와인을 공부하게되면, 자연스럽게 보르도 와인을 많이 접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와인에 대해서는 약간 소홀해 지는, 균형감각의 상실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팔월 초, 바캉스를 위해 떠났던 니스에서, 마티유 독쇼두와(Mathieu DORCHODOY)씨와의 우연한 만남은 보르도 와인에 치우쳐 있던 필자로 하여금 부르고뉴 와인과 샴페인이라는 또 다른 프랑스 와인의 축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켰던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와인만드는 마티유씨 부르고뉴와 상파뉴에서 각각 적포도주와 상파뉴를 생산하는 생산자이자 자유도시 게호( Commune Libre de Gairaut)의 시장을 역임했고, 포도원의 주인이자 경영자 이기도 한 마티유씨의 전직은 전도 유망한 의사였다. '온화한 모범생 이미지'를 가진 그와의 만남은 니스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의 주택이자, 술 저장고(chai)가 있는 높은 언덕, 전망좋은 테라스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포도원을 상속받자마자, 오로지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데만 매진하기 위해 잘 나가던 의사라는 직업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고 했다. 와인을 만들며 사는 것과 의사라는 직업은 왠지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워보였고, 그 간극이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 둘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마티유씨에게 질문하였다. ≪ 저는 의사로써 제가 했던 일과, 지금 와인을 만들며 사는 삶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의술도 그렇듯, 와인도 기술과 예술의 결합체가 아닐까요? 둘다 디테일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되고, 항상 주의깊게 모든걸 관찰하고, 결단도 내려야 해요. 시기를 놓치지않고요. 와인을 만들때, 많은 부분 자연에 의존하죠.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걸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충분히 도전해서 바꿀 수 있는 저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죠. 특히 기술적인 부분이 그렇죠. 포도 양조, 관리, 경영, 양조전문가와의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철학, 이 모든것들은 저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꿔볼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이죠. ≫ 그에게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내추럴 와인과 관련해서 질문을 해봤다. '아무것도 넣지않고 빼지않는다.' (Nothing is added and nothing is take away.)는 기본 철학에 의거해 만드는 내추럴 와인은 기존 와인과 비교해 야생이나 토종 효모의 사용, 살충제 사용의 부정적 시각, 또 양조과정에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무수 아황산의 사용을 최소화 하거나 아예 안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다른건 몰라도, 술피타쥐(sulfitage : 포도 또는 포도즙의 산화방지를 위해 무수 아황산을 투입하는 절차)에 대해서만큼은 저는 보수적인 입장이랍니다. 술피타쥐를 안한다? 그건 제겐 있을 수 없어요. 물론 너무 지나치게 투입하면, 와인에서 썩은 달걀냄새(oeuf pourri)가 나기도 하죠. 피노누아로 적포도주를 만드는 경우, 포도즙 1헥토리터당 5그람 이하라는 규칙에따라 그 절차를 꼭 하고 있죠. 산화방지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핵심이죠. 거기에 따른 엄격한 룰을 지킨다는건, 윗세대로부터 축척된 노하우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는 커다랗게 벽에걸린, 해부학 사진같이 복잡한 부르고뉴의 토양 성분, 등고선등이 표시된 지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환자에게 병의 증세를 설명하는 의사선생님처럼, 그가 생산하고 있는 와인과 토양, 그결과 나타나는, 와인향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본 로마네 (Vosne-Romanée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로마네콩티가 위치하고 있는 부르고뉴의 마을)에서는 세군데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 보시는것처럼, 언덕(Côte)에 위치한 레 보몽(les beaumonts), 이곳은 주된 토양의 성분이 모래(sableux)가 많아요. 아시다시피, 모래성분의 토양은 필록세라(포도나무의 잎과 뿌리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는 형태로 포도나무를 죽게만드는 곤충)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게 장점입니다. 에쎄죠(Echezeaux: 로마네콩티와 함께 묶어서 판매되는 최고급 보르도 적포도주를 만드는 포도밭) 와 바로 맞대고 있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이 세군데중 젤 질이 좋구요. 그 다음 쁘띠몽(Les Petits-Monts)인데요, 이곳은 세군데중 가장 높은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도가 좀 높고, 미네랄뉘앙스와 열매가 적은 붉은 베리(fruits rouges petits grains)류, 은은한 꽃향기, 커피향같은 복합적인 향미가 표현됩니다. 레 숌(Les Chaumes)은 세군데중 가장 밑에 위치하고 있는 밭인데 점토질 토양이라 긴 여운과 우아한 풍미를 가진 와인이 나오는 것 같군요. 이 외에도 부르고뉴에서 본 로마네 동네에 맞닿은 뉘생죠지(Nuits Saint Georges )마을의 부도(Les Boudots)라는 밭에서도 적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죠." 그의 설명을 들으며, 군데군데 벽을 장식하고 있는 와인 품평관련 상장들은 그가 얼마나 훌륭하고 성실하게 그의 일을 해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증표같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가 농업 공로수훈자'로 지정이 되어 받은 프랑스 정부가 그에게 수여한 훈장이 특별히 내 눈에 띄었다. (Chevalier de l'Ordre du Mérite Agricole). 그를 만나고 와서 검색을 해보니, 그의 와인은 한국인의 와인 구입에 아직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로 보르도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에) 미국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이미 좋은 점수를 받은 와인이 많았다는걸 알게되었다. 분명 나에게 그 사실을 자랑 할 법도 한데, 나는 그와의 대화에서 로버트 파커의 '로'자도 듣지 못했다. 점수를 떠나 대화를 통해 와인 생산자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그가 생산하고 있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pinot noir)와 좋은 와인에 대한 나의 질문에, 마티유씨가 한 대답은,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어서 옮겨 본다. "보르도에서는 훌륭한 양조가들이 이것 저것 다른 종류의 포도를 섞어(assemblage), 최대의 결과를 (맛있고 잘 팔릴 와인)내려고 하죠. 어느해는 여건이 좋지 않아 포도농사가 만족스럽지 않을때도 있고, 또 어떤 해는 기대 이상의 기가막힌 포도를 얻기도 해요. 그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죠. 그런데, 보르도에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을 자기뜻대로 휘두르려고(Manipuler) 하는것 같아요. 반면, 피노 누와 한가지로 만드는 부르고뉴의 적포도주는 순수(la pureté)함에서 돋보인다 생각해요. 한가지 품종은, 섞어서 이것 저것 단점을 가리고 화장해서 예쁜 얼굴만 보여주려는 보르도와는 달리, 그 해의 날씨나 그밖의 모든 것을 거짓없이 담아낸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주죠. 저는 좋은 테루아(Terroir: 포도 품종, 토양, 기후같이 와인을 만들기위한 전반적인 자연 조건을 칭하는 개념)가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와인이라고 인정받으려면, 그 와인의 색과 맛, 아로마(arômes)와 부케(bouquet)가 복합성(complexité)을 띄는 동시에 균형(balance)을 이루고, 긴 여운을 주면서(belle longueur) 그 와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unique)정체성(identité)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호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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