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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 후 '태권도 정'으로 극복한 
   스페인 프란시스코 중령을 만나 듣는다

          
코로나바이러스 타격으로 불과 몇 달 만에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전쟁 속 하나의  전투에서 적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했을 뿐이다.  

잔인한 적이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모르는데  우리는 어느새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로저널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받고 완치한  스페인 환자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 보았다.  

본인이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감염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내어 인터뷰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입원했던 환자들 중에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망했다.”
           “중환자실에서 13일 동안 나는 인위적 혼수상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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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Francisco Garrido  Mateos ,  직업은 스페인 공군 중령이며, 태권도 사범이다. 몇 달 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음압 병동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


2. 어디서 누구한테 감염됐다고 생각하는지, 
   감염경로는 알고 있는가?


감염경로는 모른다. 평소 활동적인 사회생활을 했던 편이라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는 나처럼 의심할만한 증상을 보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짐작이  안 된다.


3. 가족은 감염되지 않았나?


다행히도 가족은 감염 안 됐다.  솔직히 가족 중에 내가 겪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죽을 만큼 아픈 통증을 아내와 두 딸은 견디지 못했을 거다.  감염환자 중에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확진자도 있고, 나처럼  바이러스 증상이 분명하고 생명이 위험한 나쁜  경우도 있다. 

감염 이전에 나는  41년동안  병가를 쓴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으며, 술. 담배를 안 하고, 운동을 좋아하던 건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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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떤 초기 증상이 있었고, 중환자실에서 퇴원하기까지 상황은 어땠나?


확진 판정을 받고 총  34일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초기 증상은 미열이 있었고 몸이 불편하고 안 좋아, 전화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가정학 의사는 단순한  감기 몸살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틀 후 통증은 더 심해져, 열은 40도까지 오르고, 기침 발작과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실에 갔었는데 그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  내몸은 고열로 몸이 불타는 듯 했고, 가슴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듯한 압박감에  기침 할 때 마다 가슴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리고 목이 타들어 가서 갈증이 심했다.  음압 병실에 입원해서는, 동의 사인 후 바이러스를 없애는 독한 실험 약물을 투여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몇일 후 나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고, 새로 옮긴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17일 동안 있었는데 , 이중  13일 동안은  인위적 혼수상태에 있었다.  

내가 깨어나던 날  의사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생명이 위험했다며,  상황이 악화해서 기관절개술까지 할 뻔했다고 했고, 내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기적적인 환자라고 말했다. 

옆에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던 두 간호사가 울음을 터트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랑 같은 날 입원했던 중환자실 환자들은 나 빼고 모두 사망했다고 한다.


5. 양성 판정을 받았을때 어떤 심경이었는지, 그리고 퇴원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내게는 이미  모든 바이러스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어린 두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퇴원할 때는 집에 돌아가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입원기간 동안  14킬로가 빠져 많이 쇠약해졌고, 팔과 다리는 파킨슨 환자처럼 덜덜 떨려서 혼자 일어날 수도 없었으며, 숨이 차서 호흡이 힘들었지만,  드디어 회복해서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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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퇴원 후 집안에서 생활은 어떻게 했는가 ?


집으로 돌아온 첫날부터 나는 식구들과 떨어진 공간에서 혼자 생활했다.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지만 의료진은 몸 안에 남아 있을 죽은 바이러스 잔해 때문에  당분간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했고,  우리가족은 이를 철저히 지켰다.  

예를들면, 식사는 아내가 일회용 접시에 음식을 담아 방문 앞에 놓고 가면, 손만 내밀어 접시를 방으로 가져와 먹고, 빈 그릇은 다시  내놓으면 아내가 수거해 봉지에 담아 폐기 처리했다. 그렇게 한 달 반 동안 생활했다.   

  
7. 투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돌아온 이후 매일  수없이  주사를 맞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끊임 없이 했다. 

육체적 고통도 참기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독한 약물 탓으로 한번은 내 딸이 중환자실에  당당하게 들어와서는 느닷없이  의사를 공격하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환각을 보았고, 어떤 날은 폐소공포증처럼 답답함이 느껴져 견디기 힘들었다.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며, 시끄럽게 돌아가는 병실의 기계 소리에 잠을 설치며 병상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던 기약 없는 중환자실의 그 며칠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8. 스페인은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대부분이 양로원의 노약자들이었고, 의료진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


 체계적인 제도 부실과 의료장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급속도로 빠른 바이러스 전염이 가져온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의료진의 보호장구가 부족해서 환자를 치료할때  무섭고 힘들었다고 하더라. 

의료진은 본인보다 자신들의 가족이 감염될까 더 두렵다고 했다. 내가 있던 병원에는 이미 바이러스를 겪고 회복해  다시 돌아와 일하는 의료진들이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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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족이 곁에 있을 수 없기에 의료진의 역활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의료진들의 헌신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살아난 것은 그들의 헌신적인 치료와 보살핌 덕이다. 

의료진뿐만이 아니라,  침상을 옮기는 병원 직원,  청소부  모두 한결같이 나를 볼 때마다 나을 거다, 힘내라며 용기를 주었다. 

한번은 남편이 의사인  한  간호사가  울먹이며,  어린 자녀들을 집에 두고 나왔는데  아이들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 모두 바이러스 감염이 두려워  아이를 봐주지 못한다고 했다더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져 할 말을 잃었던 순간이다.


1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바라보는 편견이나 차별하는 느낌을 받은 적 있는지?  
     동료들과 이웃의 반응은 어땠나 ? 


사람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은적 없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군 동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에게 전화해 내 안부를 물었고,  힘내라는글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내며,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또, 병원으로 디저트용 단 과자 등을  보내서 의료진들과 함께 먹은 적도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마드리드 교민들, 한인 종교 단체,  (주) 스페인 한국 대사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투병 기간,  아내에게 전화해  위로하며 용기를 주었고,  우리가족을 걱정해줬다. 한인사회 따뜻한 마음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우리 가족에게는 큰 위로가 됐다.    


11. 현재  어떻게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고 있는 지 ?


 요즘은 매일 산책하고 있고  호흡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단전호흡을 하면서부터 폐가 많이 좋아졌다.    


12.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역별로 일어나고 있어 유럽에 사는 많은  한인들이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 겪은 사람으로 조언한다면 ?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공권력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책임감 있는 개인적인 행동이 함께해야 전염을 막을 수 있다. 

모두가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손 소독제 사용 등을 꾸준하게 실행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바이러스는 젊다고, 건강하다고 해서 안 걸리거나,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반응할 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부탁하건데, 본인과 가족,  우리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 해라.


13. 유럽에서 코로나 19가 퍼진 이후, 동양인에게 폭언, 폭행 등 인종차별을 한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한국인이 이런 인종 차별 주의자를 만났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글러벌 시대인 오늘날 인종 차별주의자는 한심한  바보다. 

앞으로도 우리 인류는 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완성될 거다. 

나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고,  내 자식들은 두 문화속에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여러 인종이 혼합된 역사를 가진 내 조국 스페인에는 인종차별주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종차별주의자를 마추친다면  상대해 주지 말고, 무시하고  지나쳐라. 하지만 위협을 느낀다면 주변 사람에게 바로 도움을 요청해라. 

그 사람은 분명히 당신을 도와줄 거라고 나는 백 퍼센트 장담한다. 스페인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태권도는 쓰러져도 반드시 다시 일어나게 한다.”
“나에게  태권도는 삶의 방식이다.”
- Francisco Garrido Mate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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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태권도는 언제부터 배웠고 배우게 된 동기는? 
   무료로 마드리드 한글학교와 스페인 군대에서 군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인 지 ?


어렸을때  집근처의  도장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고 감동하여 배우게 됐다.  

1976년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 검은 띠 8단이다.  군대 동료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나는 태권도를 홍보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한글학교는 마드리드에 사는 한국 학생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서 한 거다.  

예전에 내가 스승에게  배운 전통 태권도를 학생에게 전달하여, 태권도 교육 발전에 작은 보탬 되고 싶었다. 금전적인 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15. 위계질서와 연대 의식이 강한 군부대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군인들 반응은 어땠나 ?, 
     일반 학생과는 다른 분위기일 듯 하다.


솔직하게 규율이 엄격한 군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게 수월하다.  

군인들은 태권도를 좋아했고  잘 따라 배웠다. 개인적으로  태권도 수업을 통해  동료들과  더 돈독해지는 계기도  되었다.

개인적으로 도장을 운영하는데 주로 군인과  경찰이 배우러 많이 온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때는 나에게 태권도를 처음 배운 군인 한명은  지금 우리 도장에 열심히  나온다.


16. 스페인 사범이 아닌 한국인 사범에게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을것 같은데 어떤가 ?.


모든 사람이 오리지널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나에게 태권도를 가르치셨던  한국인 스승은  스페인에서 초창기때부터  태권도 가르치신 분이다.  

실제로 태권도가 스페인에 널리 알려지고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초장기때의  한국인 태권도 사범들이 뿌린 씨앗이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은 결과다.  

나는 내 스승에게  전통 태권도를 배웠고, 태권도에 관한 기술뿐만 아니라,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함께 배웠다. 

나의 스승에게 배운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존중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학생들도 그런 나의 뜻을 이해하고 배우고 있기에 한국인 사범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에게 태권도는 삶의 방식이다. 태권도는 넘어질 수 있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나게 한다.


17. 끝으로 유로저널 애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코로나바이러스는 내가 겪고보니  몸도 마음도 죽을 만큼 아프더라. 그 누구도 이런  통증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평화로운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방역 방침을 꾸준하게  지켜주었으면 한다.


스페인 유로저널 김선영 기자

 larakim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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