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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0.12.14 21:59
브루스 나우만의 차이와 반복, 그리고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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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 칼럼 (267) 브루스 나우만의 차이와 반복, 그리고 '되기' 현대 예술의 한 경향인 비디오아트란 비디오를 표현 매체로 하는 예술을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정의내리기가 사실은 모호하다. 이것은 1960-70년대에 비디오 조각과 환경을 통한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미디어 아트의 한 맥락으로서 확립됐다. 그래서 표현방식과 내용이 다른 예술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 분류하기 어려운 면이 있긴 하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예술적 가능성의 추구에서 생겨난 것과 형식주의적인 예술에 대한 반발에서 생겨난 것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둘 다 제작자보다는 모두 감상자의 주체를 중시하는 정보의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가 중 한명인 브루스 나우만은 비디어 아트를 통해 현재의 개념과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Bruce Nauman, Image courtesy of Phaidon Bruce Nauman, No, No, New Museum, 1987 이것은 '광대 고문'이라고 불리는 4개의 비디오 시리즈 중 하나이다. Bruce Nauman, Clown Torture,1987 미국 영화 배우 월터 스티븐스는 광대 복장을 입고 계속해서 'No' 라고 소리를 친다. 보통 광대는 유랑극단이나 서커스나 파티에 나오는 웃긴 재주꾼이다. 그러나, 브루스 나우만에게 광대는 진정한 자신을 숨겨야하는 불행하고 공포스럽기까지한 존재이다. 이 비디오는 한 번 상영이 끝나고 나면 자동적으로 다시 반복해서 처음부터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영원히 반복되는 광대의 'No'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단조로운 단 한마디의 불평 'No'는 결국 광대의 고문처럼 우리들의 마음속에 들어와 고정이 되어 버린다. 그의 작품들은 아주 심플하다. 그런데 심플한 것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관객들은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을 관찰하면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지루하고 기괴하기도 한 영상이 예술의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지루함을 통해 관람자들은 시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은 내용이 꽉 차있을 때는 느낄 수 없다. 반복되고 지루한 영상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생각없이 다만 시간을 존재하고 인식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지루함 속에서 스스로의 시간과 신체를 자각하게 된다. Bruce Nauman, Coffee Spilled and Balloon Dog, 1993 이것은 오래된 두개의 텔레비젼을 통해 44분짜리 커피가 쏟아지는 영상과, 41분짜리 풍선으로 만든 개가 터지는 것이 반복되는 비디오가 상영되는 작품이다. 반복해서 커피가 쏟아지고, 풍선 개가 터지는 것은 일상의 삶 속의 실패와 불안정한 물체의 속성을 드러낸다. 각각의 동작은 아주 천천히 일어나고, 그 동작 뒤로 비틀어진 소리가 들린다. 이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우리들의 매일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것들, 그것들의 실패, 그리고 그 실패에 뒤따르는 실망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된다. Bruce Nauman, Anthro/Socio (Rinde Spinning), 1992 한 방의 3개의 벽에 한 남자의 육체에서 분리된 머리가 선회하며 비춰진다. 각 화면은 '먹여줘, 먹어줘, 인류학('Feed Me, Eat Me, Anthropology'), '도와줘, 해쳐줘, 사회학('Help Me, Hurt Me, Sociology'), 그리고 '먹여줘, 도와줘, 먹어줘, 해쳐줘('Feed Me, Help Me, Eat Me, Hurt Me')'를 외친다. 퍼포머 린데 에커트(Rinde Eckert)는 클랙식 음악 훈련을 받은 가수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를 친다. 이 공격적인 외침들은 사실 사람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들과 관련이 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뭔가 불편하고 이상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물질은 잠재성의 차원에서 현실성의 차원으로 나오면, 계속해서 차이를 반복해서 생성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다른 반복을 시작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다른 주체가 된다.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들뢰즈는 우리와 같이 물질 중에서 영혼과 정신을 가진 것들이 반복해서 그 차이를 유지할 때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가 된다고 했다. 이 잠재성에서 끌어 올라오는 물질들의 세계에서 '감성'이 만들어진다. 물질계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된 감각들, 역동적인 마음인 '감성'이 '되기'를 한다. 브루스 나우만의 비디오 아트가 예술의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 반복적인 비디오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생각한다. 우리의 정신과 영혼이 차이를 반복하고 감성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되기'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내 권력에 강요되거나 획일화된 것이 아닌, 진정한 주체가 된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는10월 7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Bruce Nauman, Falls, Pratfalls and Sleights of Hand (Clean Version), 1993 Kunstmuseum Wolfsburg - ARS, NY and DACS, London 2020 Bruce Nauman, MAPPING THE STUDIO II WITH COLOR SHIFT, FLIP, FLOP & FLIP/FLOP (FAT CHANCE JOHN CAGE), 2001 이것은 이 전시회의 첫 번째 방에 설치된 작품이다. 이것은 그를 둘러싼 간과된 세상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전적으로 드러내 준다. 7개의 큰 비디오는 나우만의 미국 뉴 멕시코에 있는 작업장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몇 주에 걸쳐 밤에 촬영된 이 작품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을 그대로 담아낸다. 쥐, 나방, 고양이가 카메라 속에 나타난다. 점점 시간이 흘러 해가 뜨면 화면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 스크린 속 이미지들은 계속해서 무너지듯이 위, 아래가 뒤집힌다. 그래서 각각의 비디오 하나 하나를 모두 집중해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우만은 “아무 것도 보지 않을려고 해 보세요. 그러면 당신은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과 글에서 침묵과 공허에 대해 실험했던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를 언급했다. 사실상, 어떠한 환경에서도 완전한 침묵, 고요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는 강조했다. '되기'는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변화한다. 이것은 또한 한결같이 주체화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권력화된 존재론을 탈영토화한다. 그리고 주체로서 잠재성을 발현한다. 브루스 나우만은 지루한 반복이 계속되고 별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되기'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결같은 주체화는 아니다. 오히려 그 자신만의 탈영토화된 독특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잠재성을 한껏 발현한다. 인간은 이 잠재성을 다층적으로 개방해 끊임없이 되어가는 존재다.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차이가 발생하고 그 차이가 반복되면서 지금 우리는 존재하고 우리가 '된다'. 브루스 나우만의 '되기'는 차이와 반복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되기'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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