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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백신 민족주의의 새로운 갈등

 코로나바이러스를 끝낼 희망이라고 여겨졌던 백신이 새로운 갈등의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과 영국 간의 백신 유통 문제는 “백신 전쟁” 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갈등이 고조되기까지 했다. 

이 갈등은 백신 유통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시작했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Pfizer-BioNTech) 를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에서도 계약된 물량의 60%만 공급이 가능하다고 유럽연합에 통보하면서 유럽연합 내 백신 접종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예정보다 물량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생산과 공급 과정이 예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유럽연합으로 공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의 영국 내 물량 공급은 차질없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었다. 

유럽연합은 아스트라제네카에게 계약 조건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투명성 메커니즘 (Transparency mechanism)” 이라는 것을 도입하고자했다. 

이는 유럽연합 국가 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이 유럽 국가와의 계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국가가 백신의 수출을 막을 수 있는 규칙이다.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영국만은 아니지만 유럽 내에 두 개의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장이 있고 현재 영국이 공급받는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물량이 벨기에의 화이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이 가장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이런 유럽연합의 행보를 두고 WHO의 수장인 테드라스 아드하놈 (Tedros Adhanom)은 “백신 민족주의 (Vaccine Nationalism)”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유럽연합이 개발도상국에게 백신을 지급하는 기존의 협약을 지키기 위해 약 100여개의 규칙 면제 명단을 발표하고 이 조치가 임시적인 것이라는 전제도 명시했지만 이런 조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영국과의 갈등은 수습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이 일단 한 발짝 물러났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일단 영국으로 수출되는 백신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9백만 개의 백신을 추가 공급하기로 발표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BBC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이후에 충분한 물량을 유럽연합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유럽연합의 결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을 비쳐줄 새로운 빛이어야 할 백신이 오히려 조용한 전쟁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영국 유로저널 김소연 기자
   eurojournal10@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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