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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민족 고난의 시기에나 대중에 유행하는 노래 가사 중에 자주 쓰이는 수사법이 하나 있다. ‘새 날이 열리기를 바람’이라는, 어쩌면 진부하고 도식적인 표현이 자꾸만 목구멍에 간질간질 거린다. 정말 그 날은 올 것인가? 남의 땅이 아닌 우리 민족의 강토, 한반도를 통한 백두산 관광길이 열리고, 대북 송전을 통해 남북 간의 전력선이 열리고, 4차 6자 회담이 열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마음을 찢어 발겼던 저 철책선도 열리리라. 여기에 ‘대북 중대 제안’이 무엇인지 가자미 눈을 치켜 뜨고 볼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무언가 흠잡으랴 분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꼬는 한 번 트기가 힘들 뿐, 터진 봇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이 한반도에 분명 풍성한 수확을 안겨 줄 것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 배경에는 무엇보다 지난 2.10 핵보유 선언 이후 미국의 대북 태도 변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이른바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이에 대한 북한의 강경대응이 바로 2.10 핵보유 선언 및 회담불참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주권국가 발언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미스터 호칭 등은 북한을 일정하게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겠다는 최소한의 성의표시로 북한에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지난 5월 13일 북미 뉴욕접촉에서는 미국의 디트라니 대북특사가 북한에 대한 불침공과 주권국가 확인 그리고 6자회담 내에서 양자회담 수용을 직접 인정함으로써, 회담 참가의 조건으로 북한이 내걸었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의 사과와 철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이 회담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일정한 명분은 제공한 셈이 되었다. 또한 이번 회담 복귀 과정에서는 북미간 활발한 직접 접촉이 눈에 띠었고 이것이 회담 재개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8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 관리를 직접 만나 의사를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고 곧바로 13일 미국의 대북 특사가 뉴욕 북한대표부를 방문해 직접 접촉을 가졌다. 그리고 6월 6일 다시 뉴욕접촉이 성사되어 북한의 회담 복귀 의사가 확인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담 복귀 일자를 잡는 과정에서도 지난 6.30-7.1 뉴욕에서의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이근 국장과 디트라니 대북특사가 긴밀한 의견교환을 나누었고 곧바로 7.9 북경에서 6자회담 북미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직접 만나 7월 말 회담재개를 합의하게 이른 것이다. 이는 곧 회담 복귀 결정과 회담 재개 일자 확정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직접 만나 긴밀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 복귀 결정 과정에서의 북미 접촉에 대해서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당사자가 직접 만나면 문제가 일시에 풀린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3자를 통한 간접적 의견교환이 아니라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수 차례에 걸쳐 직접대화를 했다는 것은 다시 열릴 6자회담에서도 북미간 실질 대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일단 회담 복귀가 확정되고 날짜가 잡혔으므로 한숨을 돌릴 수는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4차 회담에서도 북미간에 의미있는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어렵게 성사된 4차 회담이 사실은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대화 노력일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지금 국면에 더욱 중요한 것은 회담 복귀 그 자체가 아니라 회담 재개 이후 실질적 성과가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성과란 다름 아닌 북한의 ‘비핵화 선언’과 한반도의 영구한 평화 보장이다. 이미 남북 교류와 화해라는 실탄은 장전되었다. 그동안 현대와 정부의 노력으로 바람마저 순풍이다. 남은 것은 이에 대한 우리의 집중된 자세와, 북한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이다. 며칠 남지 않은 7월 말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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