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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3:47

유로화 도입 10년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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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특별 기고


유로화 도입 10년의 회고  


유럽연합(EU)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용 통화인 유로가 도입된 지 올 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국가별 통화를 포기하고 단일 통화를 쓰게 된 정확한 배경을 궁금해 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궁금증을 풀어 보면서 유로화와 얽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환전과 관련하여 1993년에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영국에서 100파운드(pound)를 갖고 출발하여, EU 회원국을 돌면서 각국 화폐로 환전을 해 본 것입니다. 네델란드의 길더(gulden), 덴마크의 크루네(krone), 독일의 마르크(mark), 이탈리아의 리라(lira), 스페인의 페세타(peseta), 그리스의 드라크마(drachma), 포르투갈의 에스꾸도(escudo), 아일랜드의 파운드(pound), 그리고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는 각각 프랑(franc)으로 바꾸고 다시 영국에 돌아왔을 때 남은 돈은 60파운드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1995년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3개 회원국이 가입하기 전, EU 회원국 수는 위의 12개국이었습니다.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환전만 하고 12개국을 돌았는데 그 결과 환율 상으로 손해보고, 수수료도 들어, 잘려나간 금액이 전체의 40퍼센트를 차지한 것이지요. 이렇게 볼 때, 단순히 관세만 철폐한 상태로 무역을 하는 '단일 시장'(Single Market)은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환전에 의한 비용 손실이 없는 무역이 가능하다면 수출형 제조업체들은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요.

그런 점에서 EU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제조업의 강국 독일이 유로화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유로는 독일 마르크의 다른 이름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유로화 등장의 역사적인 배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일통화의 도입은 1970년의 베르너 보고서(Werner Report)에 기초합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브레튼우즈 체제(Brentwoods System)가 무너지는 때와 일치합니다.

즉, 달러를 더 이상 금환본위제로 하지 않기로 한 시점에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 것이지요. 제가 '공교롭게도'라고 한 것은 타이밍에 있어서 "우연이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 완곡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면 혹자는 '음모론'(conspiracy theory)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음모론' 대신 '계획론'이라는 표현으로 논쟁을 빗겨 가렵니다. 그래도 의문을 제기하시는 독자 분이 계시다면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을 읽어 보시기 권합니다.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릴 것입니다.

역사적 배경으로 다시 돌아와서, 유로화는 1999년부터 국제 외환시장에서 전자화폐(Electronic Money)로 거래되는 2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2002년 1월 1일을 기해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3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유로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오래 준비하는 것은 유럽인들의 특징인데, 신속하지 못해 답답한 면은 있지만, 실제로 실용화단계에서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그 만큼 줄인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는 면이 있습니다.

유로가 실용화 된 첫날인 2002년 1월 1일 저는 독일 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아침 저는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고 마르크로 기름 값을 냈는데, 거스름돈을 유로화로 주더군요. 독일의 작은 도시의 한 주유소에 유로화가 공식적으로 통용된 날 아침에 유로화가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에서 독일인의 조직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로화가 시행된 첫 해에는 각 회원국 고유의 화폐와 병행해서 유로를 사용하는 과도기간을 가졌습니다. 간단히 말해, 독일의 경우, 첫 일 년은 마르크로 계산하면 유로로 거슬러 주었던 것입니다.

유로 도입은 새로운 통화의 등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유로 도입은 달러가 점유해 온 세계 기축화폐로서의 자리를 대신할 화폐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로가 통용되기 시작한 2002년 1월 1일이 세계 금융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유로의 도입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큰 손 중 하나인 '로스차일드 가문'이 금융업을 시작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어떤 언론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더군요. 단순히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마르크가 태동한 곳이고 독일중앙은행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이 도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독일 입장을 전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새로운 기축화폐를 들고 프랑크푸르트에 ‘금의환향’했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유로를 사용한 지 10년이 되면서, 그러면 새로운 화폐 도입이 성공적이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라고 주저함 없이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주저없는 긍정’을 뒷받침 할 만 한 근거로 먼저 가입국가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순항하는 배에 승선하고 싶어하지, 난파하는 배에는 승선하려 하지 않겠지요. 2007년 슬로베니아가, 2008년 키프로스와 몰타가, 그리고 올해부터 슬로바키아가 합류하여 유로화를 쓰는 유럽통화동맹(EMU) 회원국이 16개국으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덴마크와 폴란드도 가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영국이 EMU 밖에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로는 ‘영국의 보수주의’가 여러 측면에서 영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영국은 전 세계 52개국이나 되는 영연방(Commonwealth)에서의 기득권을 의식해서 1957년에 발족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을 주저했습니다. 그런데 EEC가 순항하는 것을 보니 가입하고 싶은 의향이 커졌지만, 영국을 싫어하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영국의 가입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했습니다.

드골 대통령의 개인적인 반영 감정은 2차 대전 당시, 런던에 프랑스 임시정부를 꾸릴 때 영국 정부의 홀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골이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1959년에서 1969년에는 영국의 EEC 가입 신청은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고, 1972년에서야 승선이 이루어집니다.

영국의 보수성은 EMU 가입도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파운드화가 갖는 ‘영연방에서의 기득권’이 다시 작용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이 영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영국의 EMU 가입은 런던의 금융 기득권을 프랑크푸르트에 넘겨줘야 한다는, 양보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금융 산업에서 환전과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가 30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유럽 각국의 방문객이 자국화폐를 영국 파운드로 바꾸면서 환율과 수수료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포기하기 싫기도 했던 겁니다.

유로화 도입 10년을 성공으로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단일통화 채택으로 회원국의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16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유로화가 회원국에게 저물가, 저금리 시대를 열어 주었다"고 평가합니다.

즉, 유로화 사용이 EU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불어 닥친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자국의 환율이 지탱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유로화 도입을 했었더라면 이 정도 손실은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로 도입 첫해인 2002년 2월에 제가 한국에 출장을 갔을 때 1유로가 900원대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친구들에게 새로 나온 유로 동전과 지폐를 기념선물로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로화의 처음 기준 환율은 유로대 달러가 1.2: 1 이었는데 지금 달러 가치는 유로보다 높은 1000원이니, 얼마 안 있어서 1유로는 1200원대로 올라갈 거야. 그러니 이 유로화는 쓰지 말고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유럽 여행 갈 때 주면, 지금 보다 높은 가치에 사용할 수 있을 거야.”

7년 전에 했던 이 말이 기억나는 것은 얼마 전 유로대 원화 환율이 2000원을 상회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 자녀에게 준 유로선물은 이제 그 가치가 두 배가 넘은 것이지요. 유로의 가치가 파운드 가치만큼이나 급상승한 것은2002년 당시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유로화 도입 10년을 맞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 EU회원국들의 화폐단위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서, ‘환율변동에 좌우됨 없는 국제 단일 화폐를 사용하면 편할 텐데……’라는 푸른 희망을 가져봅니다.

조 명 진(EU집행이사회 안보전문가,아디아 컨설턴시 대표)
myeongchin.cho@gmail.com  

*** 위의 특별기고의 내용은  본 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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