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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3:28
동북아의 국제적 역학관계를 풀 열쇠-APEC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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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일간 신문 국제면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수십 만 인파가 ‘조중친선’을 외치는 가운데 평양을 방문했다. 미국과 일본의 국방 및 외 교 수장은 워싱턴에서 일본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위협력 방침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 31일 보수우 익 인사가 전면에 포진한 새로운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이 가지는 일반적 의미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가지는 구체적 의미는 뭔가? 그것들은 각 국이 동북아 국제질서의 새 판짜기라는 바둑 판에 던진 일련의 포석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의 응수를 독촉하는 동시에, 그 폭을 제한하여 우리 외교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전 세계의 전략적 맥점이다. 오늘날 세계 질서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초 강대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네 개의 강대국, 즉 1초4강의 구도로 특징 지워진다. 그 가운데 1초3강이 바로 이 지역에 지리적으로 또는 지리정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의 국제정치 질서가 이들 강대국의 전략적 전환에 따라 결정적 변 환의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 사상 유례없는 힘과 지위를 누리는 미국은 초유의 테러사태를 겪은 후 결정적인 전략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에 대해 친구인지 적인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은 진작부터 그와 같은 미국의 힘과 전략에 편승하여 결정적인 노선의 전환을 추구해 왔다. 곧, 냉전을 포함한 세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모두 승리한 미국과 손잡고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질곡을 극복, ‘정상국가’로서의 지위를 회 복하고자 한다. 고이즈미 내각은 그 흐름을 타고 집권하여 그것을 완성하려 한다. 개혁?개방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동참하고 그 결과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은 현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 비하려 한다. 특히,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하고 상하이협력기구 등 을 결성했다. 북한을 중국의 경제권에 편입시키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북핵 문제에 큰 이해를 가진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 이같은 전략적 흐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궁색하다. 우선,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전략 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그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리고 독도문제?역 사문제?신사참배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고이즈미 정권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그 존재 의의를 확인하려는 참여정부의 입장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남북관계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남북경협의 증진 을 통해 북한을 한민족 경제권에 편입시키고 그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 는 것이다. 그러면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에 대해 발언권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 그러나 이는 중국의 계산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참여정부의 외교 비전은 북한을 포 함한 동북아 각국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함 께 번영을 누리는 동북아공동체의 구축이다. 문제는 그 비전을 현실에 옮길 역량이 제한된 가운데 전략적 유연성마저 부족하다 는 점이다. 그러는 가운데 동북아 질서는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전략은 비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 실 속의 온갖 개연성 에 대비한 행동계획을 아울러 포함해야 한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한 대응도 상대의 대응과 앞날의 수를 내다본 전략적 포석이어야 한다. 얼마 후면 부산에서 21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다. 주최국인 한국이 그 외교 구상을 실현에 옮길 절호의 기회다. 국가의 백년대계(百 年大計)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전략적 지혜를 담은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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