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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3:33
말의 전쟁과 언론의 역할
조회 수 1880 추천 수 0 댓글 0
의사소통의 원활한 보장은 그 사회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잣대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좀더 발전적인 구조를 가지고자 한다면 언로의 가운데 어떠한 장벽이나 성역도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기준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책임지지 못하는 말’때문이 다. 지금 ‘황우석’과 ‘복제기술’, 그리고 ‘생명 윤리’라는 화두가 대한민국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오고가는 말들은 MBC라는 방송사로 수렴된다. 언론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충실하기는 했으나 너무 선정적이었던 ‘말’로 인해, 쉴 새 없이 달리던 기관차에 찬 물이 끼얹어졌고, 거기다 한 ‘자연인’의 신분이 아닌 일국 의 대통령의 참견이 덧붙여져 이제 ‘문화방송’과 ‘피디수첩’은 2005년을 마무리하 는 최대의 화제거리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본질일까? 먼저 ‘PD수첩’의 보도는 40년간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언론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번 보도가 불완전한 상태로 방송되었다는 사실은 후속보도의 방향이 아 직도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정말로 문화방송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한국의 후진적 연구 과정의 폐해였을까 아니면 복제기술의 윤리적 부작용이였을 까? 결과적으로 ‘난자매매’라는 부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제기에는 성공하였으나, 그 이전에 본질적인 문제제기는 상실되어 버리고 말았다. 단 55분의 방송 시간 안에 모든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넘어가기엔 이번 화두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방송은 조금 더 신중하고 합리적인 취재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말’은 전해졌고 사람들은 상처를 입었으며, 그 뒤의 벌어진 난리통에 ‘피디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것이 책임있는 ‘의사소통’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난데 없이 끼어든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의 발언은 이 화약고에 불을 댕 기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 은 민주주의 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이 테제가 그 민주주의 시스템에 봉사하는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주권에 대한 안배와도 밀접히 관련 있기 때문이다. 진작부터 한 인간으로서의 소회를 자주 털어 놓은 것이 노무현 대통령 의 독특한 개성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인적 한탄은 자신의 문제에 한해야 하 며, 다른 사람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제한되어야 함을 노대통령은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는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를 약속하던 정부의 모습을 생각해 볼 때, 황우석 교수의 경호 중단 요청은 실망감의 한 표현일 수도 있다는 점을 노대통령은 파악하기 바란다. 이 시점에서 황박사는 모는 것을 다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그의 순수성을 믿 어보자. 진실은 남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 점 의혹없이 인류를 위한 대 장정의 그늘진 면을 모두 밝힐 것을 믿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가 말한대로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안했다고 보이나 윤리적 도그마를 헤쳐나가기에는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이언스나 네쳐지의 양대 헤게모니 싸움에 갇혀 고통을 더 감내해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르며 사이언스가 논문 박탈까지도 예상되기는 하나 이렇 게까지 되게 된 것은 다분히 연구 개발의 선점이라는 국제적 관심사를 드러내 놓고 그 이면에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과감히 이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었음을 천명하고 윤리적 잣대만을 드려대는 것은 향후 생명공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술수임도 지적하는 슬기로운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향후 이러한 문제를 수습하는 법적 노력 내에서만 황교수의 연구도 예 외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 황교수의 윤리문제, 이제부터 가다듬고 국제적으로 그의 연구업적이 손상되지 안했으 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황박사의 윤리문제를 접어두자는 것이 아니지만 이 번 기회 에 엄격한 잣대를 만드는 법적 예지를 모을 때다. 그의 원대한 인류애가 이 번일로 의 기소침해서도 안되며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슬기로운 판단을 해보자. 솔직히 다 밝히겠다고 했으니 지켜보면서 그의 심적 고뇌를 담아줄 용기에 박수를 쳐 보자. 생명윤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의 본질로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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