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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이제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우리나라 대외통상 역사의 새 장이 열린다. 우리나라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에서 한미 FTA는 그 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미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나라다.
  우선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에 1.5?2%의 실질소득 증대와 10만명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지식기반형 경제로 우리 경제의 틀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준다는 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농축산물, 서비스 산업에서 한국시장 진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아시아 지역주의에 한미 FTA를 통하여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명실상부한 선진화로 나아가는 열쇠는 금융,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교육, 의료, 문화콘텐츠, 관광 등 지식기반형 서비스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조선, 철강 등 수출 효자 업종을 이들 업종과 융합하여 더욱 첨단화해야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중국 요인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서비스 산업이 당장에는 충격을 받지만 정면으로 경쟁력을 배양하면 선진화의 보약이 된다.
한미 FTA 협상은 양국의 정치 일정과 내년 6월 말로 종료되는 부시 대통령의 신속협상권(TPA), 의회 동의 등을 감안할 때 내년 3월 말까지 타결지어야 한다. 따라서 실제 협상기간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한미 협상의 현장보다 우리나라의 ‘국내 협상’에서 상당한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쌀을 제외한 농산물의 개방, 국산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 축소, 지적재산권 등에서 이익단체들의 반대운동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영화인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어제는 농민단체들이 한미 FTA 공청회조차 중단시켰다.
이와 같은 반대만이 우리의 살길을 보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면서 뜻이 맞는 나라들과 국경의 장벽을 없애버리는 FTA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조류가 되었다. 우리는 세계 11위 통상대국이지만 FTA 추진에서는 지각생이나 다름없다.
DDA 다자협상에서 보듯이 농업의 개방은 시간문제일 뿐 불가피한 시대 흐름이다. 우리의 농업과 서비스산업도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 정면승부를 하여야 한다.
농업 개방의 파고를 이겨내기 위하여 지금 과학 영농, 벤처 농업으로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업계 내부에서도 규모와 창의력으로 국산영화를 국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73일간의 스크린쿼터로 국산영화의 안전판도 마련되어 있다.
한류의 물결을 할리우드에서 드높이는 것은 왜 불가능한가.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에서 문화산업 등 소프트 강국으로서 우리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다. 30년 전 한국 자동차가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주력 수출상품으로 팔려나갈 것이라고 누가 상상하였던가.
미국은 세계 통상질서를 만들어가는 ‘룰 메이커’이다. 국내 여론에 따라 우리 입맛에만 맞게 물러설 수도 없다. 전 세계가 한미 FTA 협상 추이를 주목할 것이다. 타결이 되면 포괄적 한미 동맹관계의 건재를 세계에 과시하게 된다.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주어진 시한 안에 관철하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저간의 시시비비를 잠재울 수 있는 역사적 치적을 남겨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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