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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보이던 동해 사태가 반전을 거듭한 끝에 22일 저녁 극적으로 타결됐다. 올 6월 독일의 국제해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독도 부근 해저지명을 우리 식으로 개정하려던 애초 계획을 보류하는 대신 일본은 독도 부근이 포함된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로 측량을 위해 배치해 놨던 측량선을 철수시킨다는 게 조건이다.
  그 동안 일본은 우리 측 EEZ에서의 해로 측량을 위해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돗토리현 사카이 미나토(境港)항 외측 2㎞ 지점까지 자국 해상보안청 소속 선박 2척을 전진 배치해 놓고 있었다. 한일 양측은 곁들여 사태의 원인이 양국 간 EEZ 경계 획정이 안 된 데 있으므로 곧 획정을 위한 외교 교섭을 재개하자는 데 합의했다.
대치 상황이 풀리긴 했으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저지명을 우리 식으로 개정하려던 애초 계획을 ‘보류’한 대신 일본이 이에 대응해 우리 측 EEZ에서의 해로 측량을 중지한다는 게 이번 타결의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보류된 우리의 계획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면 일본도 우리 EEZ에서의 해로 측량에 나서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8일 동안 계속됐던 흥분상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때 우리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돼야 할 성질의 것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측 해역의 해저지명을 우리 식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그럼에도 일본이 신경과민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자국의 국민 감정을 의식한 결과라고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지명이 당해 지역의 영유권과 무관함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인도양, 멕시코만, 영국해협 등 여러 사례에서 보거니와 그런데도 사사건건 날을 세우는 것은 양국의 국민 감정이 그만큼 격앙돼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영유권이 관련된 문제라면 양보가 있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상호의존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현 국제사회에서 유독 한일관계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 대해 양국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하리라고 본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절감하는 바는 어떤 경우이든 정부가 냉정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에서는 거국적 흥분의 도가니 가운데서 대규모 해양경찰력이 동원됐고, 일본이 해로 측량을 강행할 때는 측량선의 나포도 서슴지 말라는 강력한 목소리도 있었다. 만에 하나 측량선의 나포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
  이번 경우 일본의 측량선은 해상보안청 소속 비상업용 정부 선박이었으며, 이 선박은 국제법상 군함에 준하는 법적 지위가 있어 어떤 경우이든 다른 나라에 의한 정선,검색 또는 나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민간 선박이라면 위법 행위가 있을 때 나포가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선적국에게는 유엔 해양법협약상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선박과 승조원의 ‘즉시 석방’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제292조). 이때 선적국은 나포가 있게 된 원인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도 아울러 해달라는 청구도 할 수 있다.
  이를 이번 사태에 대입하면 우리가 일본 해로측량선을 나포할 수 있다고 해도 일본은 즉각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선박과 승조원의 ‘즉시 석방’을 청구할 것이며, 아울러 나포가 있게 한 원인 행위, 다시 말해 당해 EEZ가 어느 나라 해역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주도록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자세도 언제까지나 일본쪽에서 국내용이라 평가절하하지 못하도록 가시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야 태스크팀을 꾸리면서 말로만 국민감정에 기대는 방식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이런 수순에서 마무리된 것은 잘 된 일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만사가 열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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