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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전 세계인들이 모인 런던 SOAS(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대학, 지난 10일 저녁 그 곳 SOAS에서 신명나는 우리 장단이 울려 퍼지는 한 강의실을 찾았다. 한국 전통 공연 단체 ‘들소리’(www.dulsori.com)가 진행하는 여름 사물놀이 특강, 장구를 쥐고 우리 장단을 배우려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들을 지도하는 최증현 님의 “덩기덕” 외침이 유난히도 힘차게 들려왔다.

아직은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사물놀이, 우리 장단, 마땅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해외에서, 특히 외국인들이 우리 장단, 우리 소리를 배울 기회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우리 장단 전파에 힘써 온 ‘들소리’의 존재는 여간 반갑고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들소리’ 런던 지사에서 디렉터(Managing Director)로 수고하고 계신 최증현 님을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런던의 강의실에서 우리 사물악기의 소리를 들으니 더 정겹고 반가운데요, 간단히 본인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최증현: 네, 이렇게 특별한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저 역시 감사드립니다. 저는 ‘들소리’ 소속으로 한국에서부터 약 10년간 강습을 지도해 왔고, 지난 2007년에 ‘들소리’ 런던 지부로 발령받아 왔습니다. ‘들소리’는 1984년 창단하여 현재 서울에 기획사무실, 일산에 강습실과 단원들의 연습실이 있으며, 런던 지사는 올해로 3년째 접어듭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 그저 우리 악기가 좋아서 시작했던 것을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들소리의 창단멤버로 20년 이상 들소리와 함께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주로 아이들, 선생님, 직무연수, 기업연수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우리 악기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국제 도시인 런던에서 외국인들에게 우리 장단을 가르치게 되어서 너무나 감회가 새롭답니다.

유로저널: 이번 여름 워크샵은 어떻게 마련된 자리인지요?  

최증현: 마침 한국 문화에 애착이 있으신 SOAS의 한 교수님께서 ‘들소리’의 공연을 높이 평가해 주시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매년 여름 특강으로 올해 3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번 우리 문화, 우리 악기, 우리 소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외국인 수강생들이 있어서 너무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특강은 주로 어떤 내용으로 진행이 되는지요?

최증현: 아무래도 우리 악기나 장단에 생소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초적인 우리 장단, 우리 악기 소개로 이루어집니다. 워낙 생소한 것이라 이론을 지나치게 설명할 경우에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실습을 위주로 우리 장단을 가지고 놀이 형태로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또 우리 고유의 공동체의 어우러짐을 맛보게 함으로써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우리 장단이 독특해서 외국인들에게 가르치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최증현: 비록 외국인들에게 우리 악기, 우리 장단이 친숙하지는 않지만, 우리 악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신명은 충분히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단지 악기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적인 어우러짐을 통해 접근했어요. 예를 들면, 입장단으로 악기 없이도 신명나게 놀거나, 진을 감으면서도 노는 방법을 통해서요. 이러한 것들을 병행하면서 우리 악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이 가진 신명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사실,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영국에 온지 이제 채 1년이 안되어 짧은 영어실력으로 인해 우리 음악이 가진 여러 가지 특성을 제대로 말로 풀어내지 못하는 점입니다. 만약 내년 이맘때 다시 한 번 더 이런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더 나은 영어로 정말 좋은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다짐해 봅니다.

유로저널: 사물놀이 강의가 이곳에서뿐만 아니라 영국 여러 곳에서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단체나 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은 있는지요?

최증현: 아직까지 영국을 비롯, 유럽에서는 우리 악기, 우리 소리를 외국인들에게 선보이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마련되지 않아서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도 적고, 그래서 특별한 지원도 없답니다. 향후 이러한 자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영국에서 사물놀이를 더욱 본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증현: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악기를 사람들에게 가르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제가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르치고 싶어도, 또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어렵답니다. 그래서, 강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 순위입니다. 특히, 사물놀이는 그 특성 상 큰 소리로 인해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간이 확보되면 해당 기관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정기적으로 우리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습니다. 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앞두고 지금부터 우리 북을 가르쳐, 한 100명 정도를 구성해서 올림픽 때 전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워크샵 통해 같이 할 사람들을 배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곳 런던에서도 정말 신명나게 잘 노는 풍물판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또 물심양면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것을 세계에 전달하는 데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저희 유로저널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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