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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기 이미륵 박사 추모제에서 잔을 올리는 우테 캄포브스키씨와 이종한 감독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의 에바(Eva)
독일 여배우 우테 캄포브스키씨의 한국문화 체험기

필자가 우테 캄포브스키씨를 처음 본 것은 2년 반전에 이종한 감독과 배우 최성호씨의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뮌헨대학의 “압록강은 흐른다” 드라마의 촬영장에서였다. 뮌헨 대학의 이미륵 박사의 강의실에 학생인 그녀가 들어서는 장면에서였다.  촬영장에는 자일러 박사역의 이참씨등 많은 독일인배우들이 있었지만 그날은 계획했던 인터뷰만 마치고 다른 일정 때문에 촬영장을 떠났다. 우테 캄포브스키씨를 다시 만난 곳은 지난 3월 20일에 개최되었던 제60주기 고 이미륵 박사의 추모제에서였다.
이종한 감독과 같이 묘소에 잔을 올릴 때에도 아름답고 겸손한 인상을 주던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젊은 여인이라는 것 이외에는 별 특별한 여운은 남기지 않았다. 추모제를 끝내는 애국가 봉창이 있었을 때 독일일인 그녀가 애국가를 같이 부르는 모습이 우연히 필자의 눈에 띄었다. 끝까지 다 부를 수 있을까? 그녀가 애국가를 틀린 곳 없이 완벽하게 끝까지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저널리스트로서의 호기심이 발생했다. 언젠가 그녀를 만나서 그녀의 한국애국가 봉창까지의 여정을 들어 보리라고.
4월 11일 일요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1979년생의 그녀를 위해 집으로 인터뷰를 위한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

오: 한국음식을 가끔 드시나요?
캄포브스키: “압록강은 흐른다” 드라마의 촬영팀이 머물렀던 이곳 뮌헨의 아리랑호텔에서 처음 한국 요리를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촬영이 있었을 때에도 촬영팀과 같이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어요. 으음, 이 국 맛있어요. 된장국이죠?

오: 예, 잘 아시네요.
캄포브스키: 한국에서 메주콩을 거의 썩혀서 만든 것 같은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처음에는 못먹을 것 같은 국이 있었는데, ‘한 수저만 먹어보자’ 하고 시험 삼아 먹었는데, 콩알이 더 씹히는 것이…… 아주 맛있었는데 음, 이름이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오: 예, 아마도 청국장을 드신 것 같군요, 맛있지요, 여성호르몬 생성에도 좋아서 요즈음 여성들이 미용식으로도 많이 먹는 답니다.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를 촬영하기 위해서 한국에는 얼마 동안 체류하셨나요?
캄포브스키: 2주 반 동안 지내다 왔어요. 주로 서울에서 지냈는데 서울은 아주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참으로 친절했어요. 길거리에서 지도를 보고 있으면 금방 누군가가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말을 걸어왔어요. 음식도 맛이 있었고요. 제가 고기요리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채소와 생선요리를 많이 즐길 수 있었어요. 서울 이외에도 드라마 중에 나오는 바다풍경이 있는 서해와 남해도 가 봤어요. 아주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촬영팀과 같이 갔기 때문에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 같이 출연했던 한국배우들과는 연락이 있나요?  
캄포브스키: 성호(최성호)씨와는 가끔 이 메일로 연락하고 있어요. 이감독님과도 이 메일로 연락하고 있어요.

오: 어떻게 에바역을 맡게 되었지요?
캄포브스키: 에이젼트를 통해서 배역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어요. 우선은 대본을 읽어보라고 한 뒤에 스카이프를 통해서 캐스팅 오디션을 하더군요. 저로서는 스카이프 캐스팅은 처음이었어요.

오: 빠르고 시간 절약되고 비용도 들지 않으니 제작사로서는 꿈 같은 해결방법이지요.
캄포브스키: 화면 저쪽의 한국에서는 이 감독님과 독일어 여자통역사가 “대본을 읽어봐라, 서봐라, 머리를 풀어라. 뒤로 돌아보아라”. 등을 요구해서 하라는 대로 하는데, 갑자기 여러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화면저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스텝들이 저를 관찰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들은 다른 후보자들도 여러 명  스카이프를 통해서 캐스팅 오디션을 했어요. 제작진들이 저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저는 배역을 맡게 되면 배우겠다고 했지요. 예비 캐스팅이 결정되고 베를린의 한국어교사에게서 3일 동안 집중강의를 받고 혼자서 습득해 나갔어요. 그리고 제작진들이 뮌헨에 와서 처음으로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최종 캐스팅 오디션을 했어요. 아휴 떨리더군요. 한국인 제작진들 앞에서 한국어 대본을 읽어야 했으니까요. 그들이 어느 역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저는 에바역을 하기를 원했지요. 저에게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에바역에만 관심 있다고 대답했어요. 저는 캐스팅 오디션 준비를 하면서 에바역을 연습했기 때문에 다른 배역에 다시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에바 이외의 역은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씀 드렸지요.  결국 다음 날 아침 이 메일로 에바역에 캐스팅되었다는 통지를 받았어요.

오: 실력과 미모와 의지가 잘 맞아 떨어진 셈이군요. 한국어는 어떻게 계속 배웠지요?
캄포브스키: 한국에 귀국하신 이감독님께서 스카이프를 통해서 한국어 지도를 해주시겠다고 제의 하셨어요.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에 3일간 촬영이 시작 될 때까지 2개월 동안 배웠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한국인이 대본을 읽고 녹음해서 보내왔는데 발음이 이감독님과 다른 것이었어요. 앞이 다시 캄캄하더군요.

오: 하하, 이감독님이 사투리를 좀 쓰시지요.
캄포브스키: 호호 예, 그래서 다시 발음교정연습을 했어요. 한동안 절망감으로 ‚이 역을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고 제 자신에게 묻기도 했었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처음에는 몇 개 안되던 한국어 대사를 전체적으로 다 바꾸는 것이었어요. 이감독님께서 제가 한국어를 빨리 배운다고 변경시키신 거죠. 그리고 병행해서 독일어로도 촬영했어요.

오: 제60주기 고 이미륵 박사의 추모제에서 한국의 애국가를 완창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캄포브스키: 예, 드라마 속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서 가사는 인터넷을 통해서 배웠어요. 촬영스케줄이 매우 빡빡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빨리 빨리 진행시켰어요.
촬영이 끝나고 2주 후에 한국에서 SBS에서 방영이 되었어요. 촬영 중에 편집도 병행되었던 것이지요. 이곳 독일에서 라면 거의 불가능 한일이지요. 한국인들 대단히 빨라요.

오: 그렇군요, 저희 한국인이 건축공사에 있어서 초고속 공사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드라마 촬영과 편집도 초고속이라는 것은 우테씨를 통해 확인 한 셈이네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에바가 아닌 우테씨로써 가슴에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캄포브스키: 안타까움이지요. 이미륵 박사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원고를 태우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쓴 원고를 태워 재를 만드시다니. 너무 허전했어요.

오: ‚속편 압록강은 흐른다’는 주로 그 당시에 독일에 생존하시는 분들이 등장하는데 책이 발행되면 그분들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일을 거라는 우려에서였다고 증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캄포브스키: 그렇군요. 남은 이들에 대한 그의 마지막 배려였군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캐스팅이 끝난 다음 날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전에 뮌헨의 성모성당에 들렸을 때 그곳에서 왠지 한국인 제작진들을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나중에 그들이 정말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어요. 서로 너무너무 반가워 했어요.

오: 이미륵 박사가 만들어 준 인연이군요. 그리고 우연도 인연의 하나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인연이지요. 오늘 즐거운 시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캄포브스키: 감사합니다.

독일 유로저널 오명선 (dr.oh@ohs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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