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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 남부 바닷가 휴양도시 본머스(Bournemouth) 출신인 마크 토마스(Mark James Thomas)는 2002년도에 한국을 방문, 지난 해까지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 및 한국어를 전공했으며, 영어 강사로도 활동했다.

유로저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지내면서 한국어도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마크: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한국 방문의 결정적인 이유는 제 고향 본머스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1999년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렇게까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국 친구들과 같이 살게 되면서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한국 교회에도 나가면서 한국어까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국에서의 삶과 문화를 더욱 깊이 경험하기 위해 다시 한국행을 택했고,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기존에 알고 있던 한국과 실제로 방문해본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다면?

마크: 한국을 방문하고서 놀랐던 것들 중 하나는 한국이 정말 안전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부 서양인들은 한국이 분단 국가로 북한의 핵 위협 등이 있어서 한국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보니 너무나 안전하더군요. 한국에서는 밤 늦은 시간에도 어린이들이 외출하는데, 어떤 나라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셨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

마크: 한국에서 지내는 게 너무나 행복했고, 이후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너무나 좋은 한국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더 많이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결국은 고향 영국으로 돌아가서 대학 과정을 이수하기보다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결정을 했고, 총 7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게 된 것입니다.

유로저널: 본인이 느낀 한국 & 한국인의 장단점은?

마크: 제가 경험한 한국인의 장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정’이었습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작은 것 하나도 나누는 마음. 이 ‘정’은 기쁠 때는 물론 장례식과 같은 슬플 때도 공유하는 것이었고, 일상 학교생활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인들의 ‘단체문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장철이면 함께 모여서 김치를 담그고, 학교에서 밥을 먹어도 혼자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친구들과 어울려서 밥을 먹고, 또 여가활동도 함께 즐깁니다. 또, 다양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어떤 음식은 너무 맵거나 처음에는 먹기 힘든 음식들도 있었지만, 한국 음식들은 너무나 맛있고, 또 건강에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반면에 단점이라면 때로는 개인 사생활(privacy)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단체문화는 장점이지만, 또 한 편으로 사람은 누구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령, 제 나이, 제가 결혼을 했는지, 언제 결혼을 하려는지와 같은 질문은 불편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이런 질문들에 익숙해졌습니다만. (웃음) 또 다른 단점은 한국 사회는 상하관계의 관습에 따라 원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직장에서 윗사람이 주는 술을 거절할 수 없는 것, 또 누가 부탁을 하면 들어주기 어려운 것도 거절하기 힘든 것 등이지요.

유로저널: 한국어/한글은 외국인들이 배우기에 상당히 어려운 언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어를 배워보내 어땠는지요? 또. 어떤 게 가장 어려웠는지요?

마크: 저는 문자(alphabet)적인 면에서는 복잡한 문자 체계를 가진 중국어나 일본어보다는 한국어가 배우기 쉽다고 봅니다. 그런데, 발음(pronounciation)적인 면에서 한국어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의’와 같은 발음은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ㄱ’과 ‘ㄲ’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수도 없이 듣고, 발음해보는 것이었고, 그럼에도 지금도 쉽지는 않습니다. 또, 어려운 점은 존칭/존대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친구들이나 저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불필요하게 ‘요’를 붙이는가 하면, 반대로 저보다 어른인 분들과 말하면서 ‘요’를 빼먹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어에는 한 단어인데 한국어에서는 두 단어 이상인 경우도 많더군요. 가령, 영어 단어로는 ‘sleep’이면 되는데 한국어로는 ‘자다’와 ‘주무시다’로 구분해야 하고, ‘eat’ 역시 ‘밥 먹다’와 ‘식사하다’로 구분해야 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본인이 경험한 한국의 영어 교육은 어땠는지요? 또, 영어 교육과 관련해 조언을 주신다면?

마크: 제가 경험한 한국의 영어 교육은 정말 날마다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교재와 강의들이 구비되어 있고, 그리고 이제 젊은 한국인 영어 선생님들은 대부분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공부한 분들이라 영어 실력이 매우 유창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전히 영어 교육의 많은 부분이 문법과 단어 암기에 할애되어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불필요해 보였고, 심지어 시간 낭비로 보이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문법을 익히고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암기에 소비하는데, 정작 그들은 영어 회화에서는 간단한 표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보다는 기본적인 일상 대화와 표현에 중점을 두고, 문법과 단어는 각 상황에 따라 그 때마다 가르치는 게 더 나은 방법 같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모국어와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언어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 언어로 된 신문을 읽고, TV를 보며, 음악을 듣고, 해당 언어 사용자와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유로저널: 많은 외국인들에게, 특히 서양인들에게 한국은 중국과 일본과 비교할 때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이유는? 또,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마크: 저는 일단 영국인으로서 영국에서의 경험에 대해서만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늘 중국과 일본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아쉽게도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영국에서 중국이 잘 알려진 이유에는 중국인들이 영국에 많이 거주하고 있고, 중국 음식과 중국 식당들, 그리고 중국산 수입 상품들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스시와 같은 일본 음식이 국제적으로 유명했고, 가라데나 스모와 같은 일본 스포츠 역시 유명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다행이 요즘에는 영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축구선수들, 그리고 한국의 우수한 첨단기술 덕분에 영국인들도 한국을 점점 친숙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을 알리고, 한국 제품들을 꾸준히 수출해야 할 것입니다.

유로저널: 분위기를 바꿔서 조금 가벼운 질문들을 드려보죠.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마크: 삼계탕입니다. 영국에는 이런 음식이 없습니다. 밥, 닭, 인삼을 국물과 함께 먹는 조화가 좋았고, 건강에도 무척 좋은 음식입니다.

유로저널: 반대로 최악의 한국 음식은?

마크: 번데기입니다. 사실, 아직 번데기를 먹어보진 않았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웃음)

유로저널: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마크: 종로와 인사동입니다. 한국 전통 음식점과 찻집, 그리고 기념품 샵들이 있지요. 또, 저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들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종로는 쇼핑과 볼거리가 많은 명동하고도 가까운 거리라서 더욱 좋아합니다.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한국 남녀 배우는?

마크: 여자 배우는 손예진입니다. 그녀는 전형적인 한국의 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남자 배우는 권상우입니다. 연기력도 뛰어나고, 멋지고, 전형적인 남성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는?

마크: ‘말아톤’입니다. 매우 따스하고 감동적인 영화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자폐증 환자를 세심하게 다루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또, 외국인 관객이 보기에 표현이나 대화들이 간결하고 너무 빠르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한국 노래는?

마크: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입니다. 멜로디와 가사도 너무 좋고, 특히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클래식’에 삽입되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클래식’에는 제가 좋아하는 손예진이 출연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마크: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하면서 영어 교육 분야에서 일을 했고,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도 관여했으며, 직접 학습 자료를 만드는 등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지치기도 했고, 그래서 재충전을 하면서 한국어를 스스로 공부하여 상급(advanced)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이후 한국과 영국을 오가면서 고향 본머스에서 소매업에서 종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제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영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정말 우수한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고, 한국과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마크: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한국과 관련해 공부하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모국어인 영어와 제 2언어인 한국어를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영국에 있는 한국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좋겠습니다. 비록 아직은 제가 영어 교육 외에 다른 전문 분야의 경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것이라도 최선을 다해 배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나 기타 한국 기관에서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영국인을 필요로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 전문 분야인 영어 교육을 계속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교육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분들을 위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마크: 먼저 저를 반겨주시고 배려해주신 한국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 주시고, 너무나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한국에서의 너무나 소중한 추억들을 갖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국과 영국 간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가꾸어나가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크에게 연락을 원하시는 분들은 전성민 기자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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