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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8 19:09
6자회담 재개와 한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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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 및 북미간의 적대감이 조금씩 줄어드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북미간의 정치적 신뢰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본질적인 목적이 김정일 정권 교체에 있다고 보고, 핵 억제력 확보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 의지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나타내며, 북한의 핵 시위에 ‘악의적인 무시’와 북한의 굴복 내지 붕괴를 노린 대북 제재와 봉쇄 강화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작년 10월 9일 핵실험 이후 대화노선으로 복귀하고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 수용 및 핵포기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대화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양자회담은 북미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담을 통해 북한은 미국이 자신을 대화 상대로 인정했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었고,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체결 이후 최대 걸림돌이 되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해 북미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문제 해결의 접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은 금융제재를 미국의 적대정책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면서 9?19 공동성명 이행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미국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북한이 작년 12월과 올해 2월 6자회담 재개를 수용했다는 것은 금융제재 해제의 점진적인 해결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미국 역시 북한과 금융회담을 잇따라 갖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금융제재의 점진적인 해제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는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 조치에 맞춰 제공할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게 ‘그림의 떡’을 보여주면서 선 핵폐기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및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 그리고 이라크 사태 악화 등을 겪으면서 부시 행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대담한 제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북한이 핵폐기 조치에 돌입하면 그 수준에 따라 경제 지원, 테러지원국 해제, 평화협정 서명, 북미관계 정상화 등 북한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난관은 존재한다. 2월 1일에 종결된 BDA 실무회의가 합의없이 종결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문제의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발 물러섰다고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계속 지연된다면, 북한은 본격적인 핵포기 협상을 꺼려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포기 대상과 수준, 그리고 절차와 검증은 정치적, 기술적으로 대단히 까다로운 사안이고, 미국의 상응조치 제공의 시점과 조건, 그리고 그 내용을 둘러싼 협상도 결코 쉬운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내 강경파들의 농간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과 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이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는 ‘악의적인 무시’로 일관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달라진 분위기에 주목하는 듯 하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 회담 이후 “모든 것은 달라지는 것 아니냐”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암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반영일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우리당의 탈당 사태, 점차 과열되는 대선 열기, 그리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뿌리 깊은 정파적 갈등 등으로 인해, 핵문제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눈에 띠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한반도 냉전해체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무대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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