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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01:45
삼성과 제너럴 모터스, 그리고 경제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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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제너럴 모터스는 미국 자동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10억 달러의 이익을 올린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 1953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제너럴 모터스 회장 찰리 윌슨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상원 군수산업위원회의 청문회에 불려나간 윌슨 회장은 ‘만약 국방장관이 된다면 제너럴 모터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윌슨회장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고는 자신은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나는 미국에 좋은 것은 제너럴 모터에 좋고 그 역도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너럴 모터스의 철학을 너무나도 잘 요약한 말이었기에 나중에 “제너럴 모터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다”(What's good for General Motors is good for the country)라는 경구로 유명하게 되었다. 그런데 2005년 3월에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제너럴 모터스의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제너럴 모터스는 4월 5일에는 기관차 부문을 팔았다. 제너럴 모터스가 위기에 빠진 것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경쟁업체들을 합병하는데 골몰하고 기술혁신에 소홀했던 탓이다. 기존모델을 써먹으려고 새로 개발한 기술도 도입을 늦추었다. 제너럴 모터스는 하이브리드 차를 내놓지 못하여 토요타나 혼다에 뒤쳐져 버렸고, 뒤늦게 수소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공룡기업이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할 때 어떻게 위기에 빠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제너럴 모터는 미국 종업원 2만5천명을 해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너널 모터스에게 좋은 것이 꼭 미국에 좋은 것은 아니게 된 셈이다. 그런데 요사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나돌고 있다. “삼성에게 좋은 것은 한국에 좋은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한 발 더 나아가 소위 "샌드위치론"으로 불리는 경제위기론을 내놓았다. 기업의 총수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수적이다. 거기에 실제로 스물스물 올라오는 경제적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이러한 예측이 반드시 근거가 없는 허황된 소문은 아님을 뒷받침한다. 실제로도 한미 FTA 협정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벌써 수년째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강세, 고유가, 가계부채와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등 곳곳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형편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어느 정도 체질 개선을 했지만 여전히 여건을 낙관적이지 못하다.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융통성없는 태도보다는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일관성없고 방향성없는 규제보다는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때이다. 이는 인재 양성에 대한 혁신적 마인드 없이는 불가능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편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이 발언을 경계해야 한다. 에버랜드 불법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기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발언은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을 뿐더러, 국가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작년에 있었던 정부, 특히 금감위와 재경부의 삼성, 결국 이건희 감싸기에 이어 금산법 개정안으로 행보가 유연해진 삼성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부가 이러한 협박에 굴복했거나 혹은 구시대적 유물인 친재벌 정책의 연장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재벌체제란 재벌총수가 조그마한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그 계열사들이 국민경제를 지배하는 구조이다. 문어발 확장이 재벌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이고 상호출자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지배권을 유지하는 지렛대인 것이다. 게다가 국가정보원 도청 테이프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은 여야당 대선 후보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건넨 이력이 있다. 견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이 어떻게 정치권력을 손아귀에 넣는가를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건희에게 좋은 것은 삼성에 좋은 것인가. 아닐 수 있다. 또 삼성이라는 기업에 좋은 것이 이건희에게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학교수가 연구비를 타가지고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잘라먹은 것은 일시적이기는 하겠지만 자신에게 좋을지라도 대학원생에게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학교에도 좋지 않고 결국에는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주영회장과 대우그룹의 김우중이 어떻게 그룹을 위기로 몰고 갔는지, 그리하여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삼성에 좋은 것은 한국에 좋은 것인가? 삼성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한국에 좋은 것일 수 있지만 무노조 경영은 삼성에는 좋지만 한국에는 좋지 않다. 삼성이 오래 지탱되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삼성 스스로도 한국에 좋지 않은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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