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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위험한’ 이명박 후보의 대선 공약

서울과 런던. 이 두 도시를 오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차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중교통 수단인 버

스이다. 단지 단층이냐 2층이냐의 차이가 아니라 승차 시스템과 승객에 대한 배려가 두 사회의 현재를 가르

는 가장 큰 차이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디스플레이에서부터 승하차 시스템 및 객실의 구조는 전적으로

다수의 일반인보다는 소수자를 위한 철저한 배려의 소산이다. 최근 들어 서울도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이

미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시스템과 체계를 바꾸기엔조금은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밝힌 사교육비 감소 대책이나 감세정책, 대운하 공약 등을 보면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온데 간데 없고 정작 효율성 중심의, 또 다른 소수자(?)를 염두에 둔 정책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먼저 교육정책의 경우를 보면 실상 초점은 사교육 경감보다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화를 골자로 하고 있

다. 즉 사교육이 필요 없는 다양한 고교를 300개 만들겠다거나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등을 활용하면

부의 세습을 통한 교육 수준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전국적 학업성취도 시험과 교원 평가

를 통한 질 개선을 통해 교육혁명을 이끌겠다고 하는 것인데 듣기엔 좋아보여도 정작 알맹이는 빠진 느낌이

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은 이러한 효율성의 제고가 아니다. 사교육비 절감 관련된 입시제도의 핵심은 현

재 잘못된 대학서열주의 및 학벌 폐해를 해소하고 여기에 입학선발의 중심 자료인‘고교 내신’을 질 높고

활용가치가 크되 동시에 사교육이 달라붙지 못하는 시험으로 전면 개편하며 별도 전형자료 생성 없이 대학

이 이 내신자료를 활용하여 학생선발을 자율적으로 책임지는 데 있다. 공약 내용에는 아예 이 부분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 과연 교육철학 자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더군다나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문제 및 남북 관계의 물꼬가 트이게 됬음에도 이에 대한 변변한 정책

이나 언급도 없이 지난 핵실험 당시의 한나라당 정책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차기 정권 초반부에 가장 중요

한 과제인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비전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쯤 앵무새처럼 남북 경협 중지라던가 이산가족 상봉과같은 반복적 구호를 그칠 것인가?

게다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명박 후보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겠다고 한 공약은 전형

적인 대기업 및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감세정책 만큼 정치인에게 매력적인 것

도 없으며 게다가 재계 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감세 정책은 굉장한 추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로 인한 문제점은 매우 느리고 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당장 세금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호감을 가지게 마련이

다. 그러나 무리한 감세 정책은 경기 부양은커녕 정부의 재정적자만 확대해 다시 서민들의 조세부담을 가중

시킨다. 현재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세금 감면이 아니라 불평등한 세제의 개편과 방만한 정부 재정의 운영을

개혁하는 일이다. 각종 기금이나 연금의 잘못된 운영으로 인한 폐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순간에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지 모른다. 세율을 낮추면 경기 활성화로 오히려

세수가 는다는 것은 전 레이건 정부의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사업으로 인한 신선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전형적인 개발 독재 시절

의 밀어붙이기 정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모양새가 세련되었다고 해서 그 본질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운하 사업이나 새만금 간척 사업 같이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집

착 역시 ‘환경’이란 명분을 달고는 있지만 ‘개발’이란 속내의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노무현 정부가 지난 5년간 좌측 깜박이를 키고우회전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사회의 각 시스템을 바꾸

는데 일정정도 기여를 해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쪼록 이명박 후보도 노무현 정부와의 대립

각과 차별화만 내세우지 말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개혁할 것은 개혁하는 좀더 성숙한 공약을 내놓기

를 바란다. 그것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할 일이다. 이번 대선은 평등을 강조하는 자와 자유를 강조하는

자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이라고 본다. 어떤 포장으로 자신의 속내를 숨기려는 후보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평등과 자유 사이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정치, 사회, 국방 그리고 교육 등 어느 분야를 보

더라도 평등을 강조하는 진영과 자유를 강조하는 진영사이에 정치 권력을 얻기 위한 대결이라 본다.

현명한 선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후보자들이 어떤 경력을 쌓아왔는지 그리고 그런 경력 가운데서 중심적인

세계관은 어떤 것인지 찬찬히 따져보면 향후 5년 그리고 더 나아가 10년 후 나라의 지향점에 적합한 후보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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