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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대한민국의 영어



  가끔 대한민국을 제 3의 시선으로 들여다 보면 신기한 구석이 있다.

태어나서 우리말과 함께 영어를 배우고 초, 중, 고 12년 간 그 어떤 과목보다도 더 열중한다.

대학 도서관에서 머리를 숙이고 공부에 열중하는 이들의 반수는 미국에서 주관하는 영어 시험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결과 몇 점, 몇 점이라는 계량화된 수치에 일희일비한다.

몇몇 열정적인 사람들은 다시 해외로 나가 말을 트이려고 또 몇 배의 노력과 돈을 들인다.

그런데 그 중 극히 일부만 이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뿐이다. 나머지는 ?

각종 입사 시험에 성적표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일컬어 '영어광풍'이라는 명칭도 붙여주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하여 '영어공용화'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주변의 현실과 일상에서 영어는 단지 우리말에 섞어 쓰는 '외래어'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 언론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글날만 되면 우리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사설이 쏟아지다가도 '세계경쟁력'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영어 찬양 일색이다.

  전 국토가 그런데 이명박 인수위라고 별 다를 게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인수위의 영어 교육 개혁안이 발표되자마자 다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일단 이명박 인수위의 영어 정책의 핵심적 목표는 공교육을 통한 영어 교육 정상화이다.

그런데 세부적인 계획들은 이러한 틀에 걸맞는지 의심스러운 구석들이 있다.

  먼저 전국적인 영어 시험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에서 지적하듯 계량화된

'점수화'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공교육에서 실용적인 영어 교육이 안되는 것은 그것이 오로지 '입시'의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은 본질적으로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대안이다.

  두 번째는 공교육 전반에 대한 지원 대책이다.

과연 영어 그 하나만으로도 학생들의 인적 자원의 수준이 급상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오로지

'영어' 과목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만약 인수위의 계획대로라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영어' 단 한 가지에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현직 영어 교사들을 우선 '영어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 해외 연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최소한 1년 정도의 순환 파견을 통해도 완벽한 교사를 양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어렵다면 마지막 대안은 그런 수준에 도달한 새로운 인력들을 대거 채용하는 수밖에 없는

데 이런 과정은 교육계 전반에 상대적인 박탈감과 차별적 조치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오로지 영어 한 부분에만 특화시켜 다른 과목의 채용방식과 달리 하는 것은 일선 교사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올 것이다.   다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과연 영어가 문제인가 학생들의 인적 자질의 향상이 우선인가?

또 영어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런 근본적인 물음 없이 근시안적인 수준에서 영어 교육을 대하는 정책은 또다른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주식 폭락장 속에서도 벌써 사교육 시장의 주가는 미친듯이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인수위'라는 이름의 토끼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이상한 나라로 참 빠르고 정신없게도 향해가고 있다.

제발 이제라도 과외 등 사교육을 막기위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국가의 백년지계를 위한

진정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할 때임을 이 명박 당선인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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