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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01:09

이상한 실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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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실용정부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아마 '실용정부'일 것이다.

지난 5년 간의 노무현 정부를 '이념 정부'로 재단하고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 이명박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다.

그러나 사실 '실용'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사상해방'과 '실사구시'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것이 사회주의이든

자본주의이든 상관없다는 논리이다.

그런 덕분에 중국은 한 편으로는 기형적이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다.

바로 이것이 '실용주의 성공신화'의 원조인 셈이다.

  국민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를 낙점했고, 어지간한 도덕점 흠결이나 공직자로서의 윤리성은

차치해두었다. 바로 한나라당이 그렇게 강조하던 '코드'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새 정권이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의 이런 기대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정부를 이끌어갈 국무위원들의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비리, 도덕적 해이와 국민정서를

벗어난 발언들은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더군다나 곧이어 벌어진 '사정라인'의 인선에서는 그렇게 비난하던 '코드인사'가 되풀이 되었다.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남 고성, 임채진 검찰총장이 경남 남해,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남 진주,

김경한 법무장관 후보자가 경북 안동 출신인데 이어, 김성호 전 장관도 경남 남해출신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남향우회'라 부를만 한 진용이다.

  더군다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중 몇몇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시절 떡값을 직접 전달하거나

그 정황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폭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는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그 대응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김성호 국정원장의 경우 사제단 기자회견을 전후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김 변호사와 접촉했다.

때로는 회유도 하고, 때로는 협박으로 받아들 일 만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그러한 메세지를 전달한 인물들은 언론사 고위직 간부들이었다.

이 수석 역시 사제단의 금품 수수 주장을 ‘무혐의’로 결론난 BBK 사건과 비슷하다며, 이런 무분별한 폭로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석의 말만 듣고 있다 보면 김 변호사는 BBK 사건의 김경준 같은 사람 아니냐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이 수석은 그의 말대로 사제단이나 김 변호사를 상대로 하루빨리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는가?

  결국 이런 사태의 뒷면에는 청와대의 배짱인선과 막무가내 인선이 자리잡고 있다.

사제단이 기자회견에서 “곧 있을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핵심 보직에 삼성으로 부터 자유로운 분들을

임명”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예 무시했다.

앞으로 더는 사제단이나 김 변호사의 로비 명단 공개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과정에서 드러난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와 동시에 각 부처에서 노무현 전 정권의 잔재를 쓸어내려는 모습은 또다른 '코드인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9세기 행정의 초기에나 보였던 엽관제가 20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부활한 셈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진정한 의미에서 실용이라 할 수 없다.

진정 실용이라 한다면 그 인물이 좌파던 우파던, 혹은 자신의 입맛에 맞던 맞지 않던 일 잘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또한 실용은 인재의 선출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즉 실용적인 정부가 되려면 그에 걸맞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하는 일에 오히려 역점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그러한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다

반대로 10년 전으로 한국의 정치를 후퇴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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