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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명암을 생각해볼 때

현재 한국사회는 촛불집회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시절 대학생들만의 참여한,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대표되는 암울했던 시절의 시위문화가 이제는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는 범국민적인, 그리고 한 자루  촛불과 함께 당당하게 시대의 정의를 찾기 위한 시위문화로 정착하려는 것 같다.

촛불시위는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지난 2002년 여름 우리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사후처리 문제 및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시작된 시위였다. 촛불시위는 여러 측면에서 21세기 한국형 시위의 대명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광화문과 같은 공개된 광장,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 여러 의미가 함축된 촛불을 내세운 점, 무엇보다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시위의 주제와 목적이 촛불집회를 탄생하게 했다.

이후 촛불집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발생 시에도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탄핵안을 주도한 한나라당의 17대 총선 참패를 유도하는 등,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소극적이었던, 또는 이전에는 정보를 많이 얻지 못했던 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렇게 형성된 연대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주목을 받았고, 힘을 얻으며 또 힘을 행사하게 되었다. 촛불집회는 그렇게 형성된 연대의 오프라인 모임 격이다.

초기에는 하나가 되어 외부의 적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던 촛불집회가 이제는 현직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를 쏟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우병 파동을 비롯, 교육 문제, 대운하 등 이제 촛불집회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듯 하다.

범국민적인 참여의식 배양과 잘못된 일에 대한 지적 차원에서 촛불집회는 일단 시위의 긍정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암울했던 군부 정권 시절에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던 수준으로 정부를 향해 지적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한 폭력사태와 같은 불미스런 사고가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 단지 주동자들이나 과격 참가자들만이 아닌, 말 그대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촛불집회가 21세기적인, 민주국가적인 시위임에는 분명하다.

정부 또는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 목소리는 높아도 눈 앞에 드러나지 않는 인터넷,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이익관계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가장 큰 이목을 단 시간에 주목시킬 수 있는, 대통령과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심지어 두렵게까지 만들 수 있는 촛불집회의 영향력은 어쩌면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그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짜증, 분노, 스트레스의 배설이 자칫 이 촛불집회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 정보, 바른 의견이 지나치게 과잉된 감정을 수반할 때, 이는 곧바로 과장된 혹은 왜곡된 정보, 또 극단적인, 자극적인 의견으로 빗나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촛불집회는 어쩌면 인터넷 여론, 즉 네티즌들의 민심이 그 모태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곧 그 동안 여러번 목격되었던 인터넷 여론의 오점, 허점들이 촛불집회에서도 그대로 답습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그에 대한 책임과 개선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은 촛불집회를 통해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목적이며 결과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공부하기 싫은 현실이 짜증나서 참석한 어린 학생들도, 취업도 안되는 마당에 부자들 편에 선 듯한 정부가 미워서 참석한 젊은이들도 수 많은 촛불 속에 숨어 있는 듯 하다. 이성적인 접근으로 책임자의 책임을 묻고, 현실적인 개선책 마련에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유 발언대에서 터져 나오는 일부 외침들은 비록 감정 배설 차원에서는 통쾌하고 때로는 감동적일 지언정, 결코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는 이야기들도 종종 전해지고 있다. 촛불집회가 스트레스 가득한 현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배설되는 시간, 장소로서 그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르는 심각한 부작용들이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지나치게 언론적(?)으로만 보도하는 언론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그들의 바른 목소리를 대변하며 힘을 합쳐줘야 할 당사자인 언론들이 ‘누가 이 어린 초등생을 촛불집회에 나서게 했는가’ 따위의 관심끌기용 기사나 써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여차하면 촛불집회를 벌일 것처럼 보여진다. 그것이 정말 바람직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만 전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촛불집회의 명암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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