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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을 밝히는 것



불안불안하던 대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인 고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에 피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관계가 어찌 되었든 인도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냉정하게 바라보아도 남북합의서 정면 위반이다. 거기에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북한은 전통문마저 받아들이지 않다가 뒤늦게 관광사업을 총괄하는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며 "남측은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생떼를 썼다. 돌아볼 것도 없이 억지주장이다.

  문제는 북한이 명백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조사단 파견마저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온통 의혹 투성이다. 북측 설명대로라면 피해자가 호텔을 나선 때부터 사망 때까지 이동 시간이 20분인데 50대 여성이 백사장 3.3㎞를 어떻게 그 시간에 이동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으며 목격자는 2발의 총성을 들었다는데 북은 공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해 차이가 있다. 의혹은 불신을 낳는다.

이번 사건을 수습하는데 있어서 가장 첫 단계는 바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일이다. 명문상 규정도 있다.

남북은 금강산 관광에 앞서 우리측 인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금강산지구 출입ㆍ체류 합의서'를 체결해 억류나 손상을 금지하고 문제가 있다면 조사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향후 장기간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속내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왜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

고 박왕자 씨의 관광 인솔 조장이었던 현대아산 직원 이형렬 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대응이 평상시와 달랐다”고 밝히며, 현재 북한측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관광객에게 문제가 생기면 북측은 일단 붙잡아 놓고 우리 쪽에 연락을 취했다. 이번 일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총격 사건이 초병의 판단 미숙으로 인해 발생했을 경우 북한이 ‘과잉 대응’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대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초병에 의한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의도된 도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 정부로서는 매우 유용한 자금줄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 자체가 폐지될 수도 있는 마당에 강경대응을 고집하는 북한의 태도는 향후 벌어질 일까지도 정확히 예견하고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일게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실망이 이런 식의 반발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0?4 선언의 일부라도 추진될 줄 알았던 북한은 새 정부가 ‘한미공조’만 강조하는 모습에 통미봉남을 외치며  강경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한 사람의 생명이다.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정략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 북한은 고 박왕자씨의 가족들의 상실감과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도 이번 사건에 정치적 음모나 의혹을 먼저 제기하기에 앞서 무엇이 더 우선시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자그마한 불신은 더 큰 불행을 낳는다.

그렇기에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첫걸음일 것이다.

하루 속히 북한은 남한과 공동조사단을 꾸려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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