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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내 조국,내 겨레 그리고 우리 선수들

  13개의 금메달이 포함된 총 31개의 메달, 전체 순위 7위라는 88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 각종 스포츠 스타의 탄생과 국민들의 열광.   이 모든 것들이 지난 16일 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우리 선수들이 펼친 열정과 노력을 지켜 보았으며 환호했다.

그 중에 누군가는 승자이기도 했으며 패자이기도 했다. 결과가 어쨌든 그들은 흔히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올림픽에서 스스로의 재능을 전 세계인에게 펼쳐보였다. 그것만이 대단한 것이며 의미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이다. 나머지는 그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다.

지켜본 우리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일 뿐이다.

  조금 우려의 일이지만 현대의 올림픽이 그 자체로 순수한 스포츠의 제전이 아님은 지난 1984년 로스엔젤리스 올림픽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히틀러가 집권한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올림픽은 아리안 민족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물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대의 올림픽에서 상업성은 그 존재를 부정하려 하여도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의 유니폼과 신발에서 드러난다.

게다가 금, 은, 동의 각종 메달의 집계를 통한 순위는 이상하게도 그 나라 국력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계 방송권의 액수가 얼마가 되든 자칭 '공영방송'마저 그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이상한 일로 비치지도 않는다.

  지극히 '순수하지 못한' 올림픽은 그래서 '우생순'이란 기형적인 단어를 낳았다.

변변한 체육관이나 운동장 하나 없는 핸드볼 팀이나 하키 팀의 인기는 신파조의 영화와 함께 우리의 눈물샘을 후벼 팠다. 그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반짝하고 재림했을 뿐이다.

장담하건데 우생순의 재림은 올해 하반기 핸드볼 대잔치가 아니라 4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나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스포츠의 대전제를 생각한다면 8월의 올림픽 열기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대한민국에서 스포츠는 '재능있는 어떤 이'의 전유물로 여겨질 뿐, 대중이 스스로 즐기는 그 어떤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열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야구 금메달의 경우 '기적'이라 불리는 이유는 고작 60여 개의 고교 야구팀을 가진 한국이 수 천개의 야구단을 가진 일본과 쿠바를 이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적들은 이른바 '전략 종목'이라는 이름으로 육성될 뿐이다.

실제로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회인 야구단들이 주말마다 운동장을 빌리느라 전쟁을 치르는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방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빛을 발한 우리 선수단의 모습에 환호하고 축하한다.

그들은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 또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에게 내재된 희망을 발견한다.

이 두 가지만이 올림픽이라는 세계의 제전에서 가치있는 것이다.

메달의 색깔이나 개수로 자랑스러워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느니 하는 말은 과거로 묻어두자. 우리 선수단의 개선을 축하하며 그들이 또 다른 4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응원하자.

그리고 그들과 더불이 우리는 우리의 일을 제대로 해 나가야 할 때이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올림픽으로 마치 자신들이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선수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해가면서까지 거국적 귀국 행사를 마련하거나 퍼레이드를 준비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파시즘의 단면을 본다.

지난 2주일간의 흥겨운 잔치를 그런 왜곡된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제발 다음 올림픽에는 또 다른 '우생순'이라는 신파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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