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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공포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한국의 식탁을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

중국산 원료로 만들어진 각종 과자들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사먹여야

할 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산 식품이 우리 밥상을 점령하면서 종종 벌어진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이, 올초 미국사 쇠고기의 수입 파동을

거쳐, 절정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른바 먹거리 공포다.

  이런 혼란에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처음에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로 수많은 영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부터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정작 몇몇 식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이번에는 매우 소량이라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발표

했다. 심지어 마치 검역과정이 매우 철저한 양 문제가 된 몇몇 제품만 수거해 처리하면 끝날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의 종류가 수 백여 개로 늘어나고 외국 유명 제과업체의 제품에서도 멜라민

이 검출되자 식약청은 부랴부랴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사전에 확립해야 하는게 상식이라고 한다면, 우리 정부는 정상 축에도 못들어 가는 셈이다.

문제는 사전에 차단하지도 못하는 유해물질을 사후에 어떻게 검증해 낼 수 있는가이다.

  특히 먹거리와 관련된 유통구조는 굉장히 복잡하다.

소규모의 자본으로도 원재료나 가공품 모두 수입 가능한 것이 식품유통업이다.

게다가 거대 유통업체에서 수입된 원재료는 수많은 가공업체에 분산되어 버린다.

이번에 식약청의 늦장 대응도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 모든 식품을 수거, 검사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다는데

기인한다. 현재의 식약청은 스스로 모든 식품의 위해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

또 기본적인 기능 역시 일부 품목만 선별해 검사가 가능할 뿐 전수검사가 가능한 규모도 아니다.

따라서 많은 부분 민간 식품 위생 검사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식양청으로

부터 입수해 29일 공개한 올해 상반기 식품위생 검사기관 지도·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총 29곳의 검사기관

가운데 35%인 10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실험을 하지도 않고 검사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하거나 검사 시료를 분실하자 다른 시료로 검사를 해 시험 성적표

를 발급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거기다 올초 식약청 검수관을 중국 칭다오로 1명 더 파견하려고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에 논리에 맡겨야

한다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식품 안전을 국가의 당연한 의무로 보는게 아니라 비즈니스로 착각한 것이다. 위험한 국정철학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당국자나 이명박 대통령이 '안심하라'라고 앵무새처럼 외쳐봤자 공허할 뿐이다.

국민에게 어떤 신뢰도 줄 수 없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어떤 의지와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든다고 늘 강조하지만 개개의 구체적인 의미와 중요성은 무시한채 무조건 '작은것은

효율적인 것이다'를 외친다.

게다가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조율도 되지 않는 대책을 내놓는다.

이러다 보니 어제 했던 말이 다르고 오늘 하는 말이 다르다.

조삼모사 정부라 불릴만 하다. 한마디로 위기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과 정부의 일부 힘있는 부처가 독단적으로 전 국정을 전횡하는데서 비롯한다.

각종 사안에 대한 자율적 시스템 확립에 주력한 노무현 정권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국민의 건강 문제는 단순한 경제지표의 일종이 아니다.물가 관리와 같이 객관적 수치화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국가와 정부의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의무이다.

기업의 수출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오른다 한들 아이들과 국민의 생명을 등한시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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