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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사이버 모욕죄 제정을 반대한다.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로 탄생했다. 문제 해결이라는 필요성은 '언어'라는 수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애시당초 언어란 늘상 그런 용도로만 사용되어 온 것은 아니다.

자연의 어떤 대상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인 언어에서 인간은 신비한 힘을 부여하기도 했다.

성경에서 태초에 말씀이 있어 천지가 창조되었다고 한 것이나, 중세의 마녀들이 '알 수없는 주문을 외우며

저주를 했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훔볼트의 언어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근대화의 선봉장에 섰던 20세기 언어행태학자들은 말을 통해 인간은

특정한 행위를 유발한다고 보았다.

인류의 역사에 언어가 기여한 또 다른 업적은 바로 '감각이나 감정의 표현'에 있다.

일기를 쓰거나 낙서를 하는 행위 자체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는, 어찌보면 상식적으로 비합리적인 행위의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무책임하게 전파하는, 언론들이나 그에

동조해 익명성에 숨어 비아냥대는 대중들이나 모두 인류의 위대한 도구인 '언어'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삼류 인생들이다.

소통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순간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해

야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어쩌면 하버마스가 꿈꿨던 '소통의 장'이란 이런 권리와 의무를 철저하게 가슴에 새긴 사람들이 '진정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게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그런 소통의 장으로 인터넷이 주목받은 것은 어쩌면 인류진보의 중요한 국면이었을게다.

  문제는 인터넷이란 공간은 소통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는 특성에 있다.

대면의 공간과는 달리 공백의 스크린을 통해 대화를 하기에 우리는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욕망들을 그대로

표출하기 쉽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욕망들을 그 상대방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애초 이해를 바라고 내뱉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거부해버리는 셈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언제나 진정성을 담아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웹 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가장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인터넷 악성 댓글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우리 자신이 인간의 가장 밑바닥이라는 사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삼류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언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문제보다 더 심각한, 소통의 장벽을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정부의 기준에 맞춰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도대체 누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수 있으며, '모욕'의 기준은 어떻게

정하겠다는 것이냐? 정부의 발상은 스스로가 '교양있는 말'을 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지오웰의 '1984'에서나 볼 수있는 광경을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목도하고 있다.

게다가 의도마저 의심스러운 것이 '사이버 모욕죄'라는 표현은 최진실 씨 자살 이전에 이미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정부에서 먼저 추진했던 것이다. 추잡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명예훼손이 문제라면 이미 민법에 자세한 규정이 되어 있다.

경찰청에 사이버 범죄 전담반이 이미 활발히 가동 중이다. 정말로 사이버 모욕이 문제가 된다면 정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일이다.

단속이 어렵다고  단속의 실효성을 위해 국민의 입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발상은 독재정권에 서나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늘상 문제로 삼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주요한 포털 사이트에서 시행 중이다.

댓글 하나 달려면 일일히 로그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우리 '대통령'과 '그 수하'들은 모르고 있는가?

우리는 지난 5년 간 한나라당과 일부 거대 언론에서 '언론탄압'을 입에 달고 살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 그들이 내놓은 이번 법안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제발, '탈근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근대'를 강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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