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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06:22
위기의 남북 관계와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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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 협력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꼽으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 7.4 남북 공동성명에서부터 이어진 각종 협정과 성명들은 사실 대내외적 '상징성'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적은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쇼'였다. 찔끔찔끔, 그것도 까다로운 선별을 거쳐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 역시 반 세기의 한을 풀어주기에는 98% 모자란 감이 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악수하고 와인잔을 부딪치는 순간에도 철책의 병사들은 서로 총을 겨누어야 했고, 북한은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수많은 인사들이 분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순간에도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남으로 향했다. 남한과 북한이 각자의 정부를 수립한지 60년. 그 질곡의 세월에서 갈라진 민족의 진정한 협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다. 남쪽의 자본의 북쪽의 인력이 힘을 모아 같이 땀을 흘려가며 생존을 모색하는 순간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협력이라 할게다. '개성공단'은 단지 상징성만을 띤 존재가 아니다. 줄잡아 3만 5천 여 명의 근로자와 271개의 업체가 공장의 등불을 밝히고 있다. 월 65달러라는 인건비에 중국보다 나은 생산성을 감안한다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 입주 신청 때마다 몰려드는 이유는 자명하다. 남한의 산업 구조 재편 과정에 있어서도 개성공단은 든든한 제조업적 기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원자재 모두를 남한에서 조달하는 비효율적 구조만 개선된다면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북한의 개방화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안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색된 남북 관계는 금강산 총격 사건과 삐라 사건을 계기로 완전한 단절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담당자의 '개성공단 폐쇄' 발언을 대놓고 무시하는 정부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이번 정권의 대북 관계에서의 수사는 늘 이렇다. '실제로 그럴 리 없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개성공단 사무소 남쪽 파견 직원이 전원 철수했으며, 북한은 핵봉인을 뜯었다. 오바마가 당선되던 날 북한은 남한 인사보다 더 빨리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직접 접촉을 가졌다. 그리고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인사는 '통미봉남'의 뜻도 모른다고 한다. 일부 수구 보수 언론들은 개성공단 폐쇄는 결국 북한에 손해일 뿐이며, 미국은 남한을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한다. 그 와중에 오바마는 자동차와 관련한 한미 FTA 재협상을 언듯언듯 내비친다. 여러모로 정부나 언론이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를 모아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지도 않은 채 그저 대북 강경파의 눈치나 살피고 있다. 정부 어디서도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정책 기조와 정책 수단을 재설정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 상황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미 공조는 잘되고 있다’는 공허한 말만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만 지금의 남북 관계는 체제경쟁을 하던 60,70년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모든 면에서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늘상 듣는 '불바다' 발언에도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현실적으로 포용과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은 남한이다. 체제유지에도 허덕이는 북한정부와 군부가 먼저 손내밀기에는 처지가 궁박하다. 더군다나 핵카드를 통해 실질적인 협상을 할 수 있는 상대는 미국이다. 그렇기에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개성공단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남한 기업이 아니라도 군침을 흘릴만한 곳이다.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입지 조건은 장기적으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 90년대의 기아도 버텨낸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처지다. 반면 세계적 불황의 국면에서 도산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는 몇 군데 없는 생존의 공간이다.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노자가 한 말이 있다. '대국이 소국을 얻으려면 소국보다 낮은 자세에서 그를 대해야 한다'고. 북미관계보다 반발짝 앞서 남북 관계가 나아가야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은 명백하다. 언제까지 북쪽과 기싸움만 하다가는 경제도 통일도 모두 잃게 될 수도 있음을 정부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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