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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만 있고 봉합이 없으면 결국 상처는 터진다. 지난 10여 년 간의 남북 교류는 사실상 24 일부로 종지부를 찍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관광 중단,그리고 남북간 철도 운행 중단, 경협사무소 폐쇄,개성공단 남측 상주인원 축소,각종 교류협력과 경제 거래 등을 위한 민간단체 및 사업자의 방북 차단 등 고강도 남북관계 차단조치를 동시에 내놓았다. 곧 추가조치도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가 원하는 데로,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기타 극우 보수 단체,뉴라이트,지만원,조갑제 같은 사람들이 원하는,그런 남북 관계가 온 것이다. 바로 10여 년 전,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하던 그 때로.

  아,그렇다고 북한의 관료들이 이런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들 역시 늘 해오던 외줄타기와 밀어붙이기 식대로 했을 뿐일 테지만,이번엔 단단히 잘못 짚었다.그들은 심한 자가당착에 빠졌다. 6.15 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이행하라면서 취한 이런 봉쇄와 단절의 조치는 책임 전가치고는 너무 치졸하다. 그들 역시,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던 그 혼란 속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남한의 민족주의자보다 더 '민족'을 찾던 그들의 주체사상은 더 이상 민족을 찾지도,구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인민'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민족의 번영을 주장하던 그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이번 조치로 피해를 받는 것은 남한 정권의 지도부도,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위협한 남측 군부'도 아닌,바로 그들이 인민이라 여기는 우리 국민들이다. 세상에,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디있는가? 민족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며 남측을 질타하던 그들의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희망이 있다고? 지금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나,북한의 사정을 보나 그다지 좋은 소식은 찾아올 것 같지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심각한 유감'을 표하면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란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오히려 남북관계를 하나씩 풀어가는 수순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남북이 생산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자신하는 그들은 과연 정상적인 사고과정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발언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바로 '현 정부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이다. 이제 대화의 한쪽 당사자는 사라졌다.

  북한 역시 그다지 적극적일 수 없을게다.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실제든 아니든, 후계자 문제를 비롯한 향후의 권력 관계를 재편할 시기가 찾아왔다. 이것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아닌 것이 체제의 유지라는 절대적인 명제아래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체제유지와 안정적인 권력의 승계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좀더 '온건한 미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이나 남북 관광 협력 같은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사안보다도 향후 5년 간의 있을 지 모를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것이 폐쇄체제를 고집해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어차피 해온 고생과 배고픔, 조금 더 줄인다고 표가 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올해는 작황도 예년보다 좋다지 않은가 ?

  이런 저런 상황을 살펴보면 결국 남북 관계는 당분간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점점더 대립의 길을 걷거나 혹은 상호 무관심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결국 통일은 지지고 볶고 갈등으로 서로를 헐뜯던 때보다 현실적으로 더 멀어질게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보수 논객들의 태도를 보라.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야 할 때다', '더 이상은 끌려다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라지 않는가? 초등학생들이나 할 말들을 사회 저명인사들이 서슴없이 내뱉는 걸 보면, 여전히 대한민국은 '초딩공화국'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하나에 희망을 걸어 본다. 곧 12월 8일에는 5개월만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 이번 6자회담에서 이명박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향후 대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공조 체제의 단초를 구축할 수 있다. 핵검증 논란과정에서 북미간의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에너지 제공 등의 성과를 북한 측에 제시할 수 있다면, 말로만 외치던 대북관계에서의 한미공조가 실현될 뿐만 아니라, 북한도 대화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다. 남북 관계, 한미공조, 부시 정권의 체면 등 한 번에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지금 구사하고 있는 전술은 둘 다 벼랑 끝 전술이다. 벼랑 끝 전술은 마지막 반전에 그 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반전이 있으려면 그 사이에 수많은 노력과 협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양측 당국자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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