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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라북도 임실 교육청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수 축소 보고 논란은 고질적인 우리 교육 현장의 폐해는 물론, 신의 직장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졸속 행정 수준도 고스란히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각 지역 학교가 산출한 자료를 해당 지역 교육청에 보내고, 이를 다시 시,도 교육청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로 보고되는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는 구조인 만큼, 각 과정에서 어떠한 조작이나 허위 보고가 행해져도 이를 단속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구조이다. 즉,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은 이 같은 조작이나 허위 보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커지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낮은 타 학교들에 대한 재조사가 서둘러 행해지고 있지만, 만약 이번 임실 교육청 사건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조작이나 허위 보고 내용이 사실인양 공식적으로 공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평가 및 후속 조치들이 취해졌을 것이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교육과 관련된 사안에서 이렇게 어설픈 행태를 목격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으로 임실 교육청의 장위현 교육장이 사임하고, 초등 교육과 박진자 장학사도 직위 해제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경우, 반드시 조사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지역, 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이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한다. 불과 며칠만에 전국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조작 논란의 중심으로 돌변했는데 어떻게 이들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며, 또 누가 이들의 정신적인 피해를 보호해 줄 수 있겠는가? 안 그래도 쓸데 없는 교육열로 지칠대로 지친 우리 학생들을 이번 사건으로 속칭 ‘두 번 죽인’ 셈이지 않는가?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취한 후속 조치도 전형적인 대한민국 공무원의 졸속 행정 수준으로 행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급하게 각 시,도 교육청에 연락해 두 시간 내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0%인 학교들을 대상으로 조작 여부 조사를 지시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번 보고 과정에서 발생한 조작이나 허위 보고 여부 판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상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에서는 압박하고 국민들의 눈치도 보이니 일단 뭔가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했던 그들의 노고(?)가 눈물겹다. 당연히 이 같은 황당한 지시를 받은 시,도 교육청은 해당 지역 교육청에 역시 ‘급히’ 보고하라고 지시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지역 교육청 역시 일선 학교로 연락해 ‘급히’ 조사를 벌였을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대한민국 공무원의 목표는 ‘~했다’, 더 정확히는 ‘~하는 시늉을 보였다’를 남기는 것이라는데, 이번 사태에도 여지없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이쯤되면 이 학업성취도 평가가 도대체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자문하게 된다. 지역별, 학교별 격차를 드러내어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인가? 비록 이번 임실 교육청 사태로 정확한 결과 도출 과정에 이르기도 전에 말 그래도 꼬여버렸지만, 설사 조작되지 않은 결과를 보고 받았다 한들, 과연 그 결과에 대해 얼마나 치밀하고 효율적인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로 인해 오히려 쓸데 없이 경쟁심이나 위화감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은 마련되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또, 한참 논란이 되었던 일제고사의 정당성을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어떻게든 관철시키려던 의도는 없었는지도 의심이 된다. 그 무엇보다 과연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이 모든 것들의 주인공이자 최대 수혜자가 되어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으로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학생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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