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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스미스(Jacqui Smith) 내무 장관이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당 정부로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현 시기에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스미스 내무 장관이 유료 케이블 TV를 통해 시청한 성인 영화 시청료를 의원 활동비로 청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편당 £5의 시청료가 부과된 두 편의 영상물은 성인 영화(pornographic movies)로 밝혀졌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당 영화가 상영되었던 시간에 스미스 장관은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적어도 그녀가 직접 시청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해당 성인 영화를 시청한 것은 그녀의 남편이자 역시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리차드 팀니로 드러났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아내인 스미스 장관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해당 비용을 반환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전했으며, 스미스 장관은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도 아니고, 우연한 실수인 만큼, 이로 인해 어떠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와는 별도로 스미스 장관은 주택 수당 부당 청구 의혹으로 공직생활 규범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스미스 장관은 업무 상 타지에 머무르는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주택 수당 £23,000 가량을 청구했으나, 실제로는 런던에 위치한 여동생의 집에 머물렀던 바, 이 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당 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고든 브라운 총리의 참모진에 해당하는 스미스 장관은 그 동안 야당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잠재 표적이 되어 왔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동안 스미스 장관은 노동당 정부를 옹호하는 역할 외에는, 실질적인 업무 성과 면에서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특별한 말 실수나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던 바, 이제까지는 다행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은, 물론 실수와 착오로 결론지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스미스 장관의 정치 경력에 상당한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부당하게 국민들의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는 논란의 불씨를 틔운 것은 여러 모로 스미스 장관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각종 활동비 및 수당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는 고든 브라운 총리의 경우 2007/8년도에 £124,454를 청구했으며, 보수당수 데이빗 카메론은 £148,829를 청구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스미스 장관의 청구서 사본이 유출된 것에 대한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지만, 이는 정치권의 물타기 작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정치권은 지금 스미스 장관의 성인 영화 시청료 부당 청구 사건으로 촉발된 논란에 국민들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 동안 스미스 장관을 옹호했던 정부와 브라운 총리도 매우 난감할 것이다. 영국 정치의 생리 상, 영국민들의 정치권을 향한 엄정한 반응을 고려할 때, 무작정 스미스 장관을 편들다가는 도매급으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이다.

흔히 영국 사회, 영국인들에 대해 융통성이 없다,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평을 하곤 한다. 어쩌면, 별것 아닌, 그저 우연한 실수 정도로 무마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임에도, 정치권도, 국민들도 절대 그냥 넘어갈 태세가 아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잘못된 점이 드러나면, 확실하게 관련 영역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처벌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신념이다. 그리고, 그 신념은 정치권이라고 예외가 아닌, 오히려 정치권이기에 더 엄격하고 냉혹한 논리가 적용되는 게 이들의 문화이다.

그것이 물리적인 실수이든, 도덕적인 실수이든,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적절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가차없이 지적 당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의 규칙이 어쩌면 우리 한국 사회, 특히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 경제 지도층에게도 정착되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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