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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23:27
고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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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한 사람에 의해 씌여지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 그리고 간절한 열망이 그 역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완성해 갔다. 그리고 만약 그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바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리라. 그만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김대중이라는 이름 석자와 상처 고통,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왔다. 61년 보궐선거로 당선되면서 시작한 정치 역정은 바로 군사정권의 쿠테타와 함께 바로 좌절되고 만 것은 어쩌면 그가 이후 30여 년 간 겪어야 할 고초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일지도 모른다. 그는 누구나 숨죽이며 지내던 군부 독재에 온 몸으로 부딪쳐 살아온 인물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납치와 5공 신군부 세력이 자의적으로 판결한 사형선고와 같은 물리적 위협 속에서도 그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군사독재의 모진 탄압을 꿋꿋이 견디고, 민주화을 간절히 염원하던 그의 의지는 한 때 '인동초'에 비유되곤 했었다. 1997년 그가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실을 헌정 사상 최초의 선거에 의한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런 정치 역정이 보여준 상징적 평가일게다. 비록 정계은퇴 번복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은 어겼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그는 또한 대한민국 역사상 다시 찾아보기 힘든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IMF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지도력과 결단력은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다. 비록 그 극복과정에서 '카드대란'과 '건설경기부양'으로 인한 버블은 지금도 두고두고 후유증으로 남았으나, 동시에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흠을 가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역사가 평가할 그의 최대 치적은 바로 지난 50여 년간 대립과 갈등의 고착화된 구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남북관계를 '평화적 공생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증진에 기여한 것일게다. 2000년 평양을 전격 방문해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내고, 기존의 통일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햇볕정책'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룩한 공로는 그의 정치 역정을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그의 평화와 민주에 대한 신념은 대통령직이 끝난 뒤에도 여전했다. 그가 몸바쳐 이룩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남북 관계가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는 안주하고 주저하지 않았다. 병마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대중 앞에 나서,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힘주어 말했고, 민중이 다시 각성하기를 역설했다. 그렇다고 단지 그가 순수한 투사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만은 아니다. 정치라는 생리와 구조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고, '정치인'으로서 가져야할 기반과 정략을 활용할 줄 알았다. '3김 시대'라는 타이틀은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적 수완만으로 붙여지는 별칭은 아닌 것이다. 지역 감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또 호남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활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지만 여전히 계파정치, 보스정치를 고집함으로써 정당민주주의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부재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준다. 지금 그는 떠나고 없지만,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많은 까닭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의 서거와 함께 남겨진 과제는 민주주의의 완성일게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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