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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KBS와 공기업 표적감사로 점수를 잃어가던 터에 쌀 직불금제 감사의 불투명한 처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져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헌법에 보장된 독립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직감찰 최고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다른 행정기관을 감독하는 국가 최고 감찰기관이 자신들의 직무수행에 대해 심지어 국회 국정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권력 굴종적 행태'라는 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되고 정권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무자협의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주도한 공기업 감사, KBS 감사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 감사와 한국방송 감사, 혁신도시 정책 재검토 사안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 의중만 좇는 바람에 '코드감사' '정치감사' 시비를 빚는 등 이러한 현상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우선 감사원은 지난 3월31일 31개 공기업 경영실태 예비감사만 마친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서둘러 10여개 공기업의 경영비리를 발표함으로써,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기관장들을 '찍어내는' 도구 노릇을 충실하게 했다. 또 4월 초에는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사업 경제효과가 3배 이상 부풀려졌다'는 내부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했다. 친이명박 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들이 국민감사청구를 내자, 1주일 만에 단 한차례 심사로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착수 결정해 표적인 정연주 당시 사장의 개인 비위를 찾아내지는 못하자 경영부실과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공영방송의 누적적자는 구조적인 문제인데도 사장의 '현저한 비위'로 몰아갔다. 감사원 주변에서조차 애초부터 뚜렷한 목적을 지닌 '맞춤형 감사' '정치감사'라는 소리가 나왔다.

이번 쌀 직불금 감사와 관련해 직불금 부당 수령 '혐의'가 짙은 3만9천명의 공무원 명단을 파기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직무유기에 가깝다.또한 노무현 정부 때는 관련 감사자료를 덮으려고 극력 노력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여권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흘리기 시작한 것도 '권력 종속적' 행태로 지적된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한층 심화된 감사원의 위상 추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가서는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으로도 보인다.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은 "지금까지 감사원이 쌀 직불금만 아니라 KBS 감사 등에서 완전히 권력에 휘둘려 시녀 노릇을 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쳤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5년 임기제 감사원장을 중도에 사표를 받고 교체한 것부터가 '직무상 독립'이란 말장난조차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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