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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

서 이미 여러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전의 마지막이 될 이번 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미 간의 위기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 한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

등 한,미 간에 다양한 현안들이 이미 논의되고 있는 와중

이라 일부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현안을 둘

러싼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

다. 혹자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빅딜을 가질 가

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신을 비롯한 외부의 시각은 이번

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AFP 통신은 “노,부시, 대북 갈등 속에 순탄치 않은 정상

회담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정상

회담을 지배할 것이며, 분석가들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두고 날카로운 이견을 좁힐 것 같지 않다고 보

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노 대통령은 북한의 미

사일 시험발사로 야기된 군사적 위협을 평가절하하면서

그를 협상전술로 본다”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는 부

시 대통령의 시각과 대비시키면서 “한미관계는 한국 정부

가 인정하는 것처럼 곤경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노,부시 대통령은 두 동맹 간의 관계를

긴장시켜온 대북정책의 차이 해소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북한문제가 최대의 비중이 될 것임을 예상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두 나라는 경제, 안보, 정치적 관계 등 3가지

부문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분석가들은 정상회담

에서 얼마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마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동북아소장 피터 백은 “(노,부시 대통령

) 두 사람은 북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면서 “두 지도자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서

있고, 서로에게 호감을 주는 관계(good chemistry)가 아

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실상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한,미정상

회담을 통해 논란이 되는 문제가 해결된 경우는 거의 없

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은 견해 차이를 확인했을

뿐 논란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기

본적으로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

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미 정상회담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

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선 견해가 다른 사안에 대해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하며, 그 위에서 상호 정

책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이 그러한 정책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 역시 미국

과는 다른 정책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서

로를 이해함으로써 신뢰를 더욱 깊이 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동맹관계가 아닐까?

둘째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먼저 현안에 대한 미국

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

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의 논의가 보다 생산적으로 진

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1969년의 전

철을 밟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을 것

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시점에서 한,일관계가 중

요하게 거론되어야 한다. 이전에도 한 차례 예가 있었지

만,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간의 영토 및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한국의 입장이 보다 세계

사적 보편적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음을 인식시킬 수 있도

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국과 한

국의 독립운동가들은 인류의 평화와 인권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싸웠으며, 그 정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우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또한 현재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는 한반도 유

사시 일본의 개입을 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과의 논의는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의 협조 하에 한?일관계를 정상적으

로 이끌고 나가는 것은 21세기 동북아에서 절대적으로 필

요한 외교 사안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60년 간의 동맹관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서로 간에 불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번 정상회담이 한,미 간의 새로운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동시에 한,미,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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