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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의 펀치

세상이 어지럽기만 하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정말 해도 너무하는 짓거리들이 태연하게 백주대낮에 벌어진다. 정말 너무 막나가는 세상이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력 사건!
지금까지 언론기사를 종합해 보면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아 보인다.


애지중지하는 회장님의 아들이 술집에 갔다가 손님들과 우연히 싸움에 휘말렸다. 아들은 계단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쳤고, 이를 안 회장님은 경호원과 폭력배를 데리고 술집에 쳐들어갔다고 한다.

아직 실체가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회장님은 아들을 폭행한 사람들을 청계산 근처로 끌고 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회장님의 분풀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회장님은 아들을 직접 때린 사람이 그 자리에 없자, 다시 2차 습격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협박과 폭력을 동원해 아들을 때린 사람을 찾아 보복한 후 회장님은 유유히 술집을 빠져 나왔다고 한다.

사건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경찰은 무려 50여 일 동안이나 쉬쉬하며 사건을 은폐했다. 돈 없고 빽 없어 보복을 당한 사람들은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말을 되씹으며 술로 울분을 풀면 그만이었을 게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사건은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신문에 이 사건이 터지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온 사회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야단법석이다.

김 회장은 결국 경찰에 출두해 여론을 무마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자신의 죄를 덮어버리려 한다. 회장의 아들은 자신도 피해자라며 억울해 한다.

물론 보복폭행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부정(父情)은 이 시대 사라진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회장님을 돕기 위해 한국 최대의 법률회사인 ‘김앤장’이 개입하고 사내법무실이 동원된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자본의 비윤리적 행태를 통제할 수단을 거의 모두 상실했음을 적나라하게 증명해 준다. 이런 상황에선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 또 주먹보다 권력이 앞선다.

게다가 권력보다 돈이 앞선다. 김승연이라는 재벌깡패를 보면서 돈이 권력인 사회의 참맛을 제대로 보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모든 사회관계가 돈으로 환원되고 만다. 새삼스럽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실을 들추어 내는 셈이다.

특히 경찰의 늑장 수사는 행복한 사회와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염려를 안겨준다. 경찰은 만인의 법 앞에서의 평등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다시 꿈꿀 수는 없는가? 이것이야말로 한 재벌깡패가 우리에게 던진 중요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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