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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국민과의 대화'가 되려면

  9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4일간 인터넷으로 2만 8천 건의 질문이 쏟아졌다.

3개 방송사 모두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대화 전 과정을 보여 주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사실은 한 편으로는 그만큼 현 정부의 대국민 신뢰도에 대한 위기 의식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을 가지게 할만한 자리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보는 100분 내내 금방이라도 인터넷 화면창을 닫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낡아빠진 이벤트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그럴게다.

  10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국민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을게다.

사회자는 시간 재느라 바빴고 그 덕(?)에 한 질문자가 던진 수많은 문제제기 중 답변자는 몇 가지만 골라 대답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성격 자체가 모호해져 버리고 말았다.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추석 명절 앞두고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자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극빈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가안정이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간접적 대책만을 언급한 것이나 과도한 대학등록금을 낮출 수 없느냐고 물었을 때 저리 융자 지원을 언급한 것은 결국 이번 대화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들만 했다.

진정성과 신뢰성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정부정책의 홍보 그 이상 아닌 것이다.

  물론 다른 한 편으로는 그나마 이게 시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어차피 대통령이 '만물박사'가 아닌한 모든 질문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변을 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리라.

그러기에 오히려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인 이벤트의 성격에 그칠 것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발언 과정에서 보이는 모순성은 심히 걱정하게 할만하다.

시장경제와 관치경제의 충돌에 대한 인식자체가 없음은 주택과 교육, 경제 정책 모두에서 드러났다.

특히 농어촌 산업의 산업단지화는 쇠고기 정국에서 보여줬던 자유방임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

또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의 건설확대나 교육지원에 있어서의 정부 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기업가 대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주장한다더니 촛불집회 참여자나 전 정권관련한 사정정국화는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주의의 일관된 구현인가?

특히 대운하와 관련하여 보여준 계속되는 말바꿈과, 공기업 민영화에서 공기업 선진화로 탈바꿈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현 정부의 정책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통령의 답변은 평소의 국정 철학 자체가 대단히 '편의적'임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모습은 자칭 '실용'이 결국 이런 '편의주의'의 한 단면은 아닌지 궁금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신뢰성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물론 어떤 정책이던지 관점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관성이 없음에 전적인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신뢰성의 회복일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희망의 메세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그 발언 자체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즉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단지 한 번 내뱉는 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민심을 겸허하게 듣고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신뢰 회복은 위대한 업적 성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정책의 실현과 완성에서 비롯된다.

'생활정치'를 입에 달고만 살지 말고 직접 보여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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