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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17일 서울시 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을 소환, 지난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자금을 사설 입시기관과 사학재단으로부터 빌린것에 대해 조사했다. 선거자금 22억 가운데 무려 18억원을 사설 입시기관과 사학재단으로부터 마련한 만큼, 이에 대한 대가성, 불법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 받은 것이다.  

지난 한인신문 사설 ‘교육감 선거에서 실종된 도덕성’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교육감의 선거자금 논란은 여러모로 그가 ‘교육’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재증명했고, 이제 검찰조차 눈감고 손놓기에는 국민들의 시선이 두려운 모양인지 뭔가를 하기는 해야 겠다고 느꼈나보다. 공교육감은 끝까지 자신의 선거자금에는 아무런 대가성이 없었다고 했다는데,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면 자의든 타의든, 이왕이면 자의로 물러나는 게 모양새가 좋겠지만, 어쨌든 물러나는 게 상식처럼 보인다. 혹여나 기적(?)이 일어나서 그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해도, 그 모양새로는 퇴임할 때까지 결코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는 힘들 것이다.

교육을 경쟁으로 인식하는, 그래서 그 경쟁 덕분에 번창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선거 자금을 받아 교육감에 당선된 공교육감이 이렇게 위기에 처하고 있는 중에, 한 편에서는 어린 초등학생들의 눈물까지 쏙 빼놓으며 위기에 처한 또 다른 교육 관련자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을 경쟁에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국가에서 명령한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가 해임당한 최혜원 교사. 급기야는 출근투쟁까지 벌이며 교문에서 제자들과 눈물을 쏟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교육의 소신을 펼친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낸 국가, 그 교사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눈물, 정말 지금이 21세기인지 의심스러워지는 광경이다.

두 사건 모두 교육과 관련된 자리,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물러난 또는 물러나는 게 맞아 보이는 모양새인데 그 본질은 사뭇 다르다. 한 명은 엄청난 돈을 대가성 있을 듯한 모양새로 받았는데 끝까지 대가성이 없었다고 우기면서, 잘 하면(?) 아무런 처벌이나 조치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 다른 한 명은 교육적 소신을 지키려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 쫓겨난 상황.

어쩌면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는 물론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지도 모르겠다. 최교사의 해임을 반대하는 이들은 그 동안 각종 금품 수수나 성추행 등의 잘못을 저지른 교사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던 것과 비교해 최교사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어딘가 참 익숙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잘나고 높으신 양반들이 금품 수수나 성추행 등을 저질렀을 때도 그 처벌이 역시 솜방망이였지 않은가?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금품 수수나 성추행 보다, 국가의 명령에 거부하고 소신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큰 죄였다. 국가에 잘 보이면, 힘과 권력이 있으면 금품 수수나 성추행 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고, 그러나 국가에 잘못 보이면 그 즉시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물론, 최교사와 관련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 가치관과 판단력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국가의 지시를 개인의 소신에 따라 어겨도 된다는 식의 인식을 줌으로써 교육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교사의 잘못도 일정부분 인정 된다 해도, 분명 이는 교육적 소신에 의한 것이며 일제고사는 교사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에 의해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적어도 그녀를 교육 현장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밀어내는 것은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처사였으며,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더 무거운 잘못들이 더 약하게 처벌받는 현실에서 불공평한 것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을 경쟁으로 인식하고 사교육 시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끌어모았다가 곤경에 처한 공교육감, 교육은 1등부터 줄세우는 서열화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지키려다 교단에서 쫓겨난 최교사, 너무나 대비되는 이 두 명을 둘러싼 사건을 바라보며, 그런데 왜 우리들은 공교육감은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데 최교사는 거의 복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자연스레 드는 걸까? 이미 우리는 대한민국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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