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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2009년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곧 여름도 지나고 9월이 시작되면서 가을로 접어든다. 신용경색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우리 재영 한인들에게 올해 2009년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안 그래도 고단한 타향살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인간관계, 특히 같은 한인들끼리의 다툼과 갈등일 것이다. 외국인들과 경쟁하기도 바쁜 와중에, 타향살이에서 오는 서러움도 달래야 하는 와중에 같은 한인들끼리도 다투고 갈등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우리 한국인은 여러모로 정말 장점이 많지만, 반면 고쳐야 할 단점도 있는데,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점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비단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른 인간들과 다투고 갈등하며 산다. 서로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사는 세상살이에 그러한 다툼과 갈등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도 모자라서 우리 한국인은 강한 정치적 개성(?)을 타고난 탓에 몇 명만 모여도 쉽게 편을 가르고, 미움과 질투, 오해와 반목을 일삼는다. 그리고, 이 같은 안타까운 현상은 더욱 자주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해외 교민사회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한 지역에 밀집된 우리 재영 한인사회 역시 이러한 현상을 피할 수만은 없는 일, 좁은 한인사회에서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로 재영 한인들 간 다툼과 갈등이 발생한다. 당연히 모두가 다 사이좋게, 언제나 좋은 얘기만 하고 웃는 얼굴로만 지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배는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커다란 배다. 이 배에는 뉴몰든 한인타운에 사는 교민들도, 대사관을 비롯 국가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잠시 영국에 머무르는 주재기업 관련자들도, 뉴몰든이 어딘지도 모르는 런던 시내의 유학생들도, 또 런던 외 기타 지역에서 거주하는 이들도 타고 있다. 당사자는 이 배에 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영국 땅을 밟는 순간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배를 탄 셈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 배를 타고 있으니 당연히 그 안에서는 열심히 다투고 갈등하는 이들도 있고, 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관심도 없는 이들도 있다. 물론 저마다의 삶이 있기에 배 안에서는 저마다의 자유일 뿐이다. 그러나, 이 배에 탄 이상 적어도 우리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폭풍우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잔잔한 파도 위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폭풍우를 만날 때는 그 폭풍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하며, 잔잔한 파도에서 화창한 날씨를 만끽할 때는 함께 웃으며 손을 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배가 목적지를 향해 잘 항해할 수 있도록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 목적지는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영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한인들의 행복과 발전, 나아가서 영국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위치가 격상되는 것, 그것이 아마 우리가 탄 배의 목적지라면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목적지를 향해 잘 항해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당장 이번 한인축제만 해도 현지 지역 언론의 기사 제목이 ‘Kingston Korean festival makes a welcome return’이었다. 한인축제 자체를 얘기하자는 게 아니라 이들이 ‘welcome’ return 이라고 표현한 게 흥미롭다.



왜 ‘welcome’이라고 표현했을까? 이들은 언제나 우리 배를, 즉 영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관심도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탄 배 안에서는 간혹 다투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겠지만, 결국 우리는 한 배가 되어 우리를 지켜보는 수 많은 시선들에 한 점 부끄럼 없는 힘차고 아름다운 항해를 지속해야 한다.



잊지 말자, 결국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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