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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금리인상과 하반기 출구전략

한국경제가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한국의 수출대부분을 책임지는 대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고, 영업이익 역시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보수적인 한국은행조차 올해 경제 성장률을 6%대로 잡을 정도다. 수출이 증가하고 외국으로부터 이윤을 획득하게 되면 통화 유입으로 우리나라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즉 인플레이션의 턱밑까지 다다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가 성장, 즉 경기회복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은 과녁에서 사라졌었다. 경기가 상승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달 대비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자물가는 심상치 않다. 지난달에 생산자 물가는 4.6% 급등했다. 2~3개월 후 시장물가가 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기회복세나 풀린 돈의 규모 등을 따져보면 우리도 출구전략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우려에서인지 이달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저금리를 통한 과잉 유동성과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인 셈이다. 16개월 동안 묶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랐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분하다. 예상보다 1~2개월 빠르기는 했지만 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그 배경은 물론 성장률을 비롯한 경제상황의 뚜렷한 호전이다.

시장의 충격없이 우리경제가 기준금리의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경제 체력이 그만큼 회복됐다는 얘기이자 금리인상의 시점이 적절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출구전략은 시동을 걸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기준금리가 연 2.25% 수준으로 올랐으나 여전히 저금리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언제 다시 올릴 것인가, 얼마까지 올릴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금리가 경제상황에 걸맞은 정상화 수준에 접근할 수록 시장에 주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으로 타격이 큰 곳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이다. 가계 및 기업의 부채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1700조원에 육박한다. 기업 간, 소득계층 간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이 금리인상으로 느끼게 될 부담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대출기간의 연장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기간을 장기화하면서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는 방식 등 대출제도 개편을 검토해볼 만하다. 가계도 대출은 고정 금리로, 예금은 단기로 하는 식의 지혜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이기적 상혼도 경계할 일이다. 대출금리는 서둘러 올리고 예금금리는 미적거리거나 과도한 예대차 금리를 챙기려는 곳은 없는지 금융당국은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만 해도 기준금리는 연 5%였다. 4.5% 수준의 잠재성장률에 비춰 봐도 금리수준은 여전히 비정상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가 정상화의 길을 가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필연의 수순이다. 2년간 경기를 끌어올리느라 적자를 감수했던 재정 쪽도 돈 줄을 조여야 한다. 유럽 재정위험국의 국채 만기가 7월에 집중되는 등 해외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출구전략은 시작됐지만 복병은 하나둘이 아니다. 면밀한 상황 파악과 최적의 타이밍을 선택해 경제정상화의 고지에 연착륙하는 게 과제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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